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로 가는 길, 바람 따라 새 따라 발길 절로절로

사진마을 2015. 06.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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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영 ‘길이 고운 절집’

스물네 곳 절집 가는 길, 적막 깨는 풍경소리

 

hsyb03.jpg » <길이 고운 절집> 중에서

hsyb04.jpg » <길이 고운 절집> 중에서

 

 
여행을 구성하는 것은 무엇인가? 길을 떠난 사람, 여정, 목적지 정도가 아닐까 싶다. 어릴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학교에서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갔던 것이 제법 길게 집을 떠난 여행의 첫 경험이었는데 전날 밤이 가장 마음 설레고 좋았다.
 
고등학교의 수학여행 때 나에게 카메라가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고 누가 나를 찍었는지도 확실치 않다. 확실한 것은 설악산에서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었다는 점이며 나에겐 지금 한 장의 사진도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인생도 큰 틀에서 보면 여행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하고 나도 동의한다. 그런데 인생은 지금 내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다음 기차지는 어디인지, 나머지 여정을 위해 물품을 보충해야하는지, 언제 이 여행이 끝이 나는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사람들은 그래서 인생이라는 긴 여행의 여정 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길고 짧은 여행을 떠나고 돌아오고 또 떠난다. 바다로 산으로 외국으로 절로 여행을 떠나는 모양이다. 주말에 당일치기라도, 휴가철에 1박2일이라도 떠나지 않으면 미칠 지경이 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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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갔다 와서 쓰는 것을 여행기라 하는데 여행기는 여행에서 본 것과 들은 것과 맡은 것과 먹은 것과 깨달은 것으로 구성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사진과 글이다. 따라서 글을 잘 쓰고 사진을 잘 찍으면 좋은 여행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행작가 한선영씨는 현재 사진마을 작가마당에서 매 화요일 ‘길이 고운 절집’을 연재하고 있다. 같은 이름의 여행기 ‘길이 고운 절집’에 등장하는 스물네 개의 절집과 그 절집으로 가는 길의 단상들이 주옥같이 소개되고 있다.

연재를 시작하기에 앞서 어떻게 구성할지 상의한 적이 있었다. 전적으로 일임할 것이라 해놓고 잊어버렸고 5월 12일에 첫 회분이 나왔고 3회까지 진행이 되었다. 강진 백련사편이었는데 오늘 책 ‘길이 고운 절집’을 소개하려고 책과 작가마당 연재 내용을 견주어 보고 읽었다. 그냥 책의 내용을 발췌해서 풀어나가려니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어서 놀랐다. 책에 맞는 문장이 있고 연재에 맞는 형식이 따로 있다는 것을, 한선영씨가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성의있게 요약했고 아예 새로 쓰기도 했다.

작가마당에 올라오는 사진이 책에 없기도 하고 책에 있는 사진이 작가마당엔 없기도 하다. 책은 한번 손에 들면 내키는 데로 쭉 읽어나갈 수도 있으나 온라인 연재는 매주 기다리는 맛이 있다. 물론 나도 웹툰 연재물을 한꺼번에 몰아보기도 한다. 조석작가의 ‘마음의 소리’는 그렇게 봐도 좋다. 하지만 윤태호의 ‘미생’처럼 줄거리가 이어지는 것은 1주일을 느리게 만들기도 했다. 
 
한선영의 ‘길이 고운 절집’ 연재는 드라마가 아니니 이번 주 내용과 다음주 내용에서 주인공이 이야길 이어나가진 않는다. 하지만 다음 주에는 어떤 길을 거쳐 어떤 절집을 만나게 될지 궁금하게 만드는 묘미가 있다. 마음이 급하다면 책을 손에 들면 된다. 김민수목사가 찍고 썼던 365일 풀꽃 묵상집 ‘하나님, 거기 계셨군요’가 떠오른다. 늘 곁에 두고 있다가 혹은 끼고 다니다가 문득 열어본 쪽에서 오늘의 꽃을 만나 이야기를 보면서 잠시 마음을 추스를 수 있다.
 
인생 여정을 가다 보면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어 지치거나 화날 일 있다. 훌쩍 떠나면 좋겠는데 그게 맘 먹은 대로 된다면 그건 인생도 아니다. 하여 한선영의 ‘길이 고운 절집’을 문득 아무 쪽이나 열어보면 새소리 들리고 바람소리 들리는 절집 가는 길이나 풍경소리 들리는 절집을 보며 잠시 피정에 들 수 있다.                                                         책 구입 바로가기
 
   

 

<책 속에서>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려고 걷기 시작한 길도 한참을 걷다 보면 걷는 일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마음속 짐을 내려놓겠다고 생각했다가 짐을 들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이 단순해지면 이런저런 감정에 막혀 가려져 있던 내 마음의 길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생각’을 내려놓고 ‘마음’을 만날 수 있는 시간, <길이 고운 절집>을 찾아가는 이유다. (머리말 중에서)
 
머릿속에 잡념이 가득하니 마시는 차 한 잔에도 번뇌의 가지가 무성하다. 잡스러운 내 마음을 오래도록 들여다보다가 결국은 번뇌 가득한 마음 한 잔을 훌쩍 마셔버렸다. 마음이 흔들리면 어쩌나 하고 조바심을 내다가, 차 한 잔에 담긴 마음을 아예 마셔버리니 차라리 후련하다. (안동 봉서사)
 
우리는 대개 꽃살문의 아름다움만 보고 스쳐간다. 하지만 신통한 목수와 관음조가 진정 원했던 것은 꽃살문을 통해 반야용선을 타고 극락에 이르기를 바랐던 것은 아닐까. (부안 내소사) 



곽윤섭선임기자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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