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우리 사진 유감

사진마을 2016. 08.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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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장 100일의 기록 박찬원 <숨 젖 잠>

쉽지 않은 작업에 대한 경의심이 있으나

끝없는 소재주의에 대한 의구심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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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가헌에서 박찬원씨의 사진전 ‘숨 젖 잠’이 열리고 있다. 8월 14일까지. 박찬원씨는 강원도의 한 양돈장을 100일간 방문하여 돼지들을 찍었다.

   사진을 감상하고 이해하기 위해, 이 말을 다시 표현하면 “이해가 잘 되질 않아” 사진과 관련해서 따라온 글을 읽어본다. 딱한 일이다. 사진만 가지고는 판단을 할 수가 없어서 작가노트를 읽어보거나 평론가나 전시기획자가 쓴 글을 읽어본다는 것은 딱한 일이다.
 
  더 딱한 것은 그 글들을 읽다가 숨이 막히는 일이다. 사진이 어려워서 글을 봤는데 글이 더 어려우면 어쩌란 말인가? 지난 6월에 박찬원씨가 사진책 <꿀 젖 잠>을 보내왔다. 기껏 100쪽밖에 안 되는 가벼운 분량이었고 지난 1월에 박씨의 다른 책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  를 소개하는 기사를 쓰면서 당시 시점에서 돼지를 찍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이번 사진집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는데도 어려웠다. 책을 내면서 시기에 맞춰 문래동 대안예술공간 <이포>에서 사진전시도 열린다고 했는데 전시소개 기사를 쓰겠다고 하다가 차일피일 미루면서 놓치길 기다렸다. 날씨가 덥다. 습도 높은 사우나에 들어앉아 모래시계를 뒤집어 놓고 모래가 아래쪽 삼각형으로 다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노라면 그렇게 시간이 더디게 흐를 수가 없다. '참고 참아서' <이포>의 전시가 끝나는 7월 3일이 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사우나 문을 열고 나설 수 있었다. “어이구 전시가 끝나버렸네. 어쩌나” 그런데 사진책은 끝나는 날짜가 없으니 슬쩍 다른 책으로 덮어 두었다.
 
   그저께 이메일을 열었다가 타임머신을 타고 두 달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경험을 했다. 억지로 버티면서 시간을 보내면서 시기를 놓쳐버려 기사를 쓸 수가 없었던 그 전시가 다시 열린다는 보도자료였다. 전시 장소가 바뀌었다.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문래동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곳인 류가헌으로 옮겼다. 박찬원의 ‘꿀 젖 잠’은 ‘숨 젖 잠’으로 살짝 바뀐 채 다시 내 컴퓨터에 턱 하니 눌어붙었다. 사진집 ‘꿀 젖 잠’을 다시 열었다.
 
   맨 첫 쪽에 작가노트가 있었다. “왜 돼지인가요? 왜 박찬원인가요?”로 시작했다. 그렇다. 왜 돼지를 찍는단 말인가? 작가노트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되어있다. “‘왜 박찬원인가?’는 아직 모르겠다. 두고 두고 생각해야할 화두다.”
 
   전체 106쪽 중에서 작가가 직접 쓴 작가노트가 있고 기획자 최연하의 글이 있고 대안공간 <이포>의 디렉터인 박지원과 작가 박찬원의 대담이 있고 평론가 박영택의 평론이 있고 다시 작가 박찬원의 작업일기가 있고 다시 디렉터 박지원의 글이 있다. 이 모든 글의 향연은 작가노트에서 작가 본인이 던진 질문 “왜 돼지인가요?”를 납득시키기 위한 수단이다. 이 모든 글들은 왜 돼지를 찍었는지, 굳이 돼지를 찍어야 할 목적이 뭔지, 돼지우리를 찍는 것이 선정적인(센세이셔널한) 목적인 것은 혹시 아닌지를 물어볼 관객과 독자에 대한 사전 방어막이다. 돼지를 왜 찍었을까? 사진마을에 김미루씨의 사진전을 소개하면서 전화인터뷰까지 곁들였던 기사가 있다.  당시 사진전은 사막에서 낙타와 찍은 자신의 누드였는데 김미루씨는 돼지우리 속의 누드 작업으로 꽤 알려졌었고 그 이야기도 기사에 들어있다.
 
   김미루씨는 여자이고 본인이 돼지나 낙타 곁에서 벗고 있다는 것은 센세이셔널한 사건이 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김미루씨의 돼지나 낙타는 그 동물에 대한 고찰이 아니므로 결이 다르다. 사진마을에서 돼지를 하나 더 검색했더니 김혜진씨의 사진전 소개 기사가 나왔다.   돼지우리 속에서의 작업인데 돼지와 김씨 본인의 동일시 작업이었으니 결이 달랐다.
 
