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 지나가지 말고 머뭇거리자

곽윤섭 2014. 04. 30
조회수 6821 추천수 1

전하늘 사진전 <증명사진>

일상의 옆모습, 생각하는 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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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늘의 사진전 <증명사진>이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5월 4일까지. 류가헌은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데 서울 지하철 3호선 4번 출구로 나와 청와대방향으로 올라오다가 진아트갤러리를 지나 식당 <메밀꽃 필 무렵>을 지나서 옆 골목으로 들어가고 <수갤러리>를 지나 오른쪽을 보면 찾을 수 있다.

30일 오후에 전화로 전하늘과 인터뷰를 했다. 전씨는 답변에서 ‘그냥’이라는 단어를 자주 구사했다.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05년에 그냥 아는 분이 추천해서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은 없어진 갤러리 <공간루>의 관장이 사진을 가르쳤고 그곳에서 2011년에 전시도 했다.
-사진만 전업으로 하는가?
=그렇진 않다. 프랜차이즈 외식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주로 주말에만 사진을 찍는다.
-이번 전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언제부터 작업했나? 사진은 어느 동네에서 찍은 것인가?
=2011년부터 진행해왔다. 특정한 동네는 없다. 수도권, 부산, 군산도 있는데 동네의 이름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
-이 사진들을 찍게 된 계기가 있는가?
=특별한 계기가 없다. 그냥 사진이 모였고 생각을 하다보니 정리가 되었다. 여러 가지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는 동일한 주제를 모았다는 뜻이다. 미리 장소를 정해놓고 사진을 찍는게 아니라 그냥 스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설치같은 것을 하지 않는다.
-지난번 전시사진 <Saturday>를 보니 거리의 사람들이었는데 이번 사진엔 사람이 전혀 안보인다.
=거리의 스냅사진이다. 지난번엔 그렇게 모았고 이번엔 이런 이미지를 모았다.
-스스로 작가라고 생각하는가?
=(작가라는 규정이) 뭐 정해진 게 있을까? 난 스스로 작가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니다. 앞으로도 전시계획이 있다.  
-전시 비용이 들겠다. 어떻게 충당하나?
=이번에도 2백만원이 들었는데 전액 자비로 충당했다. 앞으로 3년 주기로 전시를 열 생각이다. 어디선가 지원이 들어온다면야 좋겠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관객이 많이 봐주길 기대하는가?
=당연히 그렇다.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다.
-심심하다고 생각하는 관객이 있다면? 다른 사진가와의 차별성은?
=사진은 보는 예술. (관객의) 보는 능력에 달렸다. 그리고 표현하기 나름이다. 예를 들자면 유행가를 만들 때 같은 코드로도 여러 가지 다르게 만들 수 있다. 사진도 마찬가지. 같은 곳을 스쳐지나가더라도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느냐의 문제. 그리고 (다른 사람이) 똑같은 곳을 찍는다고 하더라도 무슨 생각을 하고 찍는지의 문제. 생각이 중요한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전하늘의 사진을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생각을 해야했다. 작가노트를 옮길터이니 작가의 생각을 읽을 순 있다. 그런데 작가노트는 사진을 다 찍어놓고 쓴 것이니 그냥 봐달라고 작가가 말했다. 전시장엔 30장이 걸린다는데 보도자료엔 5장이 따라왔다. 사진을 닫았다가 열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잠깐 나갔다 와서 다시 열어보고 또 덮었다. 물 한 잔 마시고 와서, 화장실 다녀와서 또 열어봤다. 한가운데에 뭔가 있고 주변에도 뭔가 있다. 그냥 찍은 것을 동일한 주제로 모았다고 했으나 그냥 찍은 것은 아니다. 작가마다 이걸 다르게 부르는데 직관이나 본능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전하늘은 ‘그냥’이라고 한 것이다. 지난해에 인터뷰했던 인천혜광학교의 저시력 학생 공혜원은 ‘순간의 촉’이라고 했었다. 직관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그냥이란 표현이 더 솔직하게 와닿는다. 나머지는 관객의 몫이다. 관객이 직접 와서 사진을 보고 가져갈 수 있는 만큼 가져가면 된다. 오불관언이 떠오르니 불친절한 작가인가? 아니다. 이게 사진의 운명이다. 보는 사람마다 다르다. 사진 감상에 수준의 차이란 것은 없다. 이걸 왜 찍었을까? 라고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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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노트/전하늘


 학교에 가는 길이거나, 출퇴근을 하는 길이거나, 마트에 가거나, 동네슈퍼에 가거나, 세차장을 가거나 할 때, 우리는 우리의 목적을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만 향해 질주한다. 이렇게 되면 주변을 전혀 보지 못하고 걷게 되는데, 물론 정면을 보거나 요즘은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고 해도 우리 기억 속에는 저장되지 않고 끝나버린다.
 바쁘다, 참 바쁘다.
 그래서 주변에 것들을 주목하지 못한 채 지나가버리고 만다. 색색깔의 대문, 깨지거나 테이프로 보수된 창문, 씽씽 돌아가는 계량기, 더운 바람을 뿜어내는 에어컨 실외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집담벼락 등등…. 굳이 이렇게 단어로 표현해야만 인지할 수 있는 우리 주위의 풍경들이 있다. 하지만 누구나 그런 것들에 대해 집중하지 않고, 어떤 상태인지 궁금해 하지는 않는다.
 나는 단순히 이런 생각을 가지고 여러 오래된 동네들을 카메라 하나만 매고 돌아다녀봤다. 그리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것들을 증명사진 찍어주듯 자세히 관찰하고 자세도 잡고 이내 셔터를 누른다. 신기하게도 주목받지 못한 이런 것들이 SD카드에 고스란히 저장되고 컴퓨터로 파일을 불러오면 아주 또렷하게 나타난다.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은 그런 풍경들이…. 특히 작업을 하면서 그런 풍경들을 굉장히 정리된 구도로 찍고 있었다. 왠지 프레임 안에서 만큼만은 흐트러지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보이게 하고 싶었다. 마치 사진관에서 증명사진을 찍을 때 사진사가 앉은 각도와 자세, 얼굴 표정 등을 잘 정리하듯이 말이다.
 어떤 순간은 그런 풍경들이 나를 닮아있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고 무관심하게 스쳐지나가는 것만 같은…. 그래서인지 작업할 때마다 한컷 한컷 감정이입이 될 때도 있다. ‘나의 사랑하는 계량기야, 실외기야….’ 이렇게...
 인생을 살아가면서 앞만 보지 말고, 옆을 한번 보았으면 좋겠다.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게 있었는지…. 무관심하게 대해서 나에게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없었는지…. 있다면 그런 사람들이나 풍경들에게 사과를 하자. 그리고는 손에 들고 있는 카메라로 관심의 표현으로 찰칵! 증명사진 한 장 찍어주시길!!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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