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노블로 만난 로버트 카파

사진마을 2017. 0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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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진의 대가 로버트 카파의 일대기를 다룬 그래픽노블 ‘로버트 카파, 사진가’(글 그림 플로랑 실로레, 한국 출판 포토넷)가 나왔다. 그동안 카파를 다룬 전기, 영화 등은 여럿 있었으나 한국에서 그래픽노블로 소개된 것은 처음이다. 사진이 발명 공표된 것은 1839년이고 취미 혹은 기록의 용도로 빠르게 퍼져나가기 시작하였으나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한 계기중의 하나는 전쟁이다. 1853년 영국의 크림전쟁, 1861년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이미 종군사진가들이 활동했고 전선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사람들에게 전쟁의 여러 생생한 모습들을 알렸다.

  이후 인쇄술의 향상에 따라 신문과 잡지에 사진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포토저널리즘의 시대가 개막되었고 스페인 내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사진을 통해 전쟁을 직시하게 되었다. 언론매체에 실린 사진을 보면서 사람들은 전쟁이 무섭다는 것을 느끼면서 또 동시에 “도대체 누가 이런 위험한 현장에서 사진을 찍는단 말인가”라는 의문을 떠올리게 되었다. 숱하게 많은 사진가들이 전쟁터에서 명멸했다. 그 중 단 한명의 이름을 든다고 할 때 바로 떠오르는 것이 로버트 카파다.


  헝가리 출신인 로버트 카파의 본명은 엔드레 프리드만이었다. 파리로 온 무명의 사진가가 사진을 팔기 위해 지어낸 이름이 미국인 느낌이 나는 로버트 카파였다. 카파는 스페인 내전을 시작으로 이름이 나기 시작했고 중일전쟁, 제2차세계대전, 아랍-이스라엘 전쟁까지 두루 섭렵했으며 인도차이나 전쟁에서 지뢰를 밟고 사망하면서 전쟁사진가의 이력을 마감했다. 노르망디상륙작전에서 로버트 카파는 총 대신 카메라를 들고 첫 상륙정에 올라 병사들과 함께 독일군의 기관총 세례를 뚫고 해변으로 기어올랐다. 우여곡절 끝에 11컷의 필름이 살아남아 라이프지를 장식했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훗날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만들 때 로버트 카파의 상륙작전 사진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화다. 스필버그는 그 11컷의 사진을 <매그니피선트 11>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래픽노블 ‘로버트 카파, 사진가’엔 카파가 남긴 유명한 사진 장면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그런데 카파가 남긴 사진과 달리 카파가 카메라를 들고 그 장면에 끼어있다. 그림이니 가능한 일이며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쓰러지는 병사’의 장면을 우리는 카파가 남긴 정면사진만 기억하지만 그래픽노블 ‘로버트 카파, 사진가’에선 쓰러지는 병사의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로버트 카파가 카메라를 들고 그 순간을 찍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물론 실제로 카파가 그 쓰러지는 장면을 찍는 모습을 다른 사진가가 찍어준 적은 없다. 그러나 사진은 꼼짝달싹할 수 없는 현장의 기록이니 분명 카파는 그 자리에서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은 전쟁 사진가로서 카파를 주로 다루었으나 그 외에도 첫사랑 게르다 타로로 시작하여 어네스트 헤밍웨이, 존 스타인벡 같은 문인들과의 활동도 깨알 같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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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pa in love and war>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앤 메이크피스 감독이 만들었고 2003년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부문에 출품된 로버트 카파의 일대기다. 이 영화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해 카파를 회상하고 카파를 언급한다. 사진가 집단 ‘매그넘’을 함께 만들었고 절친이었던 20세기 최고의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카파를 그리워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도 잠깐 나오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오마하해변으로 기어오르던 숱한 해병대원 중에 살아남은 병사도 등장한다. 영화의 제목이 ‘사랑과 전쟁에 빠진 카파’이니만큼 로버트 카파는 평생 많은 연애담을 남겼으나 결국 한 번도 결혼하지 않았다. 스페인내전에서 동료이자 연인이었던 게르다 타르가 비극적으로 세상을 뜬 후 카파는 사진 찍는 일이 아니면 술과 도박과 연애로 지새우다시피 했다. <Capa in love and war>에는 이사벨라 로젤리니라는 배우도 등장해 증언을 하는데 누군가를 꼭 빼닮았다. 알고 보니 잉글리드 버그만의 딸이다. 이사벨라 로젤리니는 “엄마는 로버트 카파에게 ‘당신과 결혼하기 위해 나는 이혼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카파는 ‘나는 당신과 결혼할 수 없어. 왜냐하면 (라이프 같은 잡지사에서) 내일 당신은 한국으로 가야해라고 하면 나는 가야하는데.... 내가 결혼하면 아이가 태어날 것이고 그러면 나는 얽매인 삶을 살게 될거야. 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야. 안녕 버그먼’라고 말하고 터키로 떠나버렸어요. 엄마와 로버트 카파의 비밀 연애를 지켜보고 지켜주던 히치콕 감독이 두 분의 연애와 이별에서 영감을 얻어 다음 영화 <이창>에서 패러디하였답니다.”라고 증언한다.

  플로랑 실로레가 쓰고 그린 이 책의 원제는 <CAPA l'etoile filante>이며 옮기면 <카파, 별똥별>이라고 한다. 포토넷에서 한국어판을 낼 때 <로버트 카파, 사진가>로 고쳤다. 이 표현은 카파가 전사한 뒤 미국으로 운구되던 그의 관에 새겨진 문구라고 한다. 그의 인생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제목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이미지/포토넷 제공, 사진 유튜브 <Robert Capa-the rare 1947 radio interview)에서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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