   하고 싶은 이야길 하자. 6개월 전에 박찬원씨와 대화하면서 돼지우리에 들어가서 작업하는 것이 대단히 힘이 들 것이라고 들었다. 양돈장 출입을 허락받는 것도 힘들고 돼지우리 속에서 냄새를 참으면서 견디는 것도 힘들었을 터이니 그 작업을 100일이나 했다는 대목에서 나는 충분히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돼지를 찍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돼지가 일상적인 먹을거리이긴 하지만 이제 양돈장은 일상에서 굉장히 멀어져 있다는 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먹을거리는 우리 곁에 있지 않다. 고향이 시골이라서 어렸을 때 돼지우리나 외양간을 본 적이 있다. 모를 심어 본 적도 있고 피를 뽑아 본 적도 있다. (헌혈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너무나 멀리 왔다. 쌀도 배추도, 소나 돼지나 닭도 우리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 박찬원의 돼지 작업 ‘꿀 젖 잠’과 ‘숨 젖 잠’이 낯설다. 가끔 보는 웹툰이 하나 있는데 조석씨가 포털에 연재하는 <마음의 소리>다. 2006년에 시작했으니 거의 10년이 다 되어간다. 주 2회 연재하다 최근에 주 1회로 돌렸다. 댓글이 많이 달리는데 “조석 작가님은 소재가 떨어지질 않아요. 대단해요”라는 찬사가 많다. 그에 대한 다른 이들의 답글로 “마음의 소리는 일상툰이라 소재가 끊어질 리가 없다”는 친절한 분석이 달린다. 일상이란 매일 같이 벌어지는 사람의 나날이다. 먹고 놀고 자고 일하고 싸우고 사랑하고 꿈꾸고 좌절하고 또……. 그러니 소재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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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원의 이번 작업은 우리가 삼겹살로 즐겨 먹는 동물인 돼지를 찍은 것이다. 부제 <돼지가 우리를 본다>만으로도 충분히 전달이 된다. 최연하와 박지원과 박찬원과 박영택의 글이 굳이 필요 없다. 이렇게 글이 많으면 나는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 본인의 사진이 부실하거나 혹은 너무 난해해서 글의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는 의심이다. 누가 나보고 100일간 돼지우리 속에 가서 살아보라고 하면 자신이 없다. 그러므로 박찬원의 사진이 부실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노력과 내용의 품질이 그대로 연결되지 않기도 한다. 사진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가장 오류가 적은 방법이다. 돼지의 시선, 돼지의 관점, 돼지에 대한 고찰, 윤회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박찬원의 돼지는 훌륭한 사진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부실하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돼지는 없고 돼지고기만 있다. 돼지띠나 저팔계가 있을 뿐이고 꿀꿀거리는 돼지는 없다. 사진가들이 경계해야 할 고지중의 하나가 바로 소재주의라는 요새다. 피와 땀을 흘리면서 육탄전을 벌이면서 고지에 깃발을 꽂고 나면 그 위에 또 나바론 요새가 나타날 뿐이다. 소재주의라는 요새는 소모적이다. 이미 100년도 전에 사진의 속성을 알아차린 사진가들은 소재주의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갈비탕을 위해, 추어탕을 위해 삼계탕을 위해 다시 소와 미꾸라지와 닭을 찍을 것인가?


 

사진집에 이렇게 글이 많아야 하는가

사진집의 형태가 어떻게 바뀌면 좋을까


   유난히 사진전시나 사진집에 글이 많이 실리는 것을 경계한다. 이번 사진책 <꿀 젖 잠>을 실험적인 도록의 형태로 만들고 싶었다는 박찬원의 글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글이 많다. 사진과 글의 결합은 두 요소가 서로 보완재로 작용하여 1 + 1 이 2나 3이나 10이 되는 것이 아니라 1 + 1 이 비행기가 될 수 있어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21세기의 사진집이 왜 200년 전의 사진집과 같은 형태를 유지해야 하는가? 사진집이 팔리지 않는다고 원망할 것이 아니라 왜 사진집을 사지 않는지 고민해야 한다. 나는 물론 지금까지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직접 얼굴을 마주보면서 “사진집 좀 사라”고 역설해왔다. 실제로 나의 부추김으로 인해 수천 권의 사진집이 팔렸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 늘 이런 자괴감이 든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사진집을 사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영화나 음악이나 소설이나 회화와 달리 유난히 사진집엔 사진을 설명하거나 호도하거나 포장하는 글들이 많다. 이는 사진이 부실하기 때문이라는 인상을 주게 된다. 사진을 이해할 수 없어서 글을 읽는다. 그러다 보면 사진집의 사진은 기억이 나질 않고 사진집의 글만 기억이 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잘못되었다. 베스트셀러까진 안되더라도 자발적으로 사진집을 손에 쥐고 계산하게 하려면 사진집이 매력적이어야 한다. 평론가나 기획자나 사진가 본인들이 열심히 철학공부를 하는 것은 말리지 않겠는데 그 공부를 글로 바로 옮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뭔가를 읽은 모양인데 그게 소화가 안 된 상태로 그대로 배설되는 형국이다. 그럴 것이면 그냥 본인이 읽은 책이나 논문의 제목만 나열하는 편이 낫겠다.
 
