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 50년, 사진으로 50년

곽윤섭 2015. 08. 06
조회수 28140 추천수 2

 

구와바라 시세이 사진전

한국 현대사의 산증인

 

sisei13.jpg » 서울을 촬영하고 있는 구와바라 시세이, 2015년

 

 다큐멘터리 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의 사진전 ‘격동한국 50년’이 8월 11일까지 열린다. 전시 장소는 조선일보미술관. 같은 이름의 사진집이 눈빛에서 나왔다.

 사진전의 제목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 2015년은 광복 70주년이며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이며 한국군 베트남파병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64년에 처음 한국에 온 구와바라 시세이가 이 땅을 기록한 것도 50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 현대사 50년을 고스란히 기록한 사진가가 한국에도 있을지 의문이 든다. 1965년부터 2015년까지 카메라를 들고 다닌 사람들이야 있겠지만 구와바라 시세이처럼 찍은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시의 구성이나 사진집의 구성에서 목차만 봐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베트남파병, 한일국교수립, 팀스피리트훈련, 민주화운동, 대통령선거, 북한, 판문점, 사할린과 일본의 해외동포, 60년대 이후의 경제성장, 복개 전의 청계천과 고가도로 철거 후 지금의 청계천, 한국의 전승문화……. 최근 50년 동안 한국사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고 절대로 외면해선 안될 키워드들이 총망라되어있다. 여기 주요한 한 낱말이 지나간다. ‘외면’
 
 구와바라의 사진들이 중요한 이유는 한국인들이 외면한 한국의 현대사를 그는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면은 얼굴을 돌린다는 뜻도 있고 어떤 현실이나 진실을 인정하지 않고 모른 척한다는 뜻도 있다. 무식, 무지는 나쁜 일이다. 그것보다 더 나쁜 것은 외면이다. 한국 사진계에서도 외면이 만연하고 있다. 사진작업에서도 우리 현실을 외면하고 사진계의 문제도 외면한다. 우리는 구와바라 시세이의 한국작업에 대해 큰 빚을 지고 있다.

 

sisei01.jpg » 결단식 후 어머니와 면회 중인 파월용사, 여의도비행장, 1965

sisei02.jpg » 결단식 후 면회객들과 포즈를 취한 파월용사, 여의도비행장, 1965

sisei03.jpg » 파월용사 묘역, 국립묘지, 1965. 10

sisei04.jpg » 한일회담 반대데모, 안암동 고려대 부근, 1965

sisei05.jpg » 한일회담 반대데모, 서울, 1965

sisei06.jpg » 청계천변, 서울, 1965

sisei07.jpg » 청계천 복원사업 후 남겨 놓은 고가도로 교각, 서울, 2007

sisei08.jpg » 팀스피릿 한미연합군사훈련, 1978

sisei09.jpg » 기지촌, 문산, 1965

sisei10.jpg » 6월항쟁, 서울, 1987   

sisei11.jpg » 대통령 선거운동, 서울, 2007

sisei12.jpg » 개성, 1992

 

 그동안 사진마을을 통해 구와바라 시세이의 전시나 책을 소개한 기사를 찾아보니 4건이 있었다. 2008년 김영섭화랑에서 열린 ‘구와바라 시세이 청계천 사진전’과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린 ‘구와바라 시세이 사진전’, 2009년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린 ‘내가 본 격동의 한국’, 2013년 인천 배다리와 안양 에이-원갤러리에서 동시에 열린 ‘격동의 한국’까지.
 부산 고은사진미술관 전시장에서 구와바라 선생과 인터뷰를 처음 했고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웬만큼 알려졌지만 구와바라 시세이의 첫 작업은 수은 중독에 의한 공해병인 ‘미나마타병’이 주제였고 이것으로 1963년 일본사진비평가협회가 주는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사진계에 입문한 셈이다. 나중에 미나마타병을 테마로 찍은 사람 중에 유진 스미스란 사진가도 있는데 이 사람의 사진이 훨씬 유명하다. 유진 스미스는 구와바라 시세이의 작업을 알고 있었으며 일본 현지 촬영과정에서 구와바라 시세이의 도움을 음으로 양으로 받았다. 동양적 정서를 무시하고 연출을 통해 포즈를 만들어낸 유진 스미스의 사진이 더 유명해진 것에 대해 구와바라 시세이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먼저 찍었고 나는 연출을 하지 않지만 그의 사진에 대해 괘념치 않는다. 어쨌든 고마운 일이다. 유진 스미스로 인해 미나마타가 더 알려졌으니” 대인배의 면모다. 둘의 사진을 비교하면서 “구와바라는 유진 스미스의 사진을 보고 얼마나 부끄러웠을까”라고 비웃었던 한국의 사진가들의 이름을 나는 기억한다. 마치 최민식을 조롱했던 사진가들의 면면을 보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났다고 잊어버릴 순 없다.
 
 잠시 본질을 빗나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구와바라 시세이를 바라보는 한국 사진계의 시선은 그만큼 중요하다. 자신들이 비웃었던 사진세계를 이제 와서 존경한다고 말을 바꾸는 풍토는 괘씸하기 이를 때 없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만약 본인들의 소신으로 구와바라나 최민식의 사진세계가 기호에 맞지 않는다면 나중에 말을 바꾸거나 행동을 바꿔선 안 된다. 아니다. 사람은 변하니 두 다큐멘터리 사진가에 대한 입장이 바뀔 수도 있다. 바뀌었다면 정색을 하고 입장표명을 한 다음에 발언하고 행동하라. 슬그머니 심사에 끼고 상도 받고 발언하는 행태가 가장 나쁜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혐오하는 정치인들의 자세와 뭐가 다른가? 그러고 보니 끝까지 외면하는 사람들이 더 소신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전시에 걸린 사진 중에 몇 장을 소개한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니 장소 따지지 말고 사진전 보러 가야한다. 이게 한국 현대사의 장면을 소중하게 지켜온 구와바라 시세이를 위한 최상의 예우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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