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철 넘치는 끼 한 컷, 순식간에 딩 동 댕!

곽윤섭 2014. 12. 01
조회수 13591 추천수 0

변순철 사진전 ‘전국노래자랑’

출연자들 포즈 알아서 ‘척척’, 자유롭게 자연스럽게

노래에 실어보는 우리 이웃 인생 샷, 셔터가 웃는다

 

 

 

bsc-007.jpg

 

 

 1980년 11월에 첫 방송을 시작하여 34년째 매주 일요일 안방을 노크하는 장수 프로그램이 있다. 이름하여 최초의 대국민 참여형 오디션 프로그램이라 불리는 ‘전국노래자랑’이 그것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든 이 프로그램을 한번쯤은 봤을 것이다. 우스꽝스러운 옷차림과 동작과 표정으로 재미를 주려는 참가자도 있고 또 정말 가수가 되고 싶어서 절실한, 그러다 보니 더 우습기도 한, 그렇지만 마냥 웃고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은 에피소드들이 전국노래자랑의 본질이다.
 
 변순철의 사진전 ‘전국노래자랑’이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1월 4일까지. 같은 이름의 사진집 ‘전국노래자랑’이 눈빛사진가선 1차분 10종에 포함되어 발간됐다. 11월 28일 변순철과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홈페이지에서 예전 작업을 봤다. 짝패, Kid Knostilgia, Conceptual Form 이 있는데 Conceptual Form을 빼고 나면 유형학 같은 인물이 주를 이룬다. 사진은 언제 시작했고 인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1990년 중반에 인물사진을 시작한 것 같다. 사진을 할 때 처음엔 누구든지 사람 찍는 것 싫어하지 않는가? 나도 그랬다.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뉴욕의 백인들 사이에서 유학생 생활이란게 참 그렇다. 외로웠고 절대고독이란 게 뭔지 느꼈다. 그러다가 사람 얼굴 안에 진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이언 아버스, 아우구스트 잔더의 사진을 재발견하면서 이걸로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물사진이란 것이 아버스나 잔더 같은 일부 ‘천재들의 놀이터’가 아님을 깨달았다.
 -사진세계에 변화가 있었는가?
 “유형학적 인물 사진이란게 그렇다. 사진을 찍을 줄만 알게 되면 그 다음부턴 형식이나 소재만 바꾼체 그 이상으로 못 넘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새로운 유형학을 하고 싶었고 고민을 많이 했다. 짝패 작업이 꽤 성공을 거두는 바람에 그 후의 인물사진이 계속 짝패에 의존하더라. 2012년 무렵에 텔레비전에서 전국노래자랑을 보다가 자유로운 출연자들을 보면서 ‘이거다’ 싶었고 나름의 답을 얻었다. 내가 나를 넘어가는 계기가 되었다.
 -전국노래자랑은 얼마나 찍었나?
 “2012년부터 했다. 최근 작업은 올해 9월 노원편이었다. 그동안 100회 이상 따라다니면서  1,000여명의 출연자를 찍었고 지콜론에서 나온 책에 80여점이 실렸고 이번 눈빛책에는 40점 정도가 실렸다. 내년까지 더 작업해서 다시 최종정리를 할 계획이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사진이 훨씬 많이 있다.
 -애착이 가는 작품을 꼽는다면?
 “구구절절 사연들이 많다. 그래서 어느 하나 딱 고르기가…. 경기도 오산에서 만난 ‘원더우먼’도 기억이 나고 눈빛책의 표지인 전남 보성의 다섯 친구도 재미있었다. 충남 부여의 ‘김연자’도 있고…. 전국노래자랑에 나오시는 분들은 유쾌하고 밝으면서 또 애잔한 경우도 많다. 과장된 것 같으나 가식이 아닐 수도 있고 어쨌든 재미있다.
 -사진전시나 사진집에 나오는 사람들은 어떻게 동의를 구했는가?
 “모델허락서를 프린트해 가지고 다니면서 서면으로 동의를 받았다. 젊은 분들은 찍은 사진을 SNS로 보내주면 되었고 연세 많은 분들은 인화해서 보내드리기도 한다. 영월에서 찍은 한 분은 작품집엔 포함되었는데 전시장에 걸리지 않아서 서운해하시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은 욕구가 생각보다 많다.
 -전국노래자랑이라고 하면 처음에 떠오르는 송해선생은 사진집에 없던데?
 “당연히 송해선생님도 찍었고 사진을 프린트해서 드리기도 했다. 고맙다고 하시더라. 그런데 나의 사진작업 ‘전국노래자랑’은 출연자가 핵심이다. 내년 가을까지 전국노래자랑을 더 찍을 것이고 송해선생님의 경우엔 다음 사진집엔 포함할 수도 있다. 물론 허락을 받아야한다. 싫다고 하시면 안되는 것이다.

