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다 말해 주었다

사진마을 2017. 05. 19
조회수 9687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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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전민조의 사진선집 <사진이 다 말해 주었다>가 눈빛에서 나왔다. 사진집 출간을 기념하는 같은 이름의 사진전도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청운동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이 책은 모두 9개의 부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하나 하나가 전민조씨의 개인전, 혹은 사진집 제목이기도 하고 50년 사진가 인생을 추려낸 9개의 테마이기도 하다. 전민조씨는 한국일보와 동아일보에서 사진기자를 했다. 사진 취재와 사진가로서의 작업을 병행했기에 오늘 이 같이 방대한 테마가 나올 수 있었다. 얼굴, 서울스케치, 그때 그 사진 한 장, 섬, 한국인의 초상, 기자가 바라본 기자, 농부, 담배 피우는 사연, 손에 관한 명상이 그 아홉 가지 작은 테마의 제목들이다. 가히 포토저널리스트로 할 수 있는 모든 범위가 총망라되어 있다.
 
 이번 책의 제목이자 전시의 제목인 <사진이 다 말해 주었다>는 전민조씨가 쓰고 엮은 다른 책 <사진이 모든 것을 말해 주었다>을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은 워홀에서 히틀러까지 688명이 사진에 대해 던진 길고 짧은 한 마디를 모은 것이다.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애초엔 초현실주의 회화에 몰두하여 사진에 별 관심이 없었던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을 사진가의 길로 이끈 한 장의 사진이 있었다. 바로 헝가리 사진가 마틴 문카치가 찍은 ‘탕가니카 호수의 세 아이’란 사진이다. 그 마틴 문카치의 한 마디가 <사진이 모든 것을 말해 주었다>에 실려있다. “진실한 한 장의 사진은 언젠가는 말을 한다”
 
 사진가 전민조의 사진선집 <사진이 다 말해 주었다>는 사진, 특히 포토저널리스트가 남긴 사진이 얼마나 힘이 센지를 잘 보여주고, 말해주는 책이다. 아홉 개의 테마를 하나씩 뜯어보면 ‘그때 그 사진 한 장’은 크고 작은 역사의 한 장면을 모았다. 국사 교과서에 실릴만한 유명한 사건도 있지만 민중의 삶에서 튀어나온 순간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애틋하다. “그 시절에는 이렇게 살았다”고 웅변한다.
 
 신문에 실리는 보도사진엔 반드시 사진설명이 따라붙는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 있어야 사진에 나타난 상황에 대해 더 정확하고 구체적인 묘사가 된다. 간혹 사진설명이 없는 보도사진은 모호하게 읽히기 십상이다. 사진가 전민조의 사진엔 그게 필요 없다. 1975년 대통령선거법 위반 결심 공판정에서 찍힌 정치인 김대중의 사진을 보라. 이게 몇 년 몇 월 몇 일인지, 또 구체적으로 어떤 법을 위반했는지 따위와 몰라도 좋다. 한국 현대사에서 김대중의 위치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저 표정이 뭘 뜻하는지 알 수 있다. 롤랑 바르트가 ‘밝은 방’ 33장 포즈편에서 아베든이 찍은 노예 캐스비 사진을 보면서 “노예제도는 중재 없이 전달되었다. 역사가들은 더 이상 중재자가 아니다. 사실은 체계 없이 성립되었다”라고 선언했던 것이 떠오른다. 이 책 <사진이 다 말해 주었다>에 든 여러 사진에서 이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말이 필요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진이 다 말해 주고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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