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본고장 대구에서 열리는 사진축제

곽윤섭 2014. 0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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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향연, 대구사진비엔날레 

사진 보고 찍고 먹고 즐기고

 

IMG_0680.JPG » 주전시가 열리는 대구문화예술회관

 

 

 2014년 대구사진비엔날레가 9월 12일에 시작되었으니 이제 2주일이 지났다. 10월 19일까지 열리니 3주일이 남았다. 시작이 절반이라고는 하지만 한 달이 넘는 긴 행사이니 이제 슬슬 구경 가도 좋을 시점이 왔다. 12일 개막행사때 취재했고 후속취재를 했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가보고 판단하라는 것이다. 전시장 근처에도 안가보고 뭐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세계 31개국의 250여명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대규모의 행사이며 이런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대구비엔날레의 개요를 정리하자면 주전시와 나머지 전시로 나눌 수 있다. 주전시는 <기원, 기억, 패러디>로 알레한드로 카스테요테가 기획했다. 비엔날레 같은 대형 행사의 정체성은 주전시에 달려있다. 나머지 전시로는 <이탈리아 현대사진전>, <전쟁 속의 여성>, <만월: 하늘과 땅의 이야기> 등이 있는데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단독전시장만큼 크다. 이중 <전쟁 속의 여성>은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열리고 주전시를 비롯한 나머지는 모두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개막식행사에서 천꾸러미를 하나 받았다. 200쪽 안팎 국배판(A4와 비슷한 크기)으로 비슷비슷한 두께의 도록 세권이 들어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주전시 <기원, 기억, 패러디>를 담은 것이다. 기획자 알레한드로 카스테요테가 쓴 서문이 무려 28쪽에 걸쳐 빽빽이 나열되어있어서 읽느라고 한참 걸렸다. 기획자가 혼자 다 쓴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종횡무진하는데 주전시를 이해하는데 애로가 ale.JPG » 주전시기획자 알레한드로 카스테요테있을 것으로 예상해서 아주 친절하게 안내하려고 노력했다.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거론하여 주장을 끌고나간다는 점에서 이상하게도 한국의 사진평론가들과 비슷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저마다 다른, 다를 수밖에 없는 18개국의 32명 작가들에 대해 설명을 해야했으니 머리에 쥐가 났을 것 같다. 개별 작가와 작품에 대한 소개에 앞서 서문 중의 서문에 해당하는 글 중에서 조금 도움이 될 것 같은 부분을 직접 인용한다. 
 “19세기에 사진은 과학적 합리주의를 위한 필수적인 도구였다. 중립적으로 보이는 기계장치로써 사진은 자연현상 및 인류에 대한 자연주의적 연구에 대한 모든 이론의 척도이자 검증수단이 되었다. 다시 말하면 사진은 실증주의 안에서 근대유럽인을 가장 뛰어난 인류의 원형으로 서술했다.” 13쪽
 “이러한 연구과정에서 <데카르트의 오류>가 출간된지 2년 만에 이탈리아 출신의 신경학자 자코모 리촐라티와 그의 동료들이 거울신경세포를 발견했다. 거울신경세포는 경쟁과 모방을 통해 두뇌로 하여금 다른 사람의 관점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인간이 사회화에 기여하며, 환경으로부터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가진다. 즉, 거울신경세포는 인간의 공감능력을 담당한다.” 13쪽
 
