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가 노동이고 노동이 기도인 신앙의 맨얼굴

곽윤섭 2014. 02. 25
조회수 10819 추천수 0

   기독교수도회 동광원 벽제분원 여신도들의 삶

 언제나 불쑥 들러도 똑같은 정갈한 사랑 세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근무하는 김원(49·공학박사)씨는 7~8년 전부터 거의 매주말 경기도 고양시 벽제동에 있는 ‘동광원’ 벽제분원에서 생활하는 독신여신도들의 소박하고 절제된, 그리고  평범한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김씨는 “고향집 찾는 기분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도 찍는다. 별일이 없는 한 평생 계속 갈 것이다. 그분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사진을 찍어주는 것밖에 없다. 내가 오히려 도움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김원씨의 글과 사진을 소개한다.


 

 

kimwon-00001.jpg » 원장님

 
벽제에 있는 동광원은 기독교수도회 동광원의 벽제분원이다. 동광원은 맨발의 성자 이현필 선생을 따르는 기독교 신자들이 세운 수도회로, 벽제 동광원은 1957년부터 독신 여신도들이 모여서 기도하며 살아가는 곳이다. 수도생활과 더불어 농사일로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데 현재는 네 분이 계신다. 박공순 원장님은 80살이 넘으셨지만 아직도 농사일에 손을 놓지 않으신다. 이분들에게는 노동이 기도이고, 기도가 노동이다. 아무런 욕심없이 농사와 기도로 수도원을 지켜가신다.
 우연히 동광원을 알게 된 게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에는 그분들이 생활하시는 것에 대한 존경심으로 조심스럽게 다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분들의 애정에 더 자주 가게 된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 직장인인 나에게 동광원은 흔히 말하는 ‘힐링’ 그 이kimwon-00021.jpg상의 장소이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주는 편안함은 지친 육체의 쉼터이고 그 속에서 평생을 정결하게 살아오신 분들의 넘치는 사랑은 도시를 탈출하여 또 다른 이상향으로 가는 문이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가지만 그때마다 그렇게 반갑게 맞아주신다. 그분들이 주시는 여유와 웃음, 화목함은 종교인의 거룩한 기도 그 이상이다. 눈이 녹을 때쯤 봄나물로 시작하여 계절마다 집앞 밭에서 손수 키우신 야채로 정갈한 식사를 만들어 주신다. 농사일도 도와드리지 않고 사진만 찍는 나에게 그분들은 제철 야채와 산나물을 손에 들려 보내신다. 혹여나 얼마동안 가지 못하면 ‘사진사’ 몫은 따로 챙겨두신다. 우리 할머니들이 그러하셨듯 아무리 사양해도 소용이 없다.  
 내가 해 드릴 수 있는 것은 사진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처음에는 몇장씩 사진을 인화해 드리다가 일년 동안의 사진을 정리하여 작은 사진책으로 만들어 드린 지도 올해로 6년이 되었다. 

  늙은이들 사진 찍어 뭐 하느냐며 한사코 손사래를 치시면서 뒤뜰의 예쁜 꽃이나 찍으라시지만, 지난 일 년의 사진을 보실 때면 그렇게 즐거워하실 수가 없다. 매년 겨울 눈 사진으로 시작하여 봄의 꽃과 여름의 농사일, 가을의 추수를 거쳐 다시 겨울 사진으로 사진책은 마무리된다. 2~3주 마다 한 번씩 가서 지금까지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그래도 갈 때마다 새롭다. 앞으로도 계속 이곳의 사진을 찍으려 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매년 비슷한 사진이고, 훌륭한 사진작품은 아닐 수 있겠지만 내가 찍은 사진으로 인해 그분들에게 작은 기쁨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지난 사진책을 돌이켜보면 자연은 변함없이 계절에 따라 매년 반복되지만, 동광원에 계시는 분들은 조금씩 연세가 들어가신다. 허리는 더 굽어가고, 손은 더 거칠어지고, 편찮은 곳도 한두 곳씩 늘어난다. 힘이 부쳐서 농사일도 예전같지 않으시다. 그래도 하나님에 대한 신앙과 자연 앞에 겸손함은 늘 변함이 없이 오히려 더 깊어지신다. 그것을 배우고 싶은 마음에 가고 또 가는 곳이 동광원이다.                      김원 

 

 

kimwon-00002.jpg » 우물가에서 만난 동네 주민에게 갓 씻은 뭔가를 건네주는 원장님

kimwon-00003.jpg » 지난 2011년 초여름, 동광원의 네 식구가 배추를 수확하다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kimwon-00005.jpg » 동광원 예배당

kimwon-0000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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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won-00010.jpg

kimwon-00012.jpg » 추수를 끝내고

kimwon-00013.jpg » 2009년 가을

kimwon-00014.jpg » 2009년 봄

kimwon-00015.jpg » 2009년 겨울

kimwon-00019.jpg » 2011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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