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곽윤섭 2012. 0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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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뒤집어보기]

채용박람회 긴 줄-공고판-손 등 앵글이 승부수

전체를 다 보여줄까, 부분으로 전체를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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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기자로 입사한 필자는 뉴스가 되는 모든 상황을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어떤 동일 사안을 놓고 사진기사와 글기사로 각각 표현할 때 더 효과적이고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방식은 대부분 사진이다. 10년 전 쯤의 1면 톱 제목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도 그 무렵의 사진 한 장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다.

 2002년 월드컵 당시 16강, 8강, 4강으로 거침없이 항해하던 당시에 신문의 제목이 기억나는가? 글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홍명보가 승부차기를 성공시키고 비행기 세리머니를 하면서 미소 짓던 장면, 안정환이 반지에 키스하던 장면, 황선홍이 머리에 붕대를 감고 뛰던 장면 등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꽤 많다. 사진은 강력하다.
 
 지난 2월 4일의 주요신문 1면에는 채용박람회 사진을 실은 곳이 많았다. 일자리는 한정되어있는데 일자리를 찾는 사람은 많다. 그러므로 채용박람회 행사장은 늘 사람으로 넘쳐난다. 서울신문의 사진설명은 아래와 같다.
 “3일 경기 의정부시에 위치한 1호선 의정부역 특별행사장에서 열린 신세계백화점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4월 개장을 앞둔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이 근무 인력 1500여 명을 채용하기 위해 연 행사에서는 개최 2시간 만에 입사지원서 6000장이 동이 났다.”
 
 이런 대규모 취업박람회를 뉴스사진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앵글이 좋은지 사진기자들은 고민을 거듭한다. 뉴스사진(신문, 방송을 포함해 저널리즘 매체에 실리는 사진의 통칭)과 그렇지 않은 사진의 구분이 급진적으로 옅어지고 있는 현 추세를 감안하면 ‘뉴스사진’이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사진’으로 불러도 좋을 것 같다. 퓰리처상이나 세계보도사진전 같은 저널리즘의 경연대회에서 상을 받는 사진을 보면 예술성이 짙어진 게 하루 이틀 된 일이 아니다. 예술성이란 표현도 따지고 보면 경계가 허물어졌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다음으로 미룬다.

 어쨌든 사진기자들은 고민을 많이 한다. 뉴스에 들어가든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든지 간에 모든 사진은 눈에 띄어야 한다. 심지어 사진이 아니라 다른 매체라고 해도 주목도가 높아야 한다는 것은 요지부동의 필수조건이다. 그렇다면 눈에 잘 들어오게 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여러 번 언급한 적이 있다. 새로움이 핵심사항이다. 그래서 필자는 사진하는 사람들의 좌우명 혹은 금언으로 일신 우일신(日新 又日新)을 늘 추천한다. 원래의 뜻은 약간 방향이 다를 수 있지만 날마다 새로운 마음가짐, 몸가짐을 하듯 날마다 새로운 앵글을 고민한다는 점에선 일맥상통한다.

 

2012-2-4-서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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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신문과 중앙일보의 사진이 가장 공식화된 채용박람회 앵글 중의 하나다. 사람이 많이 몰려들었다는 것도 보여주고 그 사람들이 몰려든 목적이 무엇인지도 보여주자는 앵글이다. 둘 다 해결하려니 둘 다 보여줘야 했다. 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구인게시판이 늘어서 있다. 이 앵글은 양수겸장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당연히 약점도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한다. 사람의 행렬과 게시판의 나열이 모두 크게 나오긴 힘들다. 한가지 덧붙이면 중앙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연령층이 혼재되어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세대를 막론하고 일자리에 목말라한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그래서 동아일보는 한쪽을 포기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장면만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왜 모였는지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는 사진설명에 맡기는 것이다. 이런 앵글도 자주 구사한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는 것은 그 자체로 사진거리다. 동아일보의 경우 추위를 강조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사진속에도 목도리, 두꺼운 외투 등이 잘 보이게 했고 "영하 20도 혹한에도..."라는 사진제목도 뽑았다.   
 
 그 두 가지 앵글을 벗어난 파격적인 앵글도 있다. 연합뉴스의 사진을 받아서 게재한 경향신문의 사진에는 이력서처럼 보이는 종이 위에 주름진 손마디가 놓여있는 장면이다. 사람이 얼마나 많이 모였는지를 짐작할 수 없다. 또 손마디의 주인공이 뭘 하고 있는지도 짐작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런 사진은 신선해 보인다. “이게 뭘까”라는 화두만 던져둬도 반성공이다.
 
 그렇다면 2월 4일치의 채용박람회 사진은 경향이 최고였을까? 글쎄다. 아래에 보이는 사진들을 참고해보자. 2005년 9월 23일치에 한겨레신문에 실린 사진과 그때의 B 컷(채택되지 않은 사진)들이다. A는 지면에 실렸고 B, C는 선택되지 않았다. 통상 사진기자들은 한 상황에서 많게는 수십 가지부터 적게는 서너 가지의 앵글을 같이 기록해둔다. 물론 찍는 순간에 “이 앵글이 좋겠다”라는 느낌은 갖지만 최종적으로 지면에 안착되고 말고는 편집의 영역이다. 사진부장이 하든 편집자가 하든 신문사의 제작 공정에선 사진취재 다음엔 꼭 편집을 거친다. 이종근기자는 이날 B, C, 그리고 여기 소개하지 않은 너덧 개 이상의 앵글을 모두 찍어왔지만 이 날엔 A 컷이 낙점되었다.

 당시에도 참 신선했다. 그렇다면 사진을 보는 독자들은 “뉴스사진 참 쉽다. 클로즈업하면 장땡이란 말인가”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렇진 않다. 2005년 한겨레의 사진에선 주름진 손끝에 ‘젊은 얼굴의 증명사진’이 있다. 조심스레 사진을 붙이고 있다. 사진에선 더 이상의 정보가 없다. 글자라곤 아래쪽에 ‘이’자 하나가 보이고 증명사진 위에 ‘주’자 하나가 보일 뿐이다. ‘이’ 자를 보고 이력서를 떠올릴 수 있다면, 다시 말해 상상력을 불러 올 수 있다면 그 사진은 합리적이고 성공적인 파격이다. 반면에 파격적이긴 하지만 더 이상의 상상을 제한하거나 다른 길로 새게 한다면 그냥 실험적인 파격에 머물 뿐이다. 실험적인 파격도 나쁘진 않다. 실험적인 시도가 거듭하여야 성공이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종근 기자의 사진은 그 당시 ‘이달의 보도사진’으로 뽑혀 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 앵글이 그대로 다시 반복된다면 약발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뉴스사진, 더 폭넓게 표현하면 사진이란 것은 참 어려운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기 위해서 또 다른 앵글을 찾아 나서야 한다.

 

 

2005-9-22-이종근2.JPG

A 컷

 

2005-9-22-이종근1.JPG   
B 컷

 

2005-9-22-이종근3.JPG

C 컷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kwakcli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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