 주전시의 제목 <기원, 기억, 패러디>가 어떤 의미인지 기획자 알레한드로 카스테요테가 설명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내가 보기에 이런 것이다. 기원(Origines)은 원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원형이다. 기억은 원래 있었던 것에 대한 인간의 기억이다. 사람들은 뇌세포를 이용해 머릿속에서 기억을 형성해낸다. 사진이 탄생하기 전까지 주로 회화가 담당했던 이 영역은 그러니까 개별 인간마다 다르게 ‘기억’해내곤 했다. 사진이 나타나자 “사진은 과학적 합리주의를 위한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던 것이다. 패러디는 변형이다. ‘기원’을 모방한 ‘기억’의 모방이다. ‘원형’을 사진으로 모방해 ‘기억’이 되었고 이제 모방의 모방이 패러디로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기획자 알레한드로가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 어렵게 생각될 수 있다. 각설하고 전시장투어를 시작했다. 이런 의문에 즉답이라도 하듯 주전시의 첫 방을 차지하고 있는 로베르트 후아르카야의 초대형 포토그램이 시선을 끌었다. 그는 페루지역의 아마존숲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시도했으나 “현대의 카메라로는 정글의 경험으로부터 얻게 되는 수많은 감정을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175년전의 방법인 포토그램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렌즈나 카메라 없이 사물을 사진으로 만들어내는 방법인데 깜깜한 밤중에 30미터 길이의 감광지를 긴 나무 뒤에 설치하고 인공조명으로 빛을 줘서 숲, 생물 등을 인화지에 감광시키는 것을 말한다. 결과적으로는 나무나 잎이 놓인 곳의 감광지는 빛을 받지 못하여 하얗게 남고 나머지는 빛을 받아 검게 타들어간 것이 포토그램에 다름없다. 알레한드로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지만 눈에 보이는 사진(포토그래피)과 명백히 다르다. 알레한드로는 도록의 서문 16쪽에서 “역사란 더 이상 구술이나 서면으로만 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롤랑 바르트의 말을 빌면서 설명하고 있으나 역시 오용이다. 바르트가 말한 사진은 추상적인 사진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사진이었다.

IMG_0703.JPG » 후아르카야의 30미터짜리 대작 포토그램  
 
 어찌되었든간에 후아르카야의 초대형 포토그램은 장관이며 대구사진비엔날레 주전시의 첫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실물 크기의 아마존 나무가 쓰러져있는 느낌이 전시장에 그대로 재현되어있다. 전시장 조명도, 밤에 아마존에 머무는 기분을 주기위해 어둡게 했다고 한다. 감광지 설치에만 2주일이 걸렸으며 소형 플래시 외에도 번개나 별빛도 이용했다고 한다. 또한 현장에서 현상을 했다고 한다. 전시장에서 설명을 하던 로베르토 후아르카야에게 질문했다.

 
 -이렇게 대형사진을 현장에서 현상처리했으면 폐수가 많이 나왔을 것인데 어떻게 처리했는지?
 “각별히 신경썼다. 300킬로그램짜리 드럼통 3개의 폐수가 나왔으며 리마(페루의 수도)까지 운반하여 깨끗하게 처리했다”  
 -이렇게 큰 나무가 너무 반듯하고 곧게 보인다.
 “아마존에선 이 정도 나무는 아주 작은 편이다.”
 
 첫 방에는 후아르카야의 포토그램과 더불어 아마존에서 무숙 놀테가 찍은 ‘사진’과 로버트 자오 런후이가 자외선 필터로 찍은 ‘사진’도 같이 전시되고 있다. 관객들은 어두컴컴한 방에서 빛을 내는 이 사진들 앞에서 신기한 나머지 자리를 뜨지 못하고 살펴보고 있었다.
 
 다음 방에서는 안젤리카 다스의 프로젝트 <Humanæ>가 관객을 맞이한다. 이 사진들은 각기 다른 피부색을 가진 모델들의 얼굴사진으로 모두 프로젝트에 자원한 사람들의 사진이다. 작가는 가끔 전시장에서 바로 자원을 한 관객의 얼굴을 찍기도 한다. 특이한 것은 각 피부색을 가진 인물의 배경은 후보정작업으로 다시 색을 입히는데 그 색은 해당 인물의 코내서  윗부분에서 11X11픽셀 크기로 따온다는 점이다. 안젤리카 다스는 전시장에서 “동일 인물이라도, 예를 들어 맥주를 한잔하고 나면 콧등의 색깔이 붉어지기기도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사진전의 취지가 자명하고 훌륭하다. 피부색으로 어떻게 사람들을 구분할 수 있겠는가 하고 웅변하는 것이다. 사진 앞에서 다른 군소리가 필요없다.

