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사진과 유사하게 찍은 사진을 광고에 쓴다면 저작권은?

곽윤섭 2014. 01. 10
조회수 37390 추천수 1

대한항공, 마이클 케나 ‘솔섬’ 작품 닮은꼴 사진 사용

작가의 한국대행사 소송으로 ‘사진의 창작’ 법정공방

 

 

Pine Trees, Study 1, Wolcheon, Gangwando, South Korea, 2007.jpg » 솔섬 1번/Pine Trees, Study 1, Wolcheon, Gangwando, South Korea, 2007

 

Pine Trees, Study 3, Wolcheon, Gangwondo, South Korea. 2011.jpg » 솔섬3번/Pine Trees, Study 3, Wolcheon, Gangwondo, South Korea. 2011.jpg  

 

 aaa.jpg » 대한항공 광고 유투브 영상에서 갈무리.

 

사진 저작권과 관련한 아주 어려운 사례가 법정에 섰다. 영국 출신의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사진마을 소개기사)가  유명한 ‘솔섬’ 사진을 둘러싼 문제로 한국법정에 증인으로 서게 됐다.
 사안을 요약하며 이렇다. 마이클 케나는 지난 2007년 강원도 삼척에 있는 작은 섬을 촬영했다. 당시만 해도 그 섬의 이름은 ‘속섬’으로 알려졌었고 지금도 현지의 표지판엔 속섬으로 표기되어있는데 마이클 케나가 촬영한 뒤 그의 작품에 ‘파인트리(pinetree)‘란 이름을 붙이면서 사진애호가들 사이에서 ‘솔섬’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LNG 생산기지가 들어올 무렵이었는데 섬 자체가 사라질 뻔한 위기를 모면한 것은 ‘솔섬’사진의 힘이 컸다. 물론 섬 자체는 보존되었지만 주위엔 시멘트 구조물이 들어섰고 현재 주위 경관은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2011년 2월 마이클 케나는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고 ‘솔섬 1번’도 전시가 되었다.

 

 

 논란은 대한항공이 2011년 8월부터 10월까지 텔레비전에서 광고를 하면서 “솔솔 솔섬”이라는 내용으로 마이클 케나의 ‘솔섬’과 유사한 사진을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2011년 당시 전시를 개최했던 공근혜갤러리의 공근혜관장은 “당시에도 저작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으나 망설이다가 지나가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2013년 상반기에 한 광고기획사가 한 회사의 신제품 스마트폰 광고를 기획하면서 마이클 케나의 ‘솔섬 3번’ 사용에 대한 문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저작권에 합당한 사용료 문제로 협의가 진행되다가 제품업체의 임원이 “사진을 컬러로 교체하면 좋겠다”라고 지시를 내렸고 공근혜갤러리쪽에 마이클 케나의 사진을 컬러로 변환하면 어떻겠느냐고 문의했다. 아마도 마이클 케나가 들었으면 기겁을 했을 것이다. 원래 흑백으로 촬영한 이미지이므로 갤러리는 당연히 불가하다고 의사를 밝혔다. 광고회사에선 마이클 케나의 사진을 쓰지 않겠다고 알려왔다.

  그러던 중 일이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다. 그 광고회사에서 사진아카이브 업체를 통해 아마추어작가가 찍은 컬러 ‘솔섬’ 이미지를 찾았고 다시 갤러리에 문의가 왔다는 것이다. “(찾아낸) 컬러 사진을 사용하고 대신 원저작권료로 1,000만원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역시 갤러리에선 거부했다. (그 뒤 해당 기업에선 사진 사용을 포기했다.) 

  이 대목에서 갤러리쪽은 대기업에 대해 사진에 관한 인식을 환기시키겠다고 결심하고  차근차근 침해사례를 밝히기 위해 2011년의 대한항공의 사례부터 소송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공 관장은 “그래서 7월에 소송을 결심하고 진행했다. 갤러리나 유명 사진작가를 이렇게 상대하니 일반인들이 찍은 사진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싶었다”고  말했다. 

