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4년, 그리고 그후, 4대강의 맨살 증언

곽윤섭 2014. 08. 25
조회수 17496 추천수 1

김산 사진집 '흐르지 않는 강'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 때부터 참빗으로 빗어 온 금모래 강변

눈 깜짝할 새 포클레인이 난도질한 콘크리트 주검과 녹색 피눈물


 

경남 함안, 2011.jpg » 경남 함안 2011

 

 

‘4대강 개발사업’과 관련한 사진작업의 종결자에 해당하는 사진집 ‘흐르지 않는 강-증언, 4대강 개발사업’이 눈빛에서 나왔다. 이 책은 눈빛출판사가 작심하고 시작한 ‘오늘의 다큐’시리즈의 첫 권이라는 의미도 중요하다. 

 사진가 김산은 공사가 시작된 2009년 이전부터 강을 지켜봐왔다. 더 길게 보자면 사진가 김산이 어렸을 때 어머니가 그의 손을 잡고 거닐었던 강변부터 시작된다고 김산은 말했다. 이제 개발인지 괘발개발인지 알 수 없는 공사는 끝났고 강은 죽었다. 이명박은 2009년부터 22조원이 넘는 투자해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에 대비하여 홍수피해를 예방”한다면서 4대강 사업을 강행했다. ‘지구온난화’를 운운하면서 소나무를 자른 장국현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강의 모양은 자연이 몇 천년동안 만들어온 것이다. 그걸 불과 4년 만에 흔들어버렸다. 자연은 강하지만 다시 본 모습을 찾으려면 몇 천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사진집 ‘흐르지 않는 강’은 말 못하는 강을 대신해 그 아픔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이 책은 ‘4대강 개발사업’의 전 과정을 누구보다도 더 꼼꼼히 지켜본 사진가 김산의 기록이다. 사진은 (글에 비해) 환유적 표현이며 직접 증거다. 김산의 사진은 강하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흐르던 강’이며 아직 훼손되지 않은, 그냥 어제처럼 금빛 모래밭을 끼고 흘러가는 강이다. 아낙네가 징검다리를 건너고 아이들이 맨발로 뛰어다니는 강이다. 

 2부는 ‘수난의 강’으로 포클레인과 트럭이 강을 파헤치고 막고 모래를 실어나가는 아픔의 현장을 담았다. 이 거대한 파괴현장에서 사진가는 “강이 죽어가는 과정의 목격자”밖에 다른 일을 할 순 없는 자괴감을 보여준다. 그러나 또박또박 사진으로 증언한다. 사진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기록하는 것밖에 없지만 사진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진 아닌 다른 매체가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경북 구미에서 충북 청원에서 경기 여주에서 전남 광주 승촌보현장에서 어떻게 강과 주변의 땅이 파헤쳐지는지를 두 눈 부릅뜨고 카메라를 통해 지켜본 김산의 목격담이다. 

 3부 ‘흐르지 않는 강’은 사(死)대강 공사라는 이름에 따라 이미 죽어버린 강이다. 흙탕물이 흐르고 물고기가 둥둥 떠오르고 후보정을 전혀 안했는데도 선명한 녹색으로 변한 강물이 눈과 가슴을 찌른다. 마지막 사진은 여주 이포보 현장에 활동가들이 적어둔 손팻말이다. “강아 강아 미안하다” 책은 98컷의 컬러사진을 싣고 있는 사진집인데 일곱 쪽의 글이 각 부의 서문격으로 나눠서 실려있다. 1부 서문의 제목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조선의 이완용, 그리고 변명>이다. 누군가 시원하게 답을 해줄 수 있는 자가 있을까? “자 이제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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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어느 날 할머니의 산소가 파헤쳐졌다. 팔순 흰머리 곱게 참빗으로 빗다가 손주를 맞기 위해 맨발로 뛰어나오시던 할머니는 몇 개의 뼈와 몇 가닥의 머리카락으로만 남아 계셨다. 고이 접어 치마 섶에 숨겨 두었던 용돈을 손자 손에 쥐어 주던 할머니의 손은 먼 기억 속에 묻혀 버렸다. 어린 날 어머니의 손을 잡고 뛰어다니던 그 고운 모래 강변의 기억도 강 살리기라는 미명하에 할머니의 무덤과 함께 사라져 가고 있었다.
 내 기억 속의 그 모래 강변이 죽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수천 수만 년을 거기에 스스로 있었던 강이 살아 있음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녔던 그 강변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기를 바랐다.
 
