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나 솔섬사진 저작권, 열린법정 2라운드 공방

곽윤섭 2014. 11. 14
조회수 10490 추천수 0

항소심 변론...방청자-재판부 질의 응답도

‘부정경쟁행위’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라

 

opecourt00000003.JPG » 재판이 끝나고 곧이어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졌다.

 

                                                                                                                        1심 판결에 관한 상세한 기사

 

지난 3월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났던 마이클 케나의 솔섬사진을 둘러싼 공근혜갤러리(원고)와 대한항공(피고)의 소송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공근혜 쪽에서 항소했고 12일 오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캠퍼스 열린법정’으로 공개변론이 열렸다. 300명 가까이 들어갈 수 있는 송상현홀은 이날 대부분 서울대 로스쿨 학생들로 가득 찼고 일반인 방청객도 몇 있었다.

 엄숙한 법정의 분위기와 달리 대학교 강의실이란 점에서 다소 편안하게 진행되었으나 원고와 피고 쪽의 대리인들 사이의 공방이 치열했고 재판부와 양쪽 대리인들 간의 문답도 팽팽했다. 이날 재판부는 서울고법 민사 5부 이태종 부장판사(재판장)와 백강진 고등법원 판사, 이광영 고등법원 판사로 구성되었다.

 ‘캠퍼스 열린법정’은 재판부가 직접 로스쿨을 찾아가서 실제 사건을 재판하는 것으로 누구나 재판을 방청할 수 있고 재판이 끝나고 나면 바로 이어지는 질의응답 시간에 재판부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형태로 지난해 시작되었고 2014년엔 이날 처음으로 열렸다. 

 항소심에서 다룬 사안의 개요는 ‘저작권 침해’와 ‘부정경쟁행위’ 두 가지다. 피고 대한항공은 원고 쪽 마이클 케나가 찍은 사진과 유사한 김 아무개씨의 사진을 원고 허락 없이 광고 동영상에 이용하여 원고의 사진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금 3억원을 청구했다. 피고가 광고 동영상에 김 아무개의 사진을 사용한 행위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차목의 부정경쟁행위에도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마이클 케나는 2007년 2월 무렵 삼척시에 있는 솔섬을 촬영했고 이 사진을 발표했다. 김 아무개는 2010년 8월에 솔섬을 촬영했고 그해 10월 대한항공이 주최한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입선으로 당선되었다. 2011년 1월 마이클 케나의 사진전이 서울에서 열렸고 솔섬 사진도 포함되어 있었다. 2011년 8월 김 아무개의 사진을 이용한 동영상광고가 방송되었다. 김 아무개씨는 여러 차례 “자신이 솔섬을 찍기 전에 마이클 케나의 솔섬을 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풍경을 어느 계절, 어느 시간, 어느 장소에서 어떠한 앵글로 촬영하느냐의 선택은 일종의 아이디어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다”고 했고, “두 사진의 전체적인 콘셉트와 느낌은 유사하나, 서로 다른 점도 많아 실질적 유사성이 없다”고 판결해 원고쪽이 패소했다.
 
 이날 공개변론에서 재판부는 날카롭게 양쪽 대리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먼저 원고 쪽에게.
 재판부: 부정경쟁행위의 요건인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와 관련하여 마이클 케나가 이 사건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는지, 마이클 케나가 솔섬을 우연히 발견했고 다른 사람도 우연히 발견할 수 있는 장소라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있을 것 같다.
 원고 대리인: 해당 장소를 가보면 솔섬이라는 피사체는 쉽게 눈에 띄는 피사체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도로가 아닌 곳에 있으며 먼 곳에서 심미안이 있는 마이클 케나가 발견하고 찾아들어갔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 오랜 시간을 머물렀고 폴라로이드카메라로 먼저 스케치를 해보는 등 이 사진의 구도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재판부: 솔섬과 그 반영의 결합에 의한 조형미가 이 사진의 핵심이라면 그 모양과 반영은 결과적으로 구도, 즉 촬영장소에 종속되는 것 아닌가? 촬영장소를 어떻게 선택하는지에 따라 솔섬과 반영은 다르게 표현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그 주장은 결국 구도 자체만을 저작권으로 보호하겠다는 것으로 들릴 위험이 있다.
 원고 대리인: 이 사진에서 핵심 창작 요소는 솔섬과 그 반영의 결합에 의한 조형미가 맞지만 형태와 윤곽선의 형태에 저작물성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형태와 윤곽선을 표현하기 위하여 노출, 방향 조절, 셔터 타이밍을 포착하는 등의 촬영표현기법에 저작권이 있다는 것이다. 표현에 창작성이 있다는 뜻이다.
 