 

bsc-001.jpg » 경기도 오산 2014

bsc-002.jpg » 강원도 속초, 2013

bsc-003.jpg » 충남 계룡, 2013

bsc-004.jpg » 충남 부여, 2013

bsc-005.jpg » 대구 달성, 2014     

 
 -한국의 다른 유형학 인물 사진작가들의 작품과 뭐가 다른가?
 “딱 집어서 누구라고 말할 순 없지만 내 사진이 ‘자유롭다’는 이야길 많이 듣는다. 예술은 자기가 만드는 것이다. 변순철이 바라본 삶, 세상이다. 형식이 내용을 규정한다는 얘기는 맞지만 형식에 얽매이면 보기 좋은 사진만 하게될 위험성이 높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나를 넘어서는 큰 도전에 나섰고 지금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변순철에게 영향을 준 작가는 누가 있는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역시 다이언 아버스와 아우구스트 잔더. 이들이 전환점이 되었다. 사진가는 아니지만 에드워드 호퍼도 좋아한다. 한국 작가로는 김기찬 선생의 골목길을 좋아한다. 김기찬은 더 평가받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사진 외에 다른 일도 하는가? 먹고살 만한지를 묻는 것이다.
 “나중에 절필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지금 곡필하고 싶지는 않다. 다른 것이 없다. 작품이 팔려야 먹고살 수 있다.
 -전국노래자랑 이야길 좀 더 해보자. 사진에 찍힌 출연자들의 포즈는 부탁한 것인가 아니면 그들이 취한 것인가?
 “대부분 그분들이 알아서 포즈를 취했다. 노래자랑의 리허설 때 모습을 해달라고 부탁하면 각자 알아서 한다. ‘자 이제부터 놀아보세요. 즐기세요’라고 하면 그냥 나온다. 이분들이 보통이 아니다. 끼가 넘친다.
 -한 명을 찍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보통 전국노래자랑 녹화는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 걸리더라. 출연자는 15팀에서 18팀 정도다. 그러므로 이분들에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서 10분에서 20분 사이에 찍어야 하고 어떤 경우는 내게 주어진 시간이 3~4분밖에 없기도 하다.
 -전시장에 찾아온 출연자도 있겠다?
 “많이들 오셨다. ‘원더우먼’도 찾아왔고 노원에서 찍은 분은 가족들이 함께 와서 구경하고 갔다.
 -사연들이 많겠다.
 “보성에서 찍은 팀은 꼬마 4명과 어른 1명인데 그 중 어른이 학교 수학선생님이다. 그런데 다 학생들처럼 보이지 않는가? 학생들과 어울리는 선생님이 너무 좋았다. 오산의 한 할아버지는 가수가 평생소원이라면서 노래자랑에 나온 경우다. 속y001.jpg초에서 닭발집을 하는 분은 연말 결선까지 진출했다. 부여 백마강의 코스모스밭에서 찍은 한복입은 분은 ‘김연자처럼 되고 싶다’고 했다.
 -사진 찍을 때 이분들이 노래도 부르는가? 사진에선 마이크 없이 빈손으로 포즈만 취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아…. 대부분 직접 노래를 부른다. 눈빛책의 표지에 실린 다섯명은 친구 사이라고 했는데 이들은 다섯명이 동시에 다른 노래를 불렀다. 이 중 교련복 차림의 남자는 나훈아의 잡초를 불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필름인가 디지털인가? 차이가 있는가?
 “절반 정도는 필름인데 주로 8X10으로 찍었다. 나머지는 2014년 작업은 디지털이다. 차이?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필름과 디지털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이야기가 중요할 뿐이다.
 -관객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작가는 (작품을) 던진다. 그뿐이다. 관객은 다른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고 다른 관점에서 감상할 수 있어야한다.
 
 인터뷰를 마쳤다. 변순철의 ‘전국노래자랑’은 재미있는 인물사진들이다. 유형학적 인물사진이라면 재미없고 건조한 사진들만 떠오르는데 그렇지 않아서 좋다. 심각하지 않아서 불편하지 않다. 딱딱하지 않지만 사진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와 의미는 튼튼하다. 시대변천에 따른 사회학적 연구사료가 될 만하다. ‘전국노래자랑’이 인물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힌 것 같아서 반갑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출연자는 현실이며 한편 프로그램 속 등장인물이란 점에서 다큐멘터리의 속성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가볍게 재미와 추억을 위해 나왔든 진정으로 가수가 되고 싶어 나왔든 이들은 전국 곳곳의  ‘우리 동네 이웃들’이며 ‘우리’이며 바로 ‘나’일 수도 있다. 포즈를 누가 부탁했는가도 꽤 중요했다. 아우구스트 잔더 이래로 정해진 천편일률의 경직된 혹은 멍 때리는 포즈는 아마도 사진작가가 부탁했을 것이다. 노래자랑 출연자의 포즈는 본인들이 만들어낸 것이어서 자연스럽다. 그런데 방송에 출연하여 튀고 싶기 때문에 부자연스럽다. 부자연스러운 자연스러움이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의 매력이며 변순철의 사진집 ‘전국노래자랑’의 매력이다. 이런 인물사진은 다른 어떤 분야에서 또 발굴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자면…….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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