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늑대처럼 독하게 ‘사진 물질’

사진마을 2015. 0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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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철 사진집 ‘이호테우’

 중국 자본에 사라질 해변 해녀 삶 기록

 “돈 안 되는 사진만 찍는 게 나의 운명”


gc01.JPG » 이호테우 해녀들이 물질을 하는 동안 거대한 크루즈가 지나가고 있다. 눈빛출판사 제공

 

다큐멘터리사진가 권철의 새 사진집 <이호테우>가 눈빛사진가선 13번째로 출판됐다. 지난해 4월 20년간의 일본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온 권씨가 한국에서 한 첫 작업이 제주 이호테우 해녀였고 그 결과물이 사진집으로 정리된 것이다. 제주대학교 박물관에서 같은 내용의 사진 전시가 28일까지 열리고 있다.

최근 제주도로 거취를 옮긴 권씨와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권씨는 한국에서의 첫 작업이 해녀에 대한 관찰이 된 이유에 대해 “일본에서 오래 살다 돌아올 때 갑자기 서울로 오면 가족, 특히 4살짜리 아들의 적응이 힘들 것 같아 중간정착지로 제주를 택해 몇달 살았다. 가까운 해수욕장을 찾다 보니 이호가 있었고 해녀 할머니들이 보였다. 그런데 특이하게 매립지에서 물질을 하는 것이었다. 다큐멘터리사진가의 본능이 발동됐다”고 말했다.
 -다큐사진가의 본능이라니 그게 무엇인가?
 “지금까지 일본에서 해온 작업 중에 우토로, 한센인 회복자, 야스쿠니 등이 있다. 피해자들을 바라보게 되었고 이들이 이렇게 된 구조를 좀 꼬집어야겠다는 본능이 든다. 겉모습에 보이지 않는 숨어 있는 상처를 본 것이다. 파헤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호테우를 알리고 싶은 것이다. 제주도에서 해녀는 하나의 고유한 문화다. 온전히 보존해야 한다. 중국 자본에 잠식당해 이호의 해변이 매립되어 할머니들은 양식장 같은 환경에서 물질을 한다. 이곳에 곧 거대한 휴양시설들이 들어서고 관광객들이 늘어나면 더 이상 해녀들이 일하기 어렵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평생 지켜볼 것이다.”


 -그렇게 사진 작업을 하면 생계가 어렵지 않겠는가?
 “나는 외로운 늑대처럼 작업한다. 한 번 문 테마는 놓치지 않는다. 지금까지 해온 모든 테마도 마찬가지다. 야스쿠니도 한센인 회복자도 꾸준히 찍으면서 평생 가져갈 것이다. 운명적으로 그렇게 타고난 모양이다. 돈 안되는 사진만 찍는 게 나의 운명이려니 한다.”gc02.jpg


 -이번 사진 전시장에 해녀 할머니들이 구경하러 오셨나?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
 “많이들 오셨다. 한 열댓분? 다들 좋아하셨다. ‘이렇게 잘 나올지 몰랐다’ ‘그때 찍던 게 이렇게 나오는구나’ ‘쟤는 누구고 쟤는 누구다, 하하’ 이런 반응이 나왔다. 전시장에서 할머니들과 말 그대로 북 치고 장구 치고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놀았다. 10년 후에도 이 할머니들이 물질하는 것을 찍고 싶다는 의지에 다시 불이 붙었다.”


 -해녀 사진을 찍는 사진가 중에는 다이빙을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해병대 출신인 권 작가는 한결 쉬웠을 것 같은데?
 “해병대에서 잠수도 했지만 자격증은 군을 제대하고 나서 정식으로 배워서 땄다. 그런데 처음 공개하지만 솔직히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대학 시절 일본 오키나와에서 인명구조활동 같은 것을 하다가 한번은 잠수 중에 호스가 꼬여 물이 들어왔다. 거의 죽은 목숨이었다가 살아났고 그 후로 물 근처에도 가기 싫었다. 이번에 이호테우 할머니들의 물질을 찍는데 그중에 85살인 홍순화 할머니를 보면서 차츰 물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홍 할머니는 상군해녀이면서 힘도 가장 세다. 50㎏짜리 자루를 지고도 도와달라는 소리를 안 하시는 것을 보고 ‘할매도 하는데 내가 저 정도 못하겠나?’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이다. 홍순화 할머니 덕분에 트라우마가 조금씩 극복되었다. 고맙다.”


 -제주도로 완전히 거처를 옮겼다고 한다. 어떤 이유에서인가?
 “아이가 서울 생활을 힘들어했고 제주도로 가자고 한 이유도 있지만 사진 작업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소록도 녹동항과 제주항이 가깝다. 서울보다 훨씬 유리하다. 당연히 이호테우도 가깝다. 남해안의 원전 작업도 이곳이 더 편하다. (서울은) 사람 살 곳이 아니더라.”    

 

                                                                                                                     책구입 바로가기 

 

*권철의 이호테우는 작가마당에서 연재 중입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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