 전국의 강을 다녔다. 한강 최상류에서 낙동강 하구까지, 산골 작은 개울에서 드넓은 평야까지 미친 듯이 사진을 찍었다. 물새, 개구리, 수없는 물고기, 강가 수많은 생명들은 자연 그대로였다. 아무도 없는 강가에서는 물과 하나가 되기도 했다. 강은 생명 그대로였다. 강을 죽이는 것은 강을 살리겠다고 한 사람들뿐이었다. 
 상상할 수 없는 양의 모래가 파여 나가는 강가에서 ‘지켜 주지 못한 자’로서 내가 찍는 사진이 증언이 되기를 바랐다. 모래의 누런색과 포클레인의 주황색이 저주의 환상처럼 나를 앞서갔다. 끊임없는 트럭, 포클레인, 모래, 준설선 사이에서 강은 누렇게 흙탕물로 죽어가고 있었다. 죽어가는 강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은 죽어가는 과정의 증언자가 되는 것뿐이었다.
 원한이었다. 저주하고 싶었다. 한 몸 던져 막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카메라를 통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강에는 불이 밝혀졌고, 트럭과 포클레인이 물속을 헤집고 다녔다. 강변 농경지에는 거대한 모래산이 수도 없이 생겼다. 사람들은 떠나야 했고,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도 없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십자가를 세웠고, 몸을 불살랐지만 강을 죽이는 난장판을 막을 수는 없었다.
 강변 모래 산에 흰 눈이 쌓일 때쯤 강에는 큰 물길이 생겨나고 거대한 콘크리트 보가 세워졌다. 그것이 살아있음이며, 국가부흥이라고 했다. 이제 강이 살아났다고 했다. 그러나 생명이 살아 넘칠 거라던 강에는 물고기가 죽기 시작했고, 강물은 초록색으로 변했다. 자연의 자연스러움을 인공으로 채워 버린 그 새벽 강가에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지탱할 수 있는 힘조차 잃어버려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죽어 버린 강가에서 소용돌이치는 먹먹함과 죄스러움 때문에 자전거 타는 사람조차도 곱게 보이질 않았다. 반듯하게 단장된 인공의 강은 더 이상 피사체로서의 의미를 잃었다.
 강의 저주는 어머니의 강도 피해 가지 않았다. 할머니 산소처럼 동네의 모든 산소가 파헤쳐지고, 산의 나무들이 수없이 잘려나갈 때쯤 동네 사람들도 하나둘씩 동네를 떠났다. 더 이상 농사도 금지되었다. 집앞 텃밭은 잡초로 우거졌다. 소중하게 간직하던 푸른 추억을 허물어져 가는 집안에 고스란히 남겨 둔 채로 사람들은 마을을 떠났다. 수백 년 된 가옥을 홀로 지켜 온 팔순 할머니는 차마 떠날 수 없어 하루하루를 외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귀가 멀어 다른 사람의 말소리를 듣지 못하는 이웃집 구순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여기서 이대로 살다가 죽는 것이었다. 돈도 싫고 도회지도 싫고 아파트도 싫었다. 그저 평생 살아온 여기에서 몇 해 남지 않을 생을 마무리하고 싶은 것뿐이었다.
 이제는 모든 것이 마지막이다. 진달래 곱게 피던 뒷산의 봄도 마지막이고, 길가 버스정류장의 낡은 동네 사진도 마지07997932.jpg막이다. 몇 명 남지 않은 백년 역사의 초등학교도, 운동회도, 수업도 이미 정해져 있는 마지막을 향해 하루하루를 지나고 있다. 마을회관 옆 흐드러지던 목련도 다시 볼 수 없다. 어머니 손을 잡고 걸어가던 강변 작은 기차역의 철길은 모두 사라졌다. 동네를 지키던 수백 년 고목은 가지가 잘린 채 어디론가 실려갔다.
 모두가 떠난 마을에 몇몇 남은 할머니들은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집앞 텃밭에서 호미질을 하다가도 긴 한숨을 내뱉는다.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다시 이 땅에 살 수 있을까.
 내 평생 기억은 어디에서 찾을까.
 
 강변 반짝이는 금모래빛 어머니의 마을은 이렇게 사라져 가고 있었다.
 
 나의 사진은 거기까지이다.
 
 2014. 여름
 김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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