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로 포착한 사진의 원형

곽윤섭 2013. 0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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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인전 <식물원>

 여섯 명이 눈으로 들어와 마음으로 찍어낸 식물원 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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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모

 

 

 김영모, 서재근, 신한주, 이재옥, 차윤주, 최재성. 아날로그 카메라와 흑백 암실작업을 통한 사진인화를 좋아하는 사진가 여섯 명이 사진전 <식물원>을 연다. 2월 19일부터 24일까지 종로구 통의동 류가헌 02-720-2010

 

 여섯 중의 한 명인 이재옥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식물원 6인전을 하자고 뜻을 모으고 나서 어디서 찍을까 생각해봤다. 최소한 여섯 명이 모두 식물원을 찍어선 재미가 없겠다싶어서 그냥 일상에서 찍기로 했다. 해서 나온 사진들이 화분들이다. 홍대앞 주차장 골목 어디쯤 될 것이다. 빈 화분도 하나 전시한다. 화분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왜 식물원이냐고? 그 안에 뭔가 들어있긴 할거다. 씨앗이 들어있다. 봄이 되면 어떤 가지가 올라와서 어떤 잎이 나올지 알 수 없다. 혹 꽃이 피기도 할거다. 저 화분을 보고 식물을 떠올리는 것은 관객에게 맡긴다.”
 이재옥은 누드를 주로 그리는 화가. 화실에만 있다보니 바깥출입을 하고픈 생각이 들어서 사진을 시작했다고 한다. 화실에 확대기도 하나 들여다 놓았다. 그림과 사진 중에 뭐가 더 재미있느냐고 물었더니 둘 다 어렵다고 한다. “사진…. 할수록 어렵네”
 “
 다소 어두워 보이는 소나무와 소나무 그림자 사진을 전시하는 차윤주가 6인전의 서문을 썼다. 전문을 그대로 소개한다. 서문을 보니 사진전시를 볼 생각이 들었다. 날이 풀렸다. 아직 봄은 아니지만 식물들이 소생할 계절이 그리 머지 않았다. 여섯 명이 각자 ‘식물원’을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묘사해냈는지 보자.

 

 어린 시절 볕 좋은 오후를 생각하면 늘 불려나오는 기억 토막이 있다.
 집안에 있는 화분들을 모아다 윤이 나도록 녹색의 잎을 닦으시던 할머니의 모습.
 도대체 지천에 널린 것이 꽃이며 풀이며 나무인데 집안에 들여서 일일이 물주고
 손수 잎사귀를 닦는 그 마음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수십 차례의 봄을 맞아 날리는 꽃잎에 청춘이 멍이 들고
 수백 일의 뜨거운 여름의 초록 아래 바람을 축이고
 비로소 아장아장 아이 걸음으로 찾아온 물든 가을에서야 먹이고 입히는 은혜를 노래하며
 다시 수천 일의 겨울날을 지나 죽음이 삶으로 바뀌는 그 모든 것을 보고 또 보고야
 늘 돌아오고야 마는 그 계절이 그리운 이유를 겨우 눈치 채기 시작했다.
 언제나 돌아보면 돌아온 누이같이 그 자리에서 마중해주는 산야의 것들을 그리워하는 마음
 그것이 화분 하나 들이는 마음과 같다는 것을.
 여기저기 마음에 벽을 세우고 지붕을 얹어 녹색 한 점 간직하고
 길가에 꽃 한 송이에도 눈길이 가고 발길을 멈추게 되는 바로 그 마음이라는 것을.
 
 고운 목소리가 있다면 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낭창한 몸을 가졌다면 춤을 추었을 것이다.
 붓을 놀릴 수 있는 손이 있다면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카메라가 손에 있으니 눈을 맞추고 찰나를 담아 마음에 담을 수밖에.
 봄여름가을겨울을 지나 눈으로 들어와 마음에서 피워낸 것을 모아 식물원 한 채를 지었다.
 
 글 차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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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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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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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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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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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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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사진전시를 보러 갈 수 없을 것 같아서 휴관일인 월요일, 방금 류가헌을 갔다 왔다. 박미경관장이 문을 열어준 덕분에 전시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인화지의 맛을 온라인에선 결코 느낄 수 없다.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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