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한 시대, 비정도시

사진마을 2016. 08. 12
조회수 8489 추천수 1

문진우 사진집 <비정도시> 출간

완벽한 미장센, 힘 있는 시선 처리

  

 

mjw01.jpg » 부산 남포동 1985. 9 문진우

 

 
 문진우씨의 사진집 <비정도시>가 눈빛사진가선 28번째로 나왔다. 보고 또 보고 있는데 계속 새롭다. 이 정도라면 내가 이름을 알고 있는 사진가 중에선 가장 날이 서있고 세련되었으며 뚝심도 있는 사람 중의 한 명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나는 문진우씨와는 일면식도 없고 전화 통화도 한 적이 없으니 이 글의 진정성을 믿어도 뒤탈이 없을 것이다.
 
 사진을 살펴보니 아주 많은 장점을 갖춘 사진가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보다 더 조화롭다. 게다가 브레송과 다르게 힘이 있다. 윌리엄 클라인의 직설적인 스냅 쇼트가 떠올랐지만 그보다 더 솔직하고 기름기가 빠졌다. 부산에서 활동하고 부산을 주로 찍었지만 최민식 선생과는 딴판이다. 최민식 선생은 밑바닥의 정서를 밀착하여 대변했지만 이 사진들은 능란한 기법으로 찍은 정통 거리사진가의 작업이다. 게다가 찍은 장소만 부산일 뿐 다른 곳에서 찍더라도 이런 사진을 능히 찍어낼 수 있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문진우씨 사진의 장점을 나열한다.  
 
   1. 볼거리가 많다. 비누 한 장, 돌부처 하나 툭 던져놓고 깊은 생각에 잠길 것을 강요하는 그런 사진과 달리 한참을 뜯어서 볼 수 있게 하니 좋다. 애써 강요하지 않아도 저절로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되니 사진의 형식과 내용에 있어 모두 진지하다.
   2. 제목 외에 아무런 글이 없어도 사진의 메시지가 전달이 된다. 이런 경험은 지난해에 최민식 사진상 본상까지 갔다가 최광호에 밀려 낙선한 안성용 이후엔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이 판단의 기준엔 “내가 아는 한”과 “사진마을에 소개한 사진가 중에서”라는 두 조건이 들어있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이 있을 것이다.
   3. 본인만의 특색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가지고 있다. 세세히 짚어보겠다. 이 정도 특색이면 이제 사진을 쭉 던져두더라도 문진우씨의 사진인지 아닌지 가려낼 수 있을 것 같다.

mjw02.jpg » 부산 남포동 1991. 6 문진우

mjw03.jpg » 부산 동래 1990. 9 문진우

mjw04.jpg » 부산 왕자극장 골목 1991. 1 문진우

mjw05.jpg » 부산 자갈치시장 건어물 상가 1985. 10 문진우

  
  첫 번째 볼거리가 많다는 것은 사진에 뭐가 많이 찍혀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사람이 있는 것은 기본이고 주인공(글쎄 그러고 보니 누가 주인공인지 딱히 구분할 일도 없다)이 있고 조연도 있고 엑스트라도 들어있다. 배경이 의도적으로 배치가 되었다. ‘황비홍’의 배경은 강수연 안성기 주연의 베를린리포트다. 그 외 다른 사진에서도 죠다쉬청바지, 수배전단, 미화당간판, 포항반점 등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시간상으로 80년대와 90년대 초반을 관통했던 사람들이나 공간적으로 부산 서면, 남포동, 부전역 풍경을 거쳤던 사람들은 이 시공의 배경에서 각자 한 가닥씩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붙잡을 수 있게 된다. 등장인물까지 포함하여 화면의 미장센이 뛰어난 사진들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영화와 달리 연출한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다는 것이 더 놀랍다. 시선이 적극적으로 교차하면서 뛰어다닌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점이다. 최소 두 개, 평균 서너 개 이상의 시선이 교차하거나 충돌하거나 시대를 달려가고 있다. 이 시대는 작가가 규정한대로 ‘비정시대’다.
 
  두 번째로 말했던 메시지 전달력도 기본적으로 많은 볼거리에 의존한다. 거기에 더해 사선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빠짐없이 넘어지거나 기울어지거나 화면을 잘라내는 비스듬한 선이 들어있어 ‘비정’을 강조한다. 메시지는 사진집의 제목인 <비정도시>에서 출발한다. 그 메시지의 본문까지 내가 다 풀어낼 일은 아니다. 또 한가지, 대부분의 사진들이 깊은 심도를 갖고 있다. 앞이나 뒤의 초점을 살렸으니 어느 한쪽을 흐리게 하거나 흔들어서 느와르를 풍기는 그런 작가들과 확연히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다.
 
 세 번째로 본인만의 특색이라고 했는데 사실상 위 두 측면이 계속 반복해서 모든 사진에서 꾸준히 보인다는 것이 바로 그 특색이다. 어떤 면에서 한영수 선생의 사진들이 오버랩되는 측면이 없지 않으나 한 선생이 이 모든 특성을 우아하게 그려냈던 것에 비해 문진우씨는 대담하고 거침없이 달려들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mjw001.jpg » 눈빛사진가선 28. 비정도시 표지
   그리하여 문진우의 <비정도시>는 중의적으로 읽힌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배경으로 “그 때 그 감동 그 눈물 그 사람”이 떠오르니 양복 입고 넥타이 매고 소주 한잔 마시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딱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눈빛사진가선의 판형이 너무 작다. 이런 사진이라면 국배판 정도는 돼야 하겠다. 

   
    다행히도 부산사람들에겐 절호의 기회가 왔다. 오늘(8월 12일) 저녁 7시 30분 부산시 수영구 민락동 181-123 방파제횟집 아래 갤러리카페 나다에서 문진우씨의 <비정도시> 발간 기념으로 북콘서트와 사진전이 동시에 열린다. 복콘서트는 12일에만 두 시간 정도 열리지만 사진은 1주일 정도 걸릴 것 같다고 갤러리 쪽에서 전해왔다. 7월 서울 갤러리브레송에서 전시했던 90여 점의 작품들 중에서 주제별 대표작들을 선별해서 전시될 예정이다. 게다가 이날 참석자들에게 행운권 추첨을 통해 작가의 작품과 사진집 등을 소장할 기회도 제공된다고 한다. 부산사람들과 휴가를 맞아 부산에 간 사람들은 좋겠다. 해운대나 광안리에서 사람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갤러리카페 나다에 가서 문진우의 <비정도시> 부산을 보는 것도 권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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