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강의실 시즌2]홀로거나 비었거나 따로의 잔해 ‘원초 본능’

곽윤섭 2010. 05. 27
조회수 9522 추천수 0
<13> 외로움
달리 찍어야 하는 사진가 고독은 운명
마음이 쓸쓸하면 사진에 흔적 묻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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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들이 추상적인 테마를 걸고 작업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것이 고독, 외로움, 쓸쓸함입니다. 인간은 원래 고독한 존재라고 합니다만 사진의 테마로 빈번히 쓰이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사진가들의 사진작업이란 것이 태생적으로 고독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장소에 수십 명의 사진가가 모여서 찍는다고 하더라도 저마다 다른 생각들을 하면서 다르게 찍어야 한다는 숙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사진입니다. 사진의 거장들은 모두 남들과 다른 사진을 찍고 싶어 했고 현재 활동하는 사진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개 작가의 사진을 보면서 “누구랑 비슷하다”라고 하는 것은 가장 큰 불명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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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 속의 고독이 더 쓸쓸한 법

 
외로움을 떠올릴 수 있는 소재, 혹은 대상을 거론해봅시다. 일단 혼자 있는 존재는 쓸쓸해 보입니다. 사진의 프레임 속에서 주변엔 아무도 없이 사람, 강아지, 나무, 전봇대 등 무엇이 되었든 홀로 있다면 외롭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2006년 제주도 어느 바닷가에서 혼자 낚시를 던지는 남자를 찍었습니다. 멀리 등대가 하나 보이기에 같이 포함시켰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바다보다 더 쓸쓸해 보입니다.
 
고독을 테마로 한다고 하더라도 사진의 구성 자체가 단조롭다면 볼거리가 부족해지고 메시지가 단순해질 수 있습니다.  “군중 속의 고독”이란 표현이 있듯이 사진 속에서 달랑 혼자 등장하는 것보다는 많은 무리 중에서 홀로 한편에 비켜 서있는 존재가 더 쓸쓸하게 보입니다. 만약 주 피사체가 사진 속의 어느 한구석에 있지 않고 가운데 있으면서 다른 행동, 자세를 취하고 있다면 더 고립되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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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파리에 출장을 갔다가 잠시 짬을 내어 생 외스타슈성당을 찾았습니다. 성당 앞의 광장과 잔디밭에서 초여름의 햇살을 즐기는 파리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청년 하나가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엉뚱해보였습니다만 주변의 아무도 그를 개의치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휴식을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간섭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 청년과 그 주변의 사람들은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전혀 별개의 존재로 보였습니다. 그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면 그렇게 고독해 보이진 않았을 것입니다. 동작이 크고 튀니 더 외로워 보였습니다.
 
혼잡한 놀이공원에서 배경으로는 여러 커플들이 보이는데 혼자 솜사탕을 물고 걸어가는 이가 있다면 정말 외로워 보일 것입니다. 텔레비전의 인기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를 보면 ‘모태솔로’ 성녀 오나미가 나옵니다. 그녀는 전혀 외롭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그 덩치 큰 동물원 코끼리가 어슬렁거리는 뒷모습
 
사진전에 다녀보면 작품에 대한 평론가들의 해석을 참고삼아 읽어보곤 합니다. 거기서도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낱말은 아마도 본능, 직관과 더불어 실존, 고독 등이 아닌가 싶습니다. 본능이나 직관은 어떤 사진작가든지 모두 지니고 있으니 별 특별한 의미가 없는 것이며 결국 실존이나 고독을 자주 거론하는 것입니다.
 
그만큼 고독은 흔한 테마입니다. 하지만 그 고독과 실존을 표현하는 방법은 저마다 달라야 합니다. 강아지나 고양이도 고독할 수 있으며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 중 특히 덩치가 큰 포유류는 정말 외로워 보입니다. 대공원에 갈 때마다 코끼리사를 찾아가봅니다. 커다란 덩치의 코끼리가 혼자 어슬렁거리다가 뒤를 보이며 걸어가면 더 없이 쓸쓸합니다.
 
사진은 주관적인 작업입니다. 점수를 매길 수도 없고 절대적인 기준치라는 것도 없습니다. 본인이 그렇게 느끼고 프레임을 구성하면서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혼자만의 해석을 표현하여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특히 다른 어떤 테마보다도 더 고독은 사진가의 심경을 그대로 드러내곤 합니다. 제가 사진 강의를 하면서 수강생들이 찍어온 사진을 평할 때는 그분들이 찍어온 사진의 소재를 유심히 주목합니다.
 
즐거운 기분이 드는 사람들은 그런 소재를 찾아옵니다. 심사가 어지러운 사람들은 또 그런 대상을 주로 담아옵니다. 다함께 공원을 가서 사진을 찍는데도 마음이 외로운 이들은 혼자 서있는 나무, 전봇대에 더 눈이 가곤 합니다. 짝지어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유난스럽게 혼자 있는 인물들의 뒷모습을 찍습니다. 정면을 찍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굳이 한 명의 쓸쓸한 뒷모습을 찍습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라서 그런 경험이 간혹 있습니다.
 
소주 상자 앞에 서있는 강아지, 무슨 사연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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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어느 작은 도시의 구멍가게 앞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는 것을 봤습니다.
배가 고팠는지 가게 안으로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던 녀석은 마침 소주 상자 앞에서 한동안 서있었습니다. 당연히 그때 셔터를 눌렀고 그 후 그 강아지는 저의 사진 속에서 영원히 소주를 마시고 싶은 상태로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무슨 강아지가 소주를 알아보기나 하겠습니까. 이는 모두 사진가의 자의적 선택에서 비롯된 사례입니다. 이런 것이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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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칼레도니아에서 열린 사진워크숍에 강사로 참가했었습니다. 쉬는 시간에 바닷가를 어슬렁거리는데 웬 사내가 선탠을 하는지 고개를 처박고 모래밭에 엎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풍경이야 흔하디 흔한 것이라 넘어가려다가 그 옆에 새겨놓은 생일축하 메시지를 보곤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어쩐지 외로워보였습니다. 혹시나 자신이 조개껍데기를 모아서 스스로 축하메시지를 만들어놓고 저렇게 엎드린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 사진을 찍는 제 그림자가 프레임 속에 같이 들어왔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 순간 외로웠던 것은 에드워드, 그 남자가 아니고 사진을 찍는 저 자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패턴을 깨는 파격은 튀지만 외롭습니다. 한때 광고에도 나왔던 표현이 있죠.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혼자 맞다고 주장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의 발로입니다만 그는 외로울 것입니다. 굳이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나 정치인이 아닌 보통 사람들에게도 결심의 순간은 자주 다가옵니다. 인생은 고독한 결단의 연속입니다. 때가 오면 시기를 놓치지 않고 결심을 내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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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 금주의  미션 ㅣ 외로움을 찍어라
 
사진가의 영원한 테마인 외로움(고독, 쓸쓸함)을 본인만의 방식으로 표현해봅시다. 낙엽이 날리는 가을에만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꽃피는 봄이 더 고독에 어울릴 수 있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사진 찍기는 고독한 작업이어야 합니다. 본인만의 생각일 수 있고 일부러 라도 그렇게 소재를 찾고 프레임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조리개를 열어서 배경을 날리는 것도 유용하고 노출의 차이를 이용해 당신의 쓸쓸한 주인공이 홀로 그늘 속에 들어있게 찍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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