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자’ 베스·블루길 제 안방서는 ‘납작코’

사진클리닉 2008. 02. 15
조회수 8015 추천수 1

[미국여행기-플로리다2] 바다공원 들러 습지공원으로


생태공원 안내판에 ‘우리 토종이 외래종 등쌀에…’
악어도 가마우지도 멀뚱멀뚱, 사람구경 넋잃었나


 마이애미시를 벗어나 더 남쪽으로 달리면 비스케인 국립공원이 나타납니다. 준비해 간 지도상에서 아주 짧은 거리라 30분도 걸리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길을 찾다 자주 겪는 실수 중의 하나가 지도상의 거리 개념에 익숙치 않은 데서 발생합니다. 땅이 큰 나라라 지도의 짧은 줄도 보통 한시간 이상은 걸리더군요. 비스케인공원의 95퍼센트는 바다입니다. 그래서 배를 타고 나가거나 다이빙을 하거나 스노클링을 해야지 뭔가를 볼 수가 있습니다. 그중 제일 경비가 적게 드는 것이 바닥이 유리로 된 배를 타고 나가는 것이더군요. 수심이 깊은 바닥은 보이질 않는 약점이 있지만 아주 편하게 바다밑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산호초 위에서 잠시 배를 세워주기도 해서 발 아래로 산호와 물고기들을 구경했습니다.

가장 싸게 먹히는 유리바닥 배 타고 바다밑 관람


배안에서 갑자기 우리 딸이 셔터를 눌렀습니다. 저는 사진에선 늘 심각하게 나옵니다.

m21.jpg


그러나 색깔이 그렇게 다양하게 보이지 않았는데 유리의 색이 진한 탓도 있었지만 꽤나 오염이 되어버린 데에도 원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1895년에 한 생물학자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비스케인의 바다에서는 그 어느 곳에서나 바닥을 선명히 볼 수 있다" 라고 되어 있답니다. 역시 자연을 보호하는 최고의 방법은 사람이 접근하지 않고 모른 척 하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기도 어부가 살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세 시간의 유람을 마치고 다시 공원 입구로 나왔습니다. 바로 옆의 방파제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보여서 구경 삼아 걸음을 옮겼습니다. 국립공원이 분명한데도 합법적인 낚시 허가 구역이 있었습니다. 이런 낚시 구역에도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군데군데 '도마'처럼 보이는 물건이 놓여져 있는데 용도를 알 길이 없었습니다. 낚시의 미끼를 다듬을 때 사용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남부 거의 다 차지하는 대규모 습지, 한나절 ‘코끼리 뒷다리 만지기’

비스케인을 나와 다시 서쪽으로 한시간 가량 달리면 에버글레이드 국립공원을 만나게 됩니다. 역시 초행길이라 간신히 입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워낙 길눈이 어두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미국의 도로표지는 간단하고 합리적이라 찾기 편하다는 것이 여러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에버글레이드국립공원은 플로리다주의 남부를 거의 포함하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곳입니다. 그래서 세상 어디나 다 그렇겠지만 제가 오후 한나절을 잠깐 들렀다고 해서 이러쿵저러쿵 읊을 수는 없습니다. 극히 일부분만을 보고 왔습니다. 에버글레이드공원은 대규모의 습지 지역입니다. 그 습지 사이로 나무다리길을 놓아 산책길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산책길이 10여개 있는데 하나 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사람마다 모두 다를 것입니다. "왔다 가노라" 식으로 하자면 30분이면 될 것이고 강태공이 세월 낚듯 하면 세 시간은 봐야 할 것습니다.

‘왔다 가노라’식으로 볼 지, ‘강태공 세월 낚듯’ 볼 지…
 

여러 산책길 가운데 Anhinga Trail과 Gumbo Limbo Trail 두군데를 둘러보았습니다. Anhinga Trail의 입구입니다. 습지 사이에 놓인 길을 따라 관람객들이 걸어 다닙니다. Anhinga Trail에는 길 주변의 여러 식물들 사이로 동물들이 숨어 있습니다. 습지 사이로 놓여진 나뭇길은 사람의 발길을 생태와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 합리적입니다.

물론 가끔 보이는 악어떼로부터 일정거리를 유지하는 방패막이도 될 것입니다. 악어가 덤비는 일은 거의 없으나 "먹이를 주는 것은 절대 안된다" 는 경고문이 있더군요. 좀 가까이 가서 보니 악어떼는 사람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 같았습니다. 동물원에 가서 호랑이나 사자를 보신 적이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습니다만 여기의 악어들도 상당히 게으른(?) 녀석들이었습니다. 타잔 영화에서처럼 꿈틀거리다 사냥감을 덮치는 악어를 보고 싶었으나 꼼짝도 않더군요. 어쩌면 가만히 눈만 내놓고 있는 악어들이 바삐 움직이며 지나가는 관람객들을 구경한다고 해야 옳을 듯 합니다. 대체로 구경이란 것을 하려면 여유가 있어야 하는 법인데 악어와 사람중 누가 더 여유가 있는지는 명백해 보이더군요.