  전시는 책과 다른 영역이다. 류가헌에서 보내온 보도자료에 따르면 전시장엔 사운드도 있고 영상도 설치되어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책과 아주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전시장에 굳이 가봐야 한다.

 
  이번 전시는 류가헌이 녹녹치 않은 한국 사진계의 현실을 타개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라고 시작한 교류전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 곳에서 전시가 끝나면 다른 지역의 다른 전시장에서 릴레이 마냥 전시를 이어가는 것이다. 인화비용을 아낄 수 있는 장점도 있고 전시가 서울에만 집중되는 현상도 피할 수 있는 묘수다. 보다 많은 문화공간들이 동참하면 좋겠다. 굳이 대형 전시장이 아니어도 좋다. 한 번 인화해서 전국을 돌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 글을 보는 한국의 갤러리와 미술관과 그 외 어떤 형태든 전시공간을 가진 문화애호가들은 손을 들고 동참하시라. 류가헌 박미경 관장이 예전에 썼던 글을 보내왔다. 옮긴다.

 



 <류가헌 교류전> 취지
 
 류가헌 씨, 통의동 밖으로 걸어나가다
 
 글/ 박미경_류가헌 관장
 
 류가헌이 문을 연지 1년 반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한옥 담 밖 골목에서 ‘류가헌 씨’ 하고 외치던 택배아저씨도 이제쯤은 류가헌이 갤러리 이름인 줄 아십니다. 그동안 40회 가까운 전시가 이어졌고, ‘명함을 두시면 전시소식을 보내드리겠습니다’라는 메모에 관람객들이 남긴 명함과 이메일 주소록이 일천 명을 넘겼습니다. 류가헌의 가능성을 본 시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계도 보았습니다. ‘한계’는, 전시장의 규모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류가헌을 운영하면서 직접 보게 된, 우리의 전시 현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한 번의 전시를 위해서, 대개 수년 동안 작업한 사진들 수백 수천 장 중 고르고 고른 수십 점이 전시작으로 꾸려집니다. 비용면에서도 인화와 액자, 전시장 대관 등에 기천만원 가까운 금액이 소요됩니다. 그런데도 단기간 한정적인 공간에서 선보여진 후에는 다시 작가의 집으로, 작업실로 되돌아가고 맙니다. 전시작들을 거두어 돌아가는 작가들의 뒷모습은 비록 전시를 성황리에 마쳤다 할지라도 늘 애틋합니다. 전업 작가들의 녹녹치 않은 생활여건을 생각하면, 들인 비용도 아깝습니다. 또 좋은 전시작들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어보지 못한 점도 아쉽기만 합니다. 류가헌이 전시작들의 지속적 순환, 혹은 타 지역으로의 전시의 확장을 생각하게 된 것이 그 때문입니다.
 
 류가헌은 올해 같은 마음을 가진 여러 지역의 전시장들과 만났습니다. 먼저 부산의 <고은사진미술관>이 흔연히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을 통틀어서도 활보가 데뚝한 사진전시공간입니다. 류가헌에서 전시되었던 전시작이 고은사진미술관의 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 도요타 아트스페이스에 전시되어 부산의 지역민들과 만날 것입니다.
 
 전북 진안에 자리한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와도 길이 이어졌습니다. 계남정미소는 작으나 의미 있는 것들을 품어내는, 그래서 소중한 문화공간입니다. 외진 곳에 외따롭게 있지만, 지역 내에서는 이름처럼 하나의 공동체로서, 또 타 지역의 사람들조차 가보기를 희망하는, 결코 외롭지 않은 전시공간입니다. 한번 길을 내니 마음의 거리도 가까워져서, 올 여름내 사진책과 감자, 옥수수가 오고갔습니다. 이제 두 전시장의 전시작도 오고갈 것입니다.
 
 물류비용 부담이 과하여 전시작이 오가기 어려운 제주도는, 제주올레사무국(소라의 성) 1층에 마련된 디지털 전시관에서 디지털 영상으로 많은 올레꾼들과 만날 것입니다.
 
 <류가헌 교류전>이라는 이름으로 첫 걸음을 떼는 지금, 류가헌이 ‘한옥’이 아니어도 좋겠습니다. 택배아저씨의 호명처럼 의인화 되어, 대전으로 부산으로 광주로 경주로 우리 땅 곳곳으로 걸어나가, 그곳의 문화공간들과 악수하고 더 많은 관람객들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_ 2011년 8월
 
 류가헌 교류전 진행 상황
 
 평창 다수리갤러리- 다수리갤러리 사진전 <self, 나를 말하다>, 천명주 사진전 <엘리스의 정원55> 2016. 1 등 총 4회
 전주 서학동사진관 - 서학동 언니 프로젝트 1탄 <응달꽃이 짙다> 2015. 7 등 총 2회
 서울 NOWHERE - 유리와 사진전 <조경사진>  2015. 8
 서울 문래예술촌 - 박찬원 사진전 <숨 젖 잠> 2016. 8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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