 올 1월 14일로 예정된 1심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인 케나의 입장은 명확하다. 그는 “(광고에 나온) 컬러 사진은 내가 이전에 작업한 솔섬 이미지와 너무나도 흡사하다. 구도도 거의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케나는 “다른 사진작가의 작품을 비평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은 아니다”라며 “어떤 소재를 놓고 촬영하는 방법과 사진작가가 자신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 물론 그 사진은 컬러에 직사각형이고 내 사진은 흑백에 정사각형이지만 이것을 배제하면 우리는 정확히 같은 촬영 지점에 서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관련 보도에 따르면 대한항공쪽은 이번 소송과 관련해 "광고에 사용한 작품은 역동적인 구름과  태양빛이 어우러져 다양한 색채로 표현한 것으로 케냐의 것과는 전혀 다르다"며 "케나 이전에도 솔섬을 촬영한 작가는 많고 자연경관은 누구나 자유롭게 촬영 가능한 것이어서 독점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케나의 한국에이전시인 공근혜갤러리가 대한항공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갤러리쪽을 담당하는 조상규 변호사는 “사진저작권이 형성되기 위한 해당 구성요소로, 아이디어, 장소, 시간, 위치, 포괄적인 각도, 셔터스피드, 조리개, 피사체의 크기, 색상 등 아홉가지 기준으로 판단할 때 마이클 케나의 사진과 대한항공이 사용한 사진을 비교해보면 절반 이상이 같으므로 ‘실질적 유사성’이 형성되므로 모방작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현재 이 사건의 핵심이 상당히 왜곡되어 알려졌다”며 사건의 본질을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1. 마이클 케나뿐만 아니라 이 세상 누구든지 월천리에 있는 ‘솔섬’을 찍을 수 있다. 자연물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는 소송이 절대 아니다. 자연경관에 대한 독점적 촬영권을 주장하지 않고 있다. 피사체에 대한 소송이 아니다.
 2. 이번 소송의 핵심은, 마이클 케나의 ‘솔섬 1번’은 마이클 케냐의 시선으로 담은 작품이 창작성을 침해당한 것이며  그 작품을 모방한 작품을 광고에 상업적으로 활용한 사안에 대한 소송이다.
 3. 원래 대한항공 사진공모전에 출품된 작품의 제목은 ‘월천리’였다. 이를 ‘솔섬’으로 바꾸어 광고에 사용했다. 만약 광고에 작품을 사용하면서 제목을 ‘월천리’였거나 현지에서 쓰는 지명인 ‘속섬’으로 했다면 상황은 많이 달랐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사진이 아닌 동영상을 사용했다면 상황은 또 달랐을 것이다. 대한항공은 공모전에서 입선한 사진을 광고에 쓰면서 마이클 케나의 작품과 유사한 느낌이 나도록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4. 월천리에 있는 속섬(솔섬)을 새로 찍어서 사용하더라도 전혀 다른 포인트나 앵글 등으로 찍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조상규 변호사는 “인터넷에서 솔섬, 혹은 속섬으로 이미지 검색을 해봤다. 사진이 과연 많긴 하지만 마이클 케나처럼 찍은 사진은 찾을 수가 없었다. 마이클 케나가 작품을 그동안 쉽게 찍어왔다면 말을 꺼낼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공 관장은 “2007년 마이클 케나가 ‘솔섬’을 찍어서 화제가 되고 난 뒤에 <마이클 케나 솔섬 따라잡기>라는 것이 유행했을 정도로 솔섬의 촬영 포인트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었다. 이는 명백히 아이디어를 모방하는 유행이 있었다는 뜻이다. 이 자체로는 문제가 없다. 다만 기업이 그 사진을 상업적으로 쓸 때는 사진창작물에 대한 침해가 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대기업의 횡포에 대해 분노하기 때문에 소송을 하는 것이다.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사진의 원작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의 주장은 아마도 판례에서 나온 것 같다. 검색해보니 대법원 2001. 5. 8. 선고 98다43366 판결(@@@사건)에서 @@@을 찍은 제품 사진에 대한 저작권을 판단하는 근거가 있었다. 대법원은 “사진저작물은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셔터찬스의 포착, 기타 촬영방법, 현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되어야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짧게 쓰고 싶었으나 세부사항을 생략하면 발췌 왜곡의 함정에 빠질 듯하여 좀 길어졌다. 사건의 핵심을 다시 한번 요약정리하면 이렇다.
 

