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오디오에 명품 귀?

곽윤섭 2014. 06. 05
조회수 22622 추천수 2

오디오 동호회 ‘빈티지마을’ 맞추기 배틀

유럽파와 미국파 대결 ‘황금귀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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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티지마을>은 오래되었지만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빈티지 오디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2010년 6월에 카페가 만들어졌다. 현재 회원수는 1500명을 넘어섰고 실명으로만 활동할 수 있다는 방침이 정해졌다. 마을의 회원들이 지난 6월 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33rpm 지하 <게스 후>에서 배틀을 열었다. 

 빈티지마을의 회원들 중에서 유럽파와 미국파, 정확히 말해서 독일제 Eb 앰프와 미국의 웨스턴 300A출력관 장착 앰프를 각각 선호하는 쪽에서 대결을 벌인 것이다. 두 앰프 모두 '귀한'것으로 300A는 진공관 한 조(2개)의 가격이 1,000만원을 훌쩍 넘고 Eb의 경우 300A 보다는 약간 싼 편이지만 문제는 구할 수가 없다는 것. 특히 이번에 나온 Eb는 진공관의 아래쪽이 빨갛게 띠를 둘렀다 하여 '빨간 팬티'라고 불리는 희귀품 중의 희귀품이라고 한다. 모두 10개의 곡을 각각의 앰프를 통해 들려주고 회원들로 구성된 평가단이 블라인드로 감상하고 자신의 취향을 적어내는 방식이다. 평가단의 채점표에는 A 앰프와 B 앰프로 들은 동일한 곡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좋은지를 표기하게끔 되어있다. 공정을 기하기 위하여 A와 B를 섞었다. 예를 들어 첫번째 곡의 A 앰프가 독일제였다면 두번째 곡의 A 앰프는 미국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배틀의 기본은 취향이므로 평가단이 같은 곡을 두 가지 앰프로 들었을 때 어느쪽이 더 자기 취향인지를 판단하여 A 혹은 B에 표기를 한다는 것이다. 주최쪽에서는 번외로 "자신이 있다면 각 곡의 A 혹은 B가 독일 지멘스 Eb 앰프인지 미국 웨스턴 300A 인지를 표기하라"고 주문했다.

   

 10개의 곡은 가요부터 록과 클래식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있다. 앰프의 특성을 아는 사람들은 두 앰프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인데 나로서는 완전히 암중모색이었다. 다만 어떤 곡에선가 고음에서 차이가 난다는 정도를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게 가는 귀가 먹어서였는지 아니면 실제 그렇게 들렸는지 알 수가 없다. 어쨌든 미국 연수 시절에 나에게도 난청이 있다는 것을 실감한 후로 또 한 번 난청 증상을 느꼈다.

 이번 배틀은 지난 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이번 배틀의 결과는 웨스턴 300A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총 67명이 채점표를 제출했고 13명은 무승부, 44명이 300A, 10명이 Eb를 적어낸 것이다. 즉 13명은 양 쪽 앰프를 절반씩 적어냈다는 뜻이며 44명의 취향은 300A쪽이었다는 뜻인데 6:4, 7:3, 8:2, 9:1을 적어낸 사람이 모두 포함되어있다. 그러므로 압도적 승리였다고는 하나 아주 미세한 차이였음을 감안해야 한다. 결과를 발표하자 평가단안에서는 조용한 탄식과 환호가 섞여 나왔다. 자리에 있던 한 회원은 "곡이 너무 많지 않았나싶다. 10곡이나 되니 후반부에는 긴장감이 풀려 집중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또한 녹음 자체에 문제가 있는 곡도 있고 하니 결과가 한쪽으로 쏠려서 나왔다고는 하지만 심각하게 의미를 부여할 일은 아니다"고 소감을 말했다. 평가단은 빈티지 마을의 1,500명 회원들 중에서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아서 구성했으니 평가단의 선정이 대단히 엄밀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두 앰프 모두 명품인데다가 이날의 스피커는 유로딘필드였으니 어느쪽이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오디오매니어들로서는 귀가 호사를 누렸던 날이다.  

 

Eb 앰프를 조립해 대회에 출전시킨 배틀선수이자 행사의 주관자였던 엄민형씨는 카페에 ‘빈티지 마을의 승리^^’라는 글을 올려 “형식은 배틀이었으나 내용은 축제였고 출전 선수로는 졌고 행사주관자로는 대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했다. 

 엄씨는 “애를 난산한 산모가 되어 다시는 애를 더 안 낳겠다는 각오가 강한데 좀 시간이 지나면 다른 어머니들처럼 하나 더 낳을까로 변심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이번 배틀에도 뭔가 내기가 있었던 모양인데 여성회원들이 오신 덕분에 다행히도 내기를 이행할 수 없었다고 하니 무슨 내용인지 전혀 짐작할 수가 없다. ㅋ

 

 게스 후의 한쪽 벽엔 몇 장인지 세어볼 엄두도 안나는 엘피들이 소중하게 진열되어 있었고 지미헨드릭스가 뒤쪽 벽에서 기타를 후려갈기고 있었다. 맥주와 다양한 음료가 준비되어 말 그대로 축제처럼 진행이 되었으나 평가단의 감상태도는 대단히 진지했다. 지그시 눈을 감은 사람, 곡에 따라서는 흥에 겨워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었는데 하나같이 온 신경이 귀로 몰렸다는 점은 같았다. 이날 배틀이 끝나고 난 뒤에는 번외경기로 여러 앰프들이 선보였고 특히 김준씨가 제작한 한지스피커가 공개되어 이목을 끌었다.  

 나중에 전해들으니 번외로 주문했던 사항, 즉 앰프 이름 맞추기에선 10개의 곡중에서 앰프의 종류를 9개나 맞춘 황금귀도 서너명 있었다고 하니 놀랍다. 사진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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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0003.JPG » 왼쪽 하얗게 빛나는 것이 웨스턴 300A, 오른쪽의 두 개가 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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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s-00001.JPG » 이날 배틀에 사용된 유로딘 필드 스피커, 한 조에 7,000만원이 넘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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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0010.JPG » 지난해 대회가 열렸던 <피터 폴 앤 메리>의 대표인 한계남씨가 이날 행사를 진행했다.

ear-0011.JPG » 정답 발표

ear-0012.JPG » 이날 번외로 한지로 제작한 스피커가 선을 보였다.

ear-0013.JPG » 결과가 발표된 뒤 진행자 한계남씨가 엄민형씨에게 내기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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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0015.JPG » 게스 후의 벽면

ear-0016.JPG » 음악을 감상하는 자세가 구도자의 그것과 닮았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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