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이달의 독자사진]풍경 그 너머 삶-마음 새겨넣어 찰칵

곽윤섭 2010. 06. 16
조회수 4808 추천수 0
한겨레가 뽑은 이달의 독자사진에 김민수(서울 송파구 가락2동)씨와 유장원(전주 완산구 효자동1가)씨의 사진이 선정되었습니다. 두 분께 한겨레가 마련한 소정의 기념품을 보내드립니다. 응모하실 분들은 <렌즈로 본 세상>에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사람이 있어 우리 삶도”
노출차이 이용 능숙
멋진 한컷
암시도 은근슬쩍
 
 
img_12.jpg


 
멋집니다. 주인공을 강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 중 노출 차이를 이용한 사진입니다. 프레임 안에 떨어지는 빛이 고르게 비치지 않고 어느 한 부분에만 더 강하게 내려오면 그곳에 들어 있는 대상은 눈길을 끌게 됩니다. 이것이 노출 차이입니다.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의 눈은 카메라와 달라 어둡고 밝은 곳을 동시에 거의 같은 밝기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지나쳐버리기 십상입니다. 김민수님은 ‘노출 차이’ 정도는 알고 있는 분입니다. 경우에 따라서 노출의 차이는 사진찍기에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일부만 그늘진 곳에서 기념사진을 찍게 되면 어떤 사람들은 어둡게, 또 어떤 사람들은 너무 밝게 나와버려서 표정을 알아볼 수 없게 되기도 합니다.
 
힘이 있습니다. 한 손으로 줄을 붙들고 있습니다. 이 줄에 모든 게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작업을 하는 왼손도 살짝 보입니다. 작업의 도구가 같이 보이질 않아서 아쉽습니다. 하지만, 사진의 왼쪽 아래엔 작업의 내용을 암시하는 도구 통이 달려 있어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발도 희미하게 보입니다만 그 외의 곳은 모두 암흑 속입니다. 김민수님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건물 사이의 틈이 좁아 사다리차도 올라올 수 없는 좁은 공간입니다. 벽면의 금간 곳을 메우는 인부를 보았습니다. 줄 하나에 의지해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네 사람들 모두가 외줄인생, 외줄타기를 하며 위태로이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있어 우리의 삶도 메워지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딸 챙기는 마음 간직하도록”
삼각형의 안정 구도
배려도 수준급
슬쩍 비낀 센스까지

 
img_13.jpg

유장원님은 전북 진안의 마이산으로 놀러간 친구가 딸을 찍고 있는 모습을 옆에서 담았습니다. 오른쪽 정자에 사람이 하나 보일 뿐, 사진은 고즈넉합니다. 아이들은 어릴 땐 부모의 카메라에 곧잘 응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무렵-대체로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슬슬 카메라를 피하기 시작합니다. 제가 최근에 만나본 생활사진가들에 따르면 그 시기가 갈수록 빨라진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또래들과 어울리고 싶거나 혼자 있고 싶은 모양입니다. 유장원님의 ‘아빠의 마음’은 그런 풍경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진 속 아빠는 겉모습만 봐도 사진 실력이 출중한 분입니다. 우선 앵글을 낮추기 위해 쪼그리고 앉았다는 데 주목합니다. 땅바닥 배경보다는 호수와 산의 배경을 더 많이 넣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왼손에 든 등산지팡이로 몸을 의지하여 두 다리와 함께 삼각대모양을 형성해 흔들림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이 사진을 찍은 유장원님도 실력과 예절이 있는 분입니다. 친구와 친구의 딸, 그리고 친구의 옆에 선 나무가 삼각형을 만들어서 화면 속에 안정감을 주고 있습니다. 동시에 사진 속의 두 인물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옆으로 물러서서 프레임을 만들었습니다.
 
어쩌면 친구의 딸에겐 들켰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친구의 딸은 두 카메라를 모두 외면하고 다른 쪽을 봅니다. 정면을 보고 찍은 평범한 기념사진을 피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누구의 의도인지 모르지만 센스가 돋보입니다. 유장원님은 썼습니다. “저는 친구가 ‘딸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어 하는 아빠의 마음’을 나중에라도 간직하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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