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5초, 본능이 삶과 현실 순간 포착

곽윤섭 2010. 12. 07
조회수 14151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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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 델피르와 친구들] <3> 마크 리부
 “나의 최고 걸작은 바로 내일 찍을 예정”
 거리사진가로 여유와 낭만과 위트 녹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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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베트남전쟁에 개입했다. 전 세계로 반전시위가 퍼져나갔다. 1967년 10월 21일 수천 명의 반전 활동가들이 미국의 베트남 참전에 항의하기 위해 워싱턴에 있는 펜타곤(미 국방부 건물) 앞에 모였다. 젊은 여성, 잔 로즈 카시미르는 손에 꽃 한 송이를 들고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는 무장한 군인들의 행렬 앞에 다가섰다.
“그녀는 병사와 시선을 마주치려고 애쓰며 말을 건네고 있었다. 대화를 시도한 것이다. 나는 총검 앞에 선 그녀보다 그녀 앞에 서있는 병사들이 더 겁을 먹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위대-병사-꽃 든 여성, 절묘한 반전 메시지
 
이 사진은 반전의 메시지를 담은 사진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사진이다. 적절한 순간에  적절하게 처리된 사진의 힘은 측량할 수 없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다. 이 사진 때문에 미국이 베트남에서 철수하게 된 것은 아니겠지만 반전여론을 확산시키는데 큰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을 찍은 마크 리부는 1923년 프랑스 리용에서 태어났고 2차 세계대전 당시 레지스탕스로 활약했다. 1952년 파리에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로버트 카파를 만나 교류하면서 많은 도움과 영향을 받았고 ‘라이프’지에 ‘에펠탑의 도장공’으로 데뷔했다. 인도, 중국, 베트남, 소련, 아프리카, 알제리, 방글라데시 등 세계 곳곳에 다니면서 역사적 현장과 동시에 일반 민중들의 삶을 기록했다. 1979년에 자유로