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에 숨겨진 상징 읽기

곽윤섭 2013. 07. 10
조회수 17868 추천수 2
[사진클리닉 TV특강] <14> 사진과 기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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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기호

안녕하십니까? 사진클리닉 곽윤섭입니다. 오늘은 사진과 기호, 기호학과 사진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1 문자와 이미지

익히 알고 있는 문자 혹은 숫자가 완결된 형태로 사진에 찍히면 사람들은 이미지보다 문자 혹은 숫자를 먼저 인지합니다. 여러분은 모두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semiotics21.jpg

 

 

왜 그럴까요? 문자는 문자를 공유하는 언어문화권의 약속입니다.

 

 

낱개의 어소가 모여 단어를 만들고 단어가 모여서 문장을 구성합니다. 이때 만들어진 문장은 의미를 가집니다. 의미는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이 정보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내용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문자를 먼저 쳐다보는 이유는 문자를 보지 않았을 때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문자나 상형문자가 아닌 표음문자는 그 자체에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언어를 같이 쓰는 사람들 사이에 약속으로 규정된 것입니다. 등산을 하다 목이 마를 무렵 약수터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음용불가’ 혹은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음’이란 표지가 있다고 하면 그 물을 마시면 안됩니다. 만약 한글을 읽을 수 없다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대형 매장에 갔는데 5,000원 짜리와 4,000원 짜리의 물건이 있다고 하고 만약 그 두 물건이 비슷한 상태라면 당연히 싼 물건을 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숫자를 읽지 못한다면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문자와 숫자를 익히게 되고 그 후로는 평생 문자와 숫자에 길들여지게 됩니다.

 

 

semiotics12.JPG

경북 안동시의 유명한 찜닭 골목입구에서 찍었습니다.

‘ANDONG'이라는 영어단어는 경북 안동시를 가르키는 낱말입니다. 안동은 시의 이름인데 복잡한 층위의 의미를 가집니다. 안동이란 땅, 안동사람, 포항이 아닌 안동, 의성, 예천, 청송, 영양, 봉화, 영주옆에 있는 안동을 가르킵니다. 또한 안동사람이 생각하는 안동, 안동에 가본적이 있는 사람이 생각하는 안동은 각각 다릅니다. 안동에 대한 이런 다양한 기억이나 경험이 모두 ‘ANDONG’에서 촉발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의식 중에 그 문자를 먼저 쳐다보게 됩니다. 닭의 조형물은 두 번째로 밀립니다.

 

 

semiotics13.JPG

반면 이 사진의 경우엔 아래 전광판의 문자가 흩어진 상태라서 단어나 문장을 구성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그 위에 있는 닭의 조형물을 먼저 쳐다보게 됩니다. 두 사진의 차이는 분명합니다. 사진에 완성된 의미를 갖춘 문자나 숫자가 들어있는 경우 이미지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집니다. 찜닭골목을 보여주는 사진이라면 과연 문자가 들어있어 안동임을 드러내는 사진과 닭의 조형물에 주목하게 만드는 사진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지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예외적인 상황이 있습니다.

semiotics06.jpg 

 

semiotics07.JPG

이 사진의 경우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문자 그 자체입니다. 그렇다면 시선이 문자로 먼저가게 만드는 것이 맞습니다.

 

 

  

2 문자와 이미지 2

사진 속에 든 문자에 대해 더 말씀드립니다.

찍으려고 하는 곳에 문자나 숫자가 들어있는데 프레임구성으로는 피할 수가 없다고 한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혹은 이렇게 생각해봅시다. 찍으려고 하는 대상의 여러 요소들 중에 이미지도 있고 문자도 있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냥 찍다보면 반드시 문자로 먼저 시선이 갈 것 같은데 나의 의도는 그게 아니란 게 문제입니다.

 

 

 

semiotics08.JPG

잘라냅니다. 이 사진에선 ‘노래방’이란 간판에서 아래 위를 쳐내고 한글자만 남겼습니다. ‘래’자 자체로는 의미구성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미지를 먼저 쳐다봅니다. 그 이미지는 ‘노래’를 가르키는 아이콘, 즉 도상이므로 다시 글자와 연결됩니다.