 

1. 사진은 자연의 모방인데 사진 작품에 창작성이 있는가?
 1862년 마예르와 피에르송 대 베트브데르와 슈바베 송사(파기원: 프랑스 최고재판소) 결과: “수공과 독립적인 완성은 대체로 그 풍경의 재생이나 시점의 선택, 음영 효과의 대비에 의존하며, 초상에서는 인물의 자세와 의복 또는 장신구 배치에 의존하는데, 이 모든 것은 예술적 감정에 좌우되며, 사진가의 작업에 그 개성의 자취를 새긴다.”라고 판결하며 사진의 예술성을 인정했다.
 2. 사진을 보고 조각하거나 그림 그리면 창작일까 모방일까?
 이와 관련한 내용은 지난 기사에서 자세히 소개했다.  사진을 보고 조각을 의뢰 제작한 제프 쿤스는 “풍자적 개작”이라 주장했지만 패소당했다.
 3. 그렇다면 사진을 보고 모방해서 찍으면 창작일까 아닐까?
 자연물은 만인의 것이니 그에 대한 소유권 같은 것은 없다. 그런 상식에 대해선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고 마이클 케나의 솔섬 사진 사건은 그런 사건이 아니다.
 창작물이고 예술로 인정받은 사진이란 매체의 속성을 고려한다면 어떤 사진을 보고 그와 유사하게 찍으면 창작일까 아니면 저작권 침해일까? 이것이 위 기사의 요약이다.

 

위 기사를 쓴 뒤에 10일 저녁 전시개막에 참가한 마이클 케나를 공근혜갤러리에서 만났고 짧게 인터뷰를 했다.

 

-화요일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그런 경험이 있었나.
=단 한번도 그런 경험이 없다. 변호사와 상의할 것이다. 무슨 일인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이번이 마지막이면 좋겠다.

 

-이런 사례가 또 있을까?

=글쎄 국제적으로 보더라도 흔치 않은 일이다. 작가와 미리 상의하지 않고 상업적 용도로 사용했다. 갤러리와 변호사가 잘 처리할 것으로 기대한다.

 

-누군가 한국에서 2007년 전에 솔섬을 찍은 적이 있다고 한다.
=본 적이 없어서. 출판물을 본적도 없다. 모든 사람이 솔섬의 소나무를 찍을 권리가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저작권을 가진다. 난 사진가일뿐 변호사가 아니다. 그래서 판례 같은 것을 공부한 적이 없어 잘 모른다.

 
-당신 사진과 다른 사람의 사진의 차이가 있는가? 좋고 나쁜 사진의 차이?

=글쎄 구성, 창의성, 개인적 특징. 인화의 질등을 고려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한항공 광고에 쓰인 사진과 당신 솔섬의 차이는?
=컬러고 난 흑백이다. 난 장노출이고 그 사진은 노출시간이 짧다.
 
-당신 사진의 가격은?

=에디션에 따라 2,000달러에서 7,000달러 정도 한다. 작가의 명성에 따라 가격이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닌가?  
 
-이기고 싶은가?
=나로선 그래야 되는거 아닌가? 돈 때문이 아니다. 내 사진의 가치에 대한 어떤 원칙이 있어야 한다. (웃음) 사실 별로 재판 같은 거 관심없다. 난 사진가다.   

 

대한항공의 광고에 사용된 사진을 찍은 헤르메스에게 쪽지로 인터뷰를 했더니 좀 전에 이메일 답장이 왔다. 가감없이 전문을 옮긴다.

 

 금번 문제가 된 월천리 솔섬의 작가인 김성필입니다.
 쪽지 잘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많은분들이 이번 소송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계신것 같아 조금 놀랐습니다.
 
