100년 넘은 구닥다리 렌즈로 세상을 담는다

곽윤섭 2014. 10. 08
조회수 15317 추천수 0

무코팅렌즈 전도사 이치환씨

 

 

old005.JPG » 무채색렌즈클럽 회원들이 7일 전시장인 류가헌에서 무코팅렌즈를 들고 함께했다. 왼쪽부터 백보현, 김영안, 노성미, 이치환, 이문생, 지순기씨

 

 

 <무채색렌즈클럽>의 단체전 <날빛, 날숨>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10월 12일까지. 무채색렌즈는 코팅을 하지 않은 렌즈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무코팅렌즈가 더 일반적인 표현이다. <무채색렌즈클럽>은 다음카페의 동호회로 지난 1년간 만든지 100년~200년된 무코팅렌즈를 구해 공부하고 사진을 찍었고 12명(강진형, 김승현, 김영안, 노성미, 민진근, 박노근, 박재걸, 백보현, 이문생, 이치환, 이해선, 지순기, 가나다순)이 전시에 참여했다.  http://cafe.daum.net/achromaticlensclub
<무채색렌즈클럽>의 카페지기이며 이번 전시를 주도한 이치환(63)씨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사진에 본격적으로 무코팅렌즈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은 무채색렌즈클럽이 최초이고, 그런 렌즈를 활용한 사진전도 최초라고 알고 있다. 물론 오래전부터 대형사진기(4x5 뷰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런 무코팅 형석렌즈를 하나 이상씩 가지고 있었고, 필름 작업에 많이 사용해왔다”고 밝혔다. 7일 전시가 열리는 류가헌에서 이치환씨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old1001.JPG » 여러 종류의 무코팅렌즈, 200년 가까이 된 것도 있다.  
 
 -일반인들에겐 무채색렌즈는 생소하다.  
 “2010년 파리에서 있을 때 무코팅렌즈가 달린 롤라이 스탠더드카메라로 본격적인 무코팅렌즈사진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기록에 따르면 1930년대에 이르러 질 좋은 형석이 고갈되자 일반규사로 렌즈를 만들어야했는데 처음에는 안경 코팅처럼 공기 중 난반사와 확산빛을 억제하여 더 선명하게 사물을 촬영하기 위해서 렌즈를 코팅한 것인데, 과거 손작업으로 만들던 렌즈와 달리 공장 생산 라인에서 대량으로 렌즈를 만들 때 생기는 색수차(색의 파장이 달라서 발생하는, 초점이 맞지 않는 현상)를 교정하기 위해서였다. 사진이 공인된 직후인 184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카메라 렌즈의 재료는 형석으로, 이 재질은 색수차를 기본적으로 스스로 해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20년대 이전의 카메라에 사용된 렌즈는 모두 무코팅 형석 렌즈라고 봐도 좋겠다. 또한 이 무렵 신문보도에 사진이 쓰이게 되면서 더 밝고 선명한 렌즈의 필요성이 강조되었고 코팅이 보편화되었을 것이다. 요즘 대부분의 사진가들이 후보정으로 이미지를 만진다. 이미지에 손을 대면 될수록 빛의 old1002.JPG » 1890년에 제작된 영국제 레이 제품, 동그라미가 가변 조리개. 느낌은 점점 옅어진다. 코팅이 되지 않은 렌즈는 잘 알려진대로 공기중의 빛을 거의 여과 없이 통과시킨다. 사진 이미지에서 빛의 공간감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이런저런 방법을 찾다가 100년 전에 생산이 사실상 중단된 무코팅 형석 렌즈를 찾아내게 된 것이다”
 -무코팅렌즈의 특징은 무엇이며 카페를 만든 계기는 무엇인가?
 “실제 사람들이 거리에서 보는 빛은 확산빛이다. 코팅된 렌즈는 이 확산빛을 걸러버린다. 코팅렌즈와 디지털후보정이 자연의 색을 억제하고 원래보다 색을 과장시켜 튀게하여 사람의 눈을 현혹하면서 사진을 그림처럼 만들고 있다. 반면 무코팅렌즈는 실제의 빛을 더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공간감을 살려낸다. 나도 오랫동안 흑백사진을 찍어왔는데 디지털카메라가  나와 사용해보니 곱게 나오는 것 같기는 한데 원래 빛은 사라지고 색만 남더라. 그래서 무코팅렌즈를 디지털카메라에 접목시키는 시도를 했다. 이베이 같은 외국 경매사이트에서 렌즈를 주문해 충무로에서 ‘클리닝(오래된 렌즈를 깨끗하게 만드는 것)’을 하고 ‘세팅(디지털 카메라 보디에 맞게 렌즈를 개조하는 것)’을 거쳤다. 충무로에서 마주친 광고사진가들이 무코팅렌즈로 찍은 사진을 보더니 ‘이거 어떻게 나온거냐’라며 신기해하면서 입소문이 났고 2013년 9월쯤에 카페를 만들었고 오늘 전시를 하기에 이르렀다.