 

 

 

 

semiotics19.jpg

뒤집습니다. 찍은 사진을 뒤집는다는 것이 아니라 반대편에서 찍는다는 뜻입니다. 익숙한 단어라도 뒤집어놓고 보면 쉽사리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주목도가 떨어집니다. 따라서 주요소를 먼저 보고 나서 문자를 봅니다.

 

 

semiotics17.JPG

문자 그자체가 이미지로 보입니다. 이 사진에도 여러 가지 문자와 숫자가 들어있습니다. 빨래줄에 걸린 붉은악마티셔츠의 글자는 뒤집어졌으므로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왼쪽에 있는 오래된 가게의 간판의 글짜는 그 자체로 옛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 역할을 합니다. 상대적으로 새것에 가까운 100이란 숫자가 좀 거슬릴 뿐입니다.

 

 

3. 상징

기호학의 측면에서 보자면 문자 체계는 그 언어문화권의 관습에 따른 상징입니다. 문자외에도 우리 사는 세상에는 상징이 넘쳐납니다. 각 국가의 국기는 강력한 상징물입니다. 태극기의 경우 태극의 문양과 사괘, 일장기의 경우 태양, 성조기의 경우 50개의 별이 50개의 주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국기의 내용이 어느정도 그 나라와 연관성이 있어보이지만 바로 연상되는 작용도 아니고 인과 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도상이나 지표가 아닌 상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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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겨레 이정우기자

 

2002년 월드컵 당시 시청 앞을 가득 메운 시민들 위로 태극기가 둥둥 떠다닙니다. 이때 태극기는 자랑스러운 한국, 한국의 축구팀,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합니다.

상징은 자의적이며 약속체계입니다. 십자가나 부처님은 상징일 수도 있고 도상일 수도 있고 지표일 수도 있습니다. 교통신호도 상징입니다. 파랑, 빨강, 노랑은 가시오, 서시오, 주의하시오의 의미를 가집니다만 색깔 자체에 들어있는 의미가 아니며 그렇게 약속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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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겨레 이정아기자

 

이 신호등은 빨간색입니다. 정지라는 뜻으로 통용됩니다만 사진의 배경이 청와대란 것을 고려한다면 정지외의 다른 의미를 불러오려는 의도가 있는 상징의 사용입니다.

빨강은 위험을 알리는 색깔이기도 하지만 중국에서는 대단히 선호도가 높은 색깔입니다. 중국집엔 빨강이 지배적으로 넘쳐납니다만 위험이나 정지를 떠올리는 사람은 잘 없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나라나 다른 문화권에 들어서게 되면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것도 있지만 시각적인 혼란도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에서 이런 시각적인 혼란은 조심스럽게 처리해야할 문제입니다.

 

자 이런 대상들, 국기, 십자가, 부처님, 교통신호 등이 사진에 들어있다면 주목도가 아주 높아집니다. 사진에 이런 상징적인 요소를 담을 때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합니다. 의도적으로 넣고 찍든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찍어야합니다.

 

semiotics18.JPG

몇개의 태극기가 보입니다. 그보다 먼저 오른쪽의 입간판이 보입니다. 둘 다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둘의 연결이 쉽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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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장미가 어떤 뜻인지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철망에 걸쳐있군요. 어떻게 읽힙니까? 단정지어서 이런, 저런 뜻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철망이 없는 장미꽃 사진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semiotics05.JPG

이 사진은 어떻습니까?

 

semiotics20.JPG

많은 상징이 등장하면 시각적인 피로도가 증가해서 오히려 효과적이지 못할때가 많습니다.

 

semiotics16.JPG

2년전 포항에서 찍었던 태극기입니다. 태극기가 저렇게 찢어져 있으면 어떻게 보일까요?

 

 

semiotics09.JPG

곰인형의 원래 상징성이 놓여진 자리에 따라 확 바뀌었습니다.

 

사진은 기호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오늘은 사진 속 기호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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