 우선 마이클 케나의 작품을 알고 있어냐는 질문에 답변을 드리면 사진을 처음 접하고 당시 취미로 함께 촬영하시던 선배들로부터 월천리 솔섬이라는 촬영장소를 알게되었구요. 그 이후 마이클 케나가  이곳을 촬영하여 유명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워낙의 유명한 작가이시니 사진에 관심있는 저로써는 당연히 작품을 보았구요. 지금 문제가 된 사진은 마이클케나의 솔섬사진을 알고 난 이후에 촬영한것은 맞습니다. 
 
 두번째 그의 작품을 참고해서 촬영을 했느냐에 관해서 말씀드리면 우선 절대 아닙니다 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에다 무엇보다 촬영시 저만의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낸 결과물인데 단지 구도가 비슷하다는것만으로 그리고 피사체가 같다는것만으로 모조작이라는 단정짓는것에 대해 풍경사진을 지금껏 촬영해온 저로써는 참으로 답답합니다. 만약에 이 소송이 마이클케나측으로 승소한다면 대한민국에 유명한 촬영 포인트는 아마도 처음 이곳을 촬영한이에게 모두 저작권이 걸리지는 않을까 모르겠네요. 저 역시 사진을 처음 시작할쯤에는 그냥 셔터를 막 눌러 얻어 걸린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사진을 촬영하다보니 출사지에 가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떻게 표현할까, 어떤 구도가 좋을까, 이건 촬영후 어떤식으로 보정을 할까등 다양한 고민을 한후 촬영을 하게 됩니다. 어느정도 사진에 테크닉이 붙다보니 의도하지 않은 사진이 더 좋은 결과물로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대체적으로 의도한 대로 사진의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더 많지요. 마이클케나 역시 월천리 솔섬 촬영시 그만의 의도대로 촬영을 했겠지만 저역시 제 의도대로 촬영을 한 사진입니다.
 
당시 상황을 말씀드리면 솔섬 촬영시 아침의 여명이 참 좋았고 반영까지 나오다보니 하늘의 화려한 여명을 반영에 한프레임에 담아보고 싶었고 너무 그림같은 느낌이 나오기에 조금 역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또 구름의 흐름을 함께 담으려고 장노출로 촬영을 했습니다. 하늘의 여명과 반영이 좋다보니 어느쪽에 구도를 더 배당하기 보다는 소나무를 센터에 두는 것이 가장 적절한 위치라고 여겨서 잡은 구도입니다. 마이클케나 측에서 모방을 하기위해 일부러 똑같은 구도에서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그곳을 가서 촬영 해본 사람이라면 다들 아실겁니다. 월천리 솔섬 그곳에 가면 누구나 그렇게 찍을 수 있는 구도인데 그가 촬영할 당시 제가 옆에 있었던것도 아니고 그의 사진을 들고 그가 찍은 포인터를 찾아 찍은 것 또한 아닌데 어쩌다 보니 비슷한 위치에서 촬영한걸 가지고 제가 일부러 그렇게 촬영했다고 하니 참으로 황당합니다. 
 
 마이클케나가 월천리 솔섬을 널리 알린건 인정합니다만 마이클케나 이전에 월천리 솔섬을 촬영하여 공모전등에서 수상하신분들도 계십니다. 사족이기는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마이클케나측에 궁금한점은 예전에 어느 기사를 보면 우연히 길를 가다 이곳을 발견해다고 한것 같은데  사실 이곳의 위치가 차를 타고 가거나해서 그냥 쉽게 보여지는 위치가 아닙니다. 대로변에서 월천리 해변쪽으로 조금 들어가야 지금의 구도를 만날 수 있는곳입니다. 그러면 한국에 사는분도 아닌 해외에 거주하는 작가가 이곳을 어떻게 알고 촬영을 했을지.... 워낙에 실력을 겸비한 분이시기에 얼핏보고도 작품이 되겠다고 해서 그곳을 찾았는지 아니면 혹시나 이전에 촬영한 다른분들의 작품을 보고 본인만의 의도대로 촬영을 했는지 저는 궁금합니다.
 


 

 

3차공판은 오는 14일 서울중앙지법 제13민사부 심리로 열린다. 그날 최종 결심이 나오진 않을 것이다. 다만 그 과정부터 결과까지 모두 궁금하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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