이런 생각은 잠시 뒤에 나타난 가마우지과의 새 두 마리를 보면서 확신이 생겼습니다. 관람객들이 지나가는 길 울타리에 턱 자리를 잡은 이 친구들은 사람이 옆에 오든 말든 멀뚱거리며 여유있게 사람구경을 하더군요. 덕분에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런 나뭇길로 된 생태공원을 서울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서울 강동구에 가면 길동자연생태공원이 있습니다. 길동생태공원은 처음부터 그 지역에 있던 습지대를 시에서 매입해 꾸민 곳입니다. 지난 1999년 문을 열었고 습지의 생태를 어느 정도 보존하고 있습니다. 서울 인근에서 가장 먼저 개구리를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그 곳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개구리 가운데 가장 먼저 잠을 깨는 종류가 한국 고유의 아종인 아무르산개구리인데 길동자연생태공원에 그 종류가 있더군요.

1999년 문 연 길동생태공원 생각이 언뜻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해마다 경칩이 되면 신문에서 개구리사진을 내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칩 때 활동하는 개구리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진기자들은 시장에서 개구리를 사서 물가에 내놓고 찍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개구리를 일찍 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길동생태공원을 찾으시면 좋을 듯 합니다.
잠깐 이야기가 빗나갔군요. 길동생태공원에 가보시면 나뭇길로 된 산책길이 있고 그 주변으로 습지생태를 관찰할 수 있게 꾸며져 있습니다. 한국에도 이런 데가 있구나 싶을 정도로 시설이 좋았습니다. 시설이란 자연생태와 사람 사이의 공간을 친환경적으로 차단해 둔 안목을 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철새 조망대가 있었는데 새들이 놀라지 않도록 칸막이를 두었더군요. 공간이 터져있으면 서로(사람이나 철새)가 방해를 할 수도 있을 염려가 있으므로 그런 장치를 둔 것입니다. 물론 주로 사람이 새들을 놀라게 하겠지만….

Anhinga Trail에서 악어가 움직이는 것을 기다리다 지쳐 돌아나오는 길에 재미있는 안내문 하나를 보았습니다. 외래종 물고기들이 이곳(플로리다)의 토종물고기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세상 어느곳이나 그런 일이 벌어지는구나' 하는 신기한 마음에 자세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놈이 그놈’같지만 남미·아프리카산에 ‘음메, 기죽어’

번식력이 강한 외래 물고기들 때문에 위기에 몰린 물고기는 놀랍게도 베스, 블루길 등이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베스와 블루길은 한국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대표적인 외래종입니다. 60∼70년대에 향어 등과 함께 블루길, 베스, 떡붕어 등 번식력이 뛰어난 대형종이 집중적으로 수입되어 우리 나라의 민물생태계에 들어왔는데 특히 블루길과 베스 등은 급속히 확산돼 우리 나라의 토종 민물고기를 잡아 먹거나 먹이경쟁을 하며 토착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또 외래종은 국내 토종과 교잡해 새로운 변종이 생겨나고, 외래종과 함께 들어온 세균과 벌레 등도 퍼지고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국내에 서식하는 민물고기 가운데 외래종이 한반도 고유종의 절반에 이르면서 토착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는 형편입니다.

사진에선 잘 보이지 않는 안내문 내용입니다.
“남미에서 온 오스카, 마얀 시크리드, 파이크 킬리피쉬등과 아프리카산 블루 틸라피아등 외래 물고기들은 토종 물고기들보다 더 공격적이며 적응을 잘해 토종 물고기들의 먹이와 공간을 앗아가고 있다.”
안내문의 그림에서 왼쪽의 물고기가 플로리다 토종이며 오른쪽이 '불청객' 외래종입니다. 토종이나 외래종이나 다들 사납게 생겨서 ‘그놈이 그놈’ 같아 별 차이를 모르겠더군요.

한국에선 우점종이 되어 '큰 소리를 치며' 살고 있는 베스같은 녀석들이 왜 자기네 나라 물에선 힘을 못쓰는 지 어이가 없었습니다.
사실 그런 생각은 '인간의 것'일 뿐입니다.
사람이 옮기지 않았다면 어찌 베스같은 녀석들이 한국까지 왔겠으며 아프리카나 남미의 민물고기들이 플로리다의 습지에서 활개를 치겠습니까.
물고기에겐 자기가 원래 살던 환경에서 사는 것이 최선이겠지요.

 (*곳간은 곽윤섭기자가 예전에 썼던 글과 사진을 갈무리해둔 곳입니다. 미국여행기는 2002년의 글입니다) 

 

글/사진 한겨레 곽윤섭기자 kwaksa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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