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고로 손주병 앓는 ‘황혼육아’에 심신 종합처방

사진마을 2016. 04.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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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나이가 어때서 <7> 시니어맘 서포트 교실


 senior01.jpg » 대구시 수성구 대구광역시노인종합복지관 교육실에서 열린 ‘시니어맘 서포트 교실’의 ‘명품 육아 1’ 교육 도중 참가자들이 강사와 함께 몸놀이를 하고 있다.


 510만 맞벌이 가구 중 절반이 맡겨
 허리, 팔다리 아프고 우울증
 자녀와 양육방식 갈등까지
 
 74%가 그만두고 싶어해
 
 스트레스 줄이고 양육 정보 제공
 생활만족도도 높게
 레크리에이션·마사지·상담교실도
 
 “교육받는다니 며느리도 좋아해”

결혼 건수와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올해 1월 통계청 인구동향을 보면 1월에 태어난 아이는 3만9500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처음으로 4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결혼 건수도 2만3900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가량 줄어들었다.
 출산 인구 감소와 고령화 시대는 맞물려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조부모가 손자를 돌보는 ‘황혼육아’가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 조사는 맞벌이 가구의 황혼육아 비율이 2009년 33.9%에서 2012년 50.5%로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15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전국의 맞벌이 가구는 510만가구 정도 되는데 이 중에 절반가량이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1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현재 손자녀를 돌보고 있는 조부모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이들 중 73.8%(369명)가 손자녀 육아를 그만두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 돌보고 싶다는 조부모는 26.2%에 그쳤다. 그만두고 싶은 이유로는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다’(44.4%)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황혼육아 조부모들의 노동시간은 일주일에 평균 47시간이다. 조부모가 육아노동으로 허리, 팔다리, 심혈관계, 우울증 등 심신건강에 문제가 생기며, 양육 방식을 둘러싸고 자녀세대와의 갈등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조부모 세대와 부모 세대는 손자녀를 돌보는 방식을 놓고 서로 불만스럽다.
 