IMG_0709.JPG » 안젤리카 다스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주전시에서 또 하나 시선을 끌었던 것은 이란 사진가 아자데 아크흐라기의 <바이 언 아이위트니스-By an Eye Witness>시리즈다. 1908년과 1998년 사이에 이란에서 발생한 역사적 현장의 순간들을 재현한 사진들이다. 내란과 폭동과 민간인 살인등의 사건인데 실제 현장 사진이 없어서 목격자들의 증언과 뉴스와 이란인들의 집단적 기억으로만 존재하는 내용들을 꼼꼼하게 다시 구성했다. 영화의 ‘스틸사진’ 장면과 똑같다. 쉽게 이해하자면 영화 명량의 한 장면이라고 보면 된다. 역사적으로 일어났던 일들을 재구성한 것이다. 숱한 배우들이 등장하여 생생한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도록 했다. 폭발이 일어나고 총을 맞은 사람이 쓰러지고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른다. 이 중 어느 한 장이라도 실제로 찍은 것이라면 정말 대단한 특종이다. 로버트 카파가 찍은 <쓰러지는 왕당파 병사>가 떠오르지만 아주 썰렁한 사진이다. 가장 유사한 실제 영상장면은 1981년 사다트 암살사건의 현장을 담은 동영상 정도가 되겠다. 카파의 사진과 사다트 사건의 영상은 모두 실제다. 그러니까 주전시의 제목 중에서 기원에 속한다. 아자데 아크흐라기의 시리즈는 사진이지만 기억이다. 현실이 아닌 상황을 재현한 이 사진들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기원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이니 기억을 보여주는 것이고 어떻게든 후세에 역사로 남기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앞서 재인용했던 내용, 즉 기획자 알레한드로가 “역사란 더 이상 구술이나 서면으로만 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롤랑 바르트를 인용했던 이야기가 허구로 변한다. 사진이 탄생하여 역사라는 중개자가 필요없어졌다고 해놓고 다시 사진을 중개자로 만들어버렸다. 사진은 중개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했던 것의 증명인데 아자데 아크흐라기의 사진은 존재했던 것의 증명이 아니라 존재했던 것에 대한 재해석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카메라를 통한 결과물이란 점에선 여전히 사진이고 볼만한 가치가 있다.

Azadeh Akhlaghi_Tehran __Marzieh Ahmadi Oskuie 26 April 1974  Dimensions 110 x 318 cm 2012.jpg » 아자데 아크흐라기, 1974년 4월 26일 테헤란  
 
 주전시를 구성하는 나머지 여러 작품들 중에서는 <기원, 기억, 패러디>를 여러 방법으로 지탱하는 혼종들이 다양하게 들어있다. 이중 사진이라 부를 수 없는 것도 있으나 패러디라고 했으니 큰 틀에서 일관된 흐름은 있다. 취향에 따라 마음에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대형전시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이 아니니 보고 판단하라.
 
 다른 전시 중에선 <3인의 이탈리아 현대작가전>에서 마주친 비토리아 두소니의 인물과 거리인물이 시선을 끌었다. 비록 기자회견장에서 기획자 중의 한 명이 두소니의 사진들에서 계속 푼크툼을 찾을 수 있다는 엉뚱한 소리를 하긴했지만 그와 상관없이 볼만하다. 현대인의 공허함을 느낄 수 있고 최소한 사진은 사진이다. 사진이냐 아니냐는 식의 접근은 대구비엔날레의 이번 테마가 솔직하게도 <기원, 기억, 패러디>였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사진이 아닌 것을 사진으로 부르겠다는 주장이다. 그에 대해 반대하더라도 현대사진은 사진이 아닌 쪽으로 가고 있다.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사진에 현대 사진과 과거 사진의 구분이 있다는 것이 난센스다. 사진이 있고 사진 아닌 것이 있다.