 

강진형.jpg » 강진형

김승현.jpg » 김승현

김영안.jpg » 김영안

노성미.jpg » 노성미

민진근.jpg » 민진근

박노근.jpg » 박노근

박재걸.jpg » 박재걸

백보현.jpg » 백보현

         
 -100년 정도 전에 생산이 중단되었으니 렌즈 구하기가 쉽지 않겠다. 비싸진 않는가?
 “무코팅렌즈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붐이 일기 시작했다. 소문이 나서 고가의 무코팅은 중국사람들이 싹쓸이하는 것 같다. 30만원짜리부터 몇 백만원짜리도 있는데 저가제품은 아직 경매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다. 저가 제품은 솜씨 좋은 장인의 손기술을 거쳐 ‘클리닝’과 ‘세팅’을 해야하니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비싼 것이 좋을수도 있지만 핵심은 그게 아니다. 모든 무코팅렌즈는 저마다 특색이 있고 서로 다르니 본인의 취향에 맞는게 어떤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A80U8402.jpg » 1820년 제작 마조(프랑스), 1840년 제작 포이틀랜더 존(독일), 1890년 제작 달메이어(영국). 앞쪽에 놓인 구멍 뚫린 금속판이 이런 페츠발 타입의 렌즈 경통에 꽂아서 사용하는 가변 조리개다. 렌즈 경통에 가로로 난 구멍이 보인다. (왼쪽부터)   
 -본인에게 맞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보려면 어떻게 하는가?
 “지난 1년동안 100여개의 렌즈를 구해 시험촬영을 했고 찍은 사진을 카페에 올려 누구나 볼 수 있게 해 뒀다. 대부분 영국, 프랑스, 독일제로 이제 마음에 드는 30개 정도만 남겼다.  회원 전체가 소유하는 렌즈는 약 200여종인데 다 서로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부드럽고 컬러와 톤 표현이 좋은 영국의 달메이어사에서 만든 렌즈와 프랑스의 솜 렌즈, 의외로 밝은 페츠발 렌즈를 좋아한다. 날카로운 빛은 독일의 헬리아 렌즈를 사용하고 볼륨 있는 풍경사진을 위해서는 독일의 칼 자이스 예나 프로타 렌즈를 쓴다.
 -세팅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
 “대부분의 이런 렌즈는 중형 이상 사진기에 붙어있던 렌즈라 현재의 카메라에서 사용하려면  렌즈 경통도 제작해야하니 한 달쯤 걸린다고 보면 된다. 우리 클럽의 렌즈를 세팅하는 사람은 충무로에서 40년 동안 영사기와 카메라렌즈를 수리해온 오연수(61)씨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실력을 가졌다”

 

이문생.jpg » 이문생

이치환.jpg » 이치환

이해선.jpg » 이해선

지순기.jpg » 지순기    
 
 무코팅렌즈로 찍은 사진의 특징은 빛을 자연 그대로 보여준다는데 있다. 코팅된 렌즈라면  특히 역광의 상황에서 눈에는 보이는 빛이 사진에선 대부분 없어져버리는데 전시장에서 보니 대개 살아남아 있었다. 또한 흐릿하게 보이기도 하고 특별한 빛망울(보케)이 시선을 끌기도 한다. 어떤 사진은 마치 로모 같은 토이카메라로 찍은 느낌도 든다. 12명의 사진은 저마다 특별한 빛을 담고 있다. 이것은 각자 사용하는 무코팅렌즈의 특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디지털보정이 극도로 발달한 나머지 각종 사진사이트나 사진공모전의 사진을 볼때 너무 심하게 변형되어 눈이 시렸던 것을 생각하면, 무코팅렌즈의 사진은 인공조미료가 전혀 들지 않아 밍밍한 음식을 먹는 것 같다. 거친 빛 아래선 거칠게 찍히는 것이 실제와 더 비슷한데도 불구하고 (코팅을 한 현대의 렌즈는) 빛의 산란을 모두 차단해 깔끔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무코팅렌즈클럽의 이번 전시는 화장기 전혀 없이도 반짝거리는 민낯의 향연이다. 이치환씨는 “아침에 전시장 문을 열자마자 나이든 관객 한 분이 찾아와서 사진을 유심히 보시더라. 나가면서 ‘마음으로 보고 간다’라고 한 말씀 하셨다”며 “무코팅렌즈로 찍은 사진은 눈으로 보는 빛이 아니라 느껴지는 빛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새달 12일까지 전시한다.
 

곽윤섭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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