 ‘그게 뭐예요?’라고 관심 끌게
 대구광역시노인종합복지관은 2013년 대구 지역에선 처음으로 황혼육아로 생기는 조부모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손자녀 양육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며 생활만족도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시니어맘 서포트 교실’을 열었다. 올해 상반기에 제6기를 모집했고 3월부터 6월까지 12차례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50대 조부모가 늘어나 교육 프로그램 참여 자격 연령을 풀었다. 지난 1일 네번째 교육 프로그램 ‘명품 육아 1’ 강의가 열리고 있는 대구 수성구 대구광역시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아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교육을 받고 있는지 살펴봤다. 
 이날 강의는 한국와이교육상담연구소 특임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정희(44)씨가 맡았다. 김씨는 본인이 남매를 키운 경험을 예로 들어가며 조부모 10여명과 대화 식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큰애는 궁합이 맞았습니다. 뭘 지시하면 잘되고 그랬어요. 둘째는 성격이 달랐습니다. 나도 엄마로서 화가 날 때가 있었습니다. 예전엔 ‘나가서 너 혼자 살아’ 이렇게 야단치면 ‘엄마, 잘못했어요’ 그러면서 해결이 되었는데 둘째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신발장으로 가더니 ‘엄마, 무슨 신발 신고 나갈까요? 운동화 신고 갈까요?’ 이런단 말이에요. 내 작전과 달라지는 거지요.” 김씨의 재치있는 입담에 참가자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청소년 전문상담 경력이 많은 김씨는 조부모들을 위해 손자녀들에게 어떻게 다가서면 좋은지에 대해 상세한 조언을 건넸다.
 김 강사는 “아이들은 거울을 보면서 자라니 그 거울이 반듯해야 합니다. 부모도 거울이고 조부모, 교사, 이웃이 모두 거울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이상한 아이는 없으니 너는 참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려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서 손주들이 다가오게 만들어야 해요.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중학생들이 상담 중에서 가장 힘든데 이들의 요구사항도 ‘재미’입니다. 재미없으면 안 합니다. ‘할아버지, 그게 뭐예요?’라고 관심을 끌게 해야 합니다. 긍정적으로 존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겨울에 여름 샌들을 신고 유치원에 가겠다면 그럴 수도 있으니 아주 위험하지 않으면 그렇게 하라고 하세요. 스스로 고칩니다. 교육이란 것은 가르치려고 들면 안 돼요. 잔소리밖에 안 됩니다. ‘할머니 미워’라고 말하면 ‘그래 듣고 보니 할머니가 미울 수도 있겠구나!’라고 접근해야 합니다. 훈육을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열 번에 한 번꼴로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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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우리가 거두어줄 차례”
 강의는 몸놀이로 이어졌다. 김씨는 참가자들을 동그라미 모양으로 앉게 한 다음 ‘혼자 왔어요’, ‘빈방 있어요’ 등의 놀이를 진행했다. 강사와 참가자들 사이뿐만 아니라 교육에 참가한 할머니, 할아버지들 사이의 유대감도 높이는 시간이었다.
 강의를 마치기에 앞서 김씨는 참가자들 모두에게 느낀 점을 말할 기회를 줬다. 외손녀를 7년 키운 경험이 있는 이동영(67)씨는 지금은 친손주 둘을 돌보고 있다. 이씨는 “우리 손주들에게 늘 왕자님, 공주님, 내 사랑, 이렇게 부른다. 동네에서 아주 소문이 났다. 남의 애기라도 그렇게 부르고 다닌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날 보면 아주 공손하게 절을 한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어른들에게도 깍듯하다”고 경험담을 말했다. 경북 안동에서 무남독녀로 태어난 이씨는 어릴 때부터 조부모 아래서 자랐다. 지혜롭고 인자한 ‘평산 신씨’ 할머니는 평생 야단 한 번 치지 않고 이씨를 키웠고 이씨가 결혼해서 낳은 3남매도 돌봐주셨다고 했다. 이씨는 “이제 우리가 거두어줄 차례가 된 것 같다. 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모자라는 점을 배우려고 여기 왔다”고 했다.
 범어동에서 온 김경남(70)씨는 쉰네살 되던 해인 2000년에 수능 시험을 쳐서 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졸업했다. 김씨는 “우리 세대가 키울 때는 칭찬보다는 지적을 했고 가르치려고 들었던 것 같다. 손자, 손녀는 직접 봐줘야겠다 싶어서 늦게 대학을 갔다. 시대가 바뀌었고 다시 배우니 좋았다. 자식들이 미국에 있어서 두어 번 갔는데 4살짜리와 100일 된 손주가 있다. 올가을에 손주들을 돌볼 일이 있는데 오늘 교육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며느리에게 내가 황혼 육아 교육을 받고 있다고 말했더니 너무 좋아하더라. 우리는 고부간에 사이가 좋다. 열심히 배우려고 한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또다른 참가자가 “나는 아직 손자가 어린데 한번씩 봐줄 때는 힘들더라. 학교에 가야 하는데 ‘일찍 일어나줄래?’라고 하면 어떤 날은 들어주는데 어떤 날은 절대 안 되더라. 그게 힘들더라”라고 하자 김 강사는 “대단하시다. 우리가 다음 시간에 배울 것이 ‘지시와 명령보다는 안내와 부탁’인데 우리 어르신은 이미 부탁이란 것을 알고 계신다”고 격려했다.
 
 육아방식 불일치가 43%로 최고
 국립국어원은 2012년에 손주병이라는 신조어를 제시했다. 이는 맞벌이 자녀를 대신해 조부모가 손자녀를 돌보다가 생기는 건강상의 문제점을 뜻한다. ‘시니어맘 서포트 교실’을 담당하고 있는 안현진 복지사는 “황혼육아가 증가하는 만큼 조부모와 부모 사이 육아 충돌과 갈등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갈등 원인의 유형으로는 육아 방식의 불일치가 43%로 가장 높고 청결 및 안전, 양육시간 등이 뒤를 잇는다”고 말했다. 그는 “시니어맘 서포트 교실의 프로그램에는 아이들을 잘 돌보는 법뿐만 아니라 손주병에 대처할 수 있는 레크리에이션, 마사지교실도 있고 자녀 혹은 고부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집단상담’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5년 연구보고서 ‘조부모 영유아 손자녀 양육 실태와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영유아를 양육 중인 조부모의 약 90%가 ‘조부모 대상 손자녀 양육 프로그램’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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