Vittoria Dussoni_PETER - 01.jpg » 비토리아 두소니

  
 
 대규모행사이니 부대행사도 많다. <맛있는 사진관>은 대구 중구 종로 및 진골목 일대 식당 27곳에 사진을 전시하는 프로젝트다. 대구사진작가협회와 진골목 상가번영회, 종로 상가번영회가 참여하고 있다. 흔히 “대구엔 먹을 게 없다”라고들 하는데 이참에 그런 터무니없는 오해가 풀렸으면 좋겠다. 비엔날레 구경하고 <맛있는 사진관>가서 사진도 보고 대구의 맛을 음미하길 희망한다. 주전시가 열리는 대구문화예술회관에는 <월간 PHOTO 닷>이 기획한 <포토 북 라이브러리>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500여종 이상의 사진관련 작품집 및 도서로 구성된 도서관 형태의 휴식공간이다. 대구사진비엔날레의 과거, 현재, 그리고 사진계의 현황을 편히 볼 수 있는 공간이니 쉬었다 가자. 10월 3일과 4일엔 <대구근대골목촬영투어>가 준비되어있다. 계산성당, 이상화고택, 경상감영공원, 북성로 등 숨어있는 대구의 옛모습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다. 투어를 따라가면 비엔날레의 전시 중 <전쟁 속의 여성>, <대구 다큐멘터리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대구예술발전소에 도착하게 된다.
 
 다른 관점은 사진을 설명하는 글에 대해서다. 서문이든 평론이든 작가노트든 글은 글이고 사진은 사진이다. 사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데 그쳐야지 내 눈에는 안보이는데 글을 읽고서야 이해할 수 있다면 곤란하다는 점은 물러설 수 없다. 글로 사진을 설명하려고 들지 마라. 처음부터 글과 사진이 한 묶음이고 둘의 결합이 하나의 최종산물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그 역시 사진이라고 부를 순 없다. 대구비엔날레 뿐만 아니라 사진전을 소개하는 보도자료의 대부분이 말과 글의 향연으로 범벅되어있다. <사진으로 말하라>는 어떤 술취한 사진가의 허언이 아니라 사진의 본질이다.
 
 또 다른 관점은 대구비엔날레를 둘러싼 잡음에 관한 것이다. 예전에 대구비엔날레가 열렸을 때 대구 사진인들을 위한 행사이냐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된 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두 단계나 건너뛰어 표현한 것은 <대구 사진인들>의 실체를 어떻게 규정할지 몰라서이다. 무슨 말이냐면 내가 직접 대구비엔날레에 대한 불만을 들은 적도 있는데 그이가 대구 사진인에 포함되는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돌리지 말고 직접 말하자면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사진인들을 위한 행사로 국한되어서도 안되고 대구사진인들을 위한 행사로 국한되어서는 더욱 안된다. 전국민의 문화적 수준 향상을 위한 축제로 성장하고 더 발전하면 국제적인 행사로 거듭나야한다. 그럴리는 전혀 없겠지만 대구에서 사진을 찍는 한국사진작가협회 대구지부 사람들이라든가 혹은 대구를 기반으로 한 사진동호회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이런 행사에서 소외당했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한 것이다. 시간이 나든 안나든 대구문화예술회관에 꼭 가서 “전시장에 사람들이 많더라”라는 소문이 나게 해주는 역할을 할 사람들이 ‘대구사진인’들이다.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다. 여기에 인천사람들이 많이 구경가야 인천이 성공하는 것이다. 인천 사람들이 외면하면 서울이나 다른 지역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해방과 한국전을 통과하는 근대 한국사진의 본산이 바로 대구다. 그 자부심으로 대구비엔날레를 성공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구사진비엔날레 사무국 053-655-4789 (www.daeguphoto.com)
 

 

곽윤섭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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