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으로 오랜 동행, 사진이 말하다

곽윤섭 2011. 01. 03
조회수 5495 추천수 1
 
 한겨레의 ‘올해의 사진가’ 심사평
 섬세한 관찰-파격적 앵글로 인연과 사랑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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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포토워크숍 연말 어워드’에는 총 18명이 각 10점의 다큐멘터리 연작을 응모하였다. 9명의 심사위원은 이들 중에서 수상 후보자로 1~2명을 각기 추천하였고, 그 결과 10명이 △작업의 이해 △일관성-연결성 △지면 게재의 적합성 △프린트의 품질 등으로 구분된 점수평가 후보로 올랐다.
 각 항목은 10점 만점이었고, 심사위원의 총 합산 점수 차가 10점 내외면 최종 재심사를 거치기로 했다. 2명의 후보가 최우수상을 두고, 3명의 후보가 나머지 우수상을 두고 최종 재심사까지 가는 박빙의 경합을 벌였다. 결국 이강훈 씨가 최우수상의 영예를 누렸고, 류정호 씨와 신병문 씨는 우수상을 획득했다.
 
 최우수상 이강훈, 다큐 특성과 사회적 기능 모범
 
 다큐멘터리 사진작업의 요체는 무엇보다도 작업 대상과의 친밀도와 그것에 쏟아붓는 시간의 양이다. 친밀감이 결여되어 사진 속의 인물들이 사진가를 타자로, 이방인으로 인식하고 경계한다면 사진작업은 결코 성공에 이를 수 없다. 그리고 적은 시간을 작업에 할애한다면, 그 다큐멘터리는 그 어떤 새로움에도, 깊이에도 결코 도달할 수 없다. 따라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는 사기꾼의 뻔뻔함, 외교관의 사교성, 정치가의 협상력, 농부의 인내심, 성직자의 신실함을 일부나마 가져야 한다.
 이강훈 씨의 작업, <가족>은 다큐멘터리 사진의 일반적 특성과 사회적 기능을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이었다. 작가는 ‘쪽방촌’에서 2004년 이후 서로 의지하며 ‘가족’처럼 사는 박동기(57) 씨와 김태일(82) 씨의 일상을 9개월에 걸쳐 카메라에 담았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가족’에 대한 섬세한 관찰을 파격적인 앵글로 담아 삶과 고통, 인연과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실존적 고독과 경제적 궁핍을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 친구의 우정으로 무마하는 소외된 삶을 강렬한 시각으로 잡아냈다.
 이렇듯 이강훈 씨의 <가족>이 성공적인 다큐멘터리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사진가가 사진 대상과 격의 없는 관계를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타자일 수밖에 없는 사진가가 어떻게 촬영 인물들과 인간적 신뢰를 쌓느냐 하는 것은 다큐멘터리 사진의 요체다. 좋은 다큐멘터리 작업을 위해서는 사진가는 언제, 어디서나 대상 인물들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하며, 그 인물들은 은밀한 일상조차 사진가에게 노정하여야 한다. 이강훈 씨는 고독한 두 사람의 병든 신체를 클로즈업하면서 그들과 동화된 자신을 보여줬고, 소외된 삶, 주변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연민을 자극함으로써 다큐멘터리 사진의 사회적 역할도 일정 부분 수행했다.
 
 우수상 류정호-신병문, 주제의식 아쉬워
 
 우수상을 수상한 류정호 씨 작업 역시 촬영대상, 즉 자동차 정비사 고재억 씨와 인간적 친밀함을 바탕으로 사계절에 걸쳐 이뤄졌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의 모범을 보여줬다. 그리고 10장의 사진을 하루의 여정으로 엮는 포트폴리오 솜씨도 다큐멘터리 사진 편집의 능숙함을 보여줬다. 이렇듯 탁월한 사진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정비사 작업은 이강훈 씨의 작업에 비해 주제의식이 약했다. 성실하고 근면한 소시민의 삶이라는 주제 외에는 다른 메시지를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신병문 씨의 <서해바다의 노래>는 서해 포구의 활기와 일상의 정경을 탁월한 디자인 감각과 유머로써 포착했다. 어민들의 일상과 어촌의 풍경이 간직하고 있는 강렬한 색과 형태, 그리고 동작 속에서 즐거운 미소를 끌어내는 센스를 충분히 발휘했다. 그렇지만 위의 두 수상작에 비해 주제·소재의 집중성이 결여되는 양상을 보였다.
XXX1.jpg  수상자들에게는 9명의 심사위원 중 한 분을 자신의 멘토로 선정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된다. 이는 수상자들이 조만간 겪게 될 전시와 출판의 어려움에 도움을 주기 위해 기획되었다. 수상자들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낸다. 그리고 사진가의 호칭에 값하는 수상자들의 새로운 작업을 기대해본다.
 최봉림/ 사진평론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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