 피고 쪽에게.
 재판부: 피고의 주장처럼 사진을 분해해서, 피사체는 보호되지 않고, 구도는 보호되지 않고,  노출 정도는 보호되지 않고, 이렇게 나눠버리면 사진저작물은 보호할 수 없게 되겠다. 그러한 아이디어 차원의 것을 결합하여 창작물의 표현을 만들어낸 결과물에 보호가치가 있는 것인데 피고에 따르면 데드 카피 외에는 보호할 수가 없게 되겠다. 저작물 인정에 실효성이 없어질 문제가 있다. 어떤가?
 피고 대리인: 사진 저작물의 특성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판사: 피고 대리인이 원고 대리인의 입장이라도 그렇게 주장할 수 있을까?
 피고 대리인: 솔섬 같은 피사체가 보호받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솔섬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윤곽선, 형태 자체는 보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곽선을 뭉개거나 안개를 함께 촬영하는 등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나 윤곽선과 형태 자체는 보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고와 피고 쪽은 모두 이날 전문가 한 명씩을 불러서 각자의 입장을 옹호하는 의견을 청취했다. 원고 쪽은 사진가 박종인씨를, 피고쪽은 한국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아카데미 원장 이기명씨를 각각 증인으로 신청했다. 원고쪽 증인에게 피고쪽 대리인은 “사진을 전공했는지, 사진기자인지”를 물었는데 박종인씨는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고 사진기자가 아니지만 20년동안 글과 사진을 통해 여행기사를 만들어왔다”고 답했다. 피고인 대한항공쪽 증인에게 원고쪽 대리인은 “이기명씨는 대한항공에서 주최한 사진공모전의 심사위원을 맡은 적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몇 번이나 심사에 참가했는지”를 물었고 이기명씨는 “너댓번 된다”고 답했다.
 
  2심의 선고기일이 12월 4일임을 알리고 이날 법정은 끝이 났다. 곧이어 그 자리에서 재판부가 그대로 참석한 가운데 로스쿨 학생들과 방청객을 위한 질의응답 시간이 진행됐다. 방금까지 재판을 지켜본 뒤 바로 질문을 하게 했으니 생생한 현장교육의 취지가 돋보였다. 재판부는 학생과 일반인의 질문에 의욕적이고 친절하게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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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ourt00000002.JPG » 학생이 질문하고 있다.

opecourt00000004.JPG » 질의 응답은 법학과 수업처럼 진지했다.

  

 학부에서 공학을 전공한 뒤 로스쿨에 진학했다는 한 남학생이 “(원고인) 마이클 케나쪽에서 저작권법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인한 청구를 동시에 하고 있는데 지적재산권 보호가 미흡해 부경법도 함께 제시한 것이냐”고 질문했다.

 재판부는 먼저 “공대를 나왔으니 (법조계에 진출하게 되면) 그쪽 관련분야에서 업적을 이루시라”고 덕담을 한 뒤에 “항소심에서 부경법까지 선택적으로 추가해서 원고 쪽에선 적절히 잘 대처했다고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지적재산권이 미흡한 것처럼 보이는데 법원에선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더라도 금전적 배상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며 세미나와 학회를 열어 결과를 공유하는 등 한국법원의 손해배상액수가 적절한지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런데 일반인의 생각과 달리 그렇게 액수가 적지는 않다”며 “손배액을 정하는 것이 어렵고 형법에서도 그렇지만 법원의 재량으로 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노력한다. (내용을)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어서 누가 봐도 분명한데 부경법에 열거되지 않았던 이유로 구제받지 못한 사례도 있어서 조율을 한다. 불확정개념을 많이 도입해서 엄격하게 해석해야한다”라고 자세하게 답변했다.

 역시 로스쿨에 재학 중인 한 여학생은 “대한항공 쪽이 (사진을) 이용할 의사가 없었다거나 몰랐음에도 불구하고 지적재산권 침해가 있다고 한다면 고의가 인정되는 것인지 일반적인 기준은 무엇인지” 물었다. “소설의 경우 같은 내용의 소설이 있는데도 모르고 과거에 비슷한 소설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지적재산권침해가 성립한다는데 맞는 것인지”도 질문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소설 같은 것도 저작권에 따라 보호를 받는다. 소설도 표현에 저작권이 있는데 줄거리가 비슷한 것은 저작권 대상이 아니다. 표현을 베낄 때 저작권 침해가 발생한다. 사진도 마찬가지라서 이 사건도 마이클 케냐가 사진으로 표현한 것을 피고 쪽의 김 아무개씨가 표현했는지의 여부가 문제다. 피고 쪽에선 ‘우린 경제적으로 이용할 목적이 없다.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산하를 널리 알리기 위한 공익광고다’라고 하는데 피고 입장을 엄밀히 분석하면 아름다운 산하를 알리면 직접 (대한항공이) 솔섬이 있는 그곳에 취항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한항공의 이미지가 올라가므로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 쪽이 ‘우리는 경제적으로 목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혹시 이 사건에서 저작권 침해가 인정될 경우 경제적, 의도적이 아닌 순수한 경우는 손해배상 액수 산정에 있어 차별을 둘 가능성이 있으므로 다목적으로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판부는 보충 답변을 통해 “모르고 창작하였는데 똑같은 결과물이 나왔다면 ‘독립창작’이라고 하여 저작권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그럼에도 너무나 현저히 같으면 ‘스트라이킹리 시밀래러티(strikingly similarity)’라고 해서 침해로 추정되는 것을 자기가 입증해야 한다. 그런 것이지 무조건 침해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곽윤섭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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