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등 펴기 자세

사진마을 2019. 07.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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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 있는 수필 #34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이장희의 시 <봄은 고양이로다>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화자는 고양이다. 제프리 아처의 단편소설 <아주 좋은 친구>(영어 원제는 Just Good Friends)에서 남자 주인공과 동거하는 1인칭 주인공 ‘나’는 아주 매력적인 여성처럼 보이지만 거의 끝까지 가서 ‘알고 보면’ 고양이다. 고바야시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웬일이니 마이클>(원제는 What‘s Michael?)의 주인공 마이클은 고양이다. 고양이의 특성을 아주 재미있고 공감이 가게 묘사하고 있다. 마이클은 실수를 했다거나 민망해서 표정관리가 되지 않는 상황이 오면 슬그머니 일어나 춤을 춘다.
 지난 4월 첫 주 남산골 한옥마을에 갔다가 국악당 앞뜰에서 이 고양이를 만났다. 문외한이 보더라도 한눈에 요가동작처럼 보였고 ‘고양이 자세’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아서 검색했다. 요가 동작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의 동작에서 요가동작이 나왔다.  정확한 표현으로는 ‘고양이 등 펴기 자세’였다. 이것은 고양이 자세의 변형으로,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재현하는 동작이다. 재미있는 요가 자세의 이름이 줄줄 이어졌다. 초승달, 비둘기, 의자, 메뚜기, 소, 스핑크스, 도마뱀, 나무…….
 저 고양이는 아주 우아하게 요가동작을 끝내고 나를 힐끗 보더니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 다시 벌러덩 누워 잠을 청했다. 봄볕만큼 짧았던 봄이 어느새 지나가고 벌써 여름이 온 것 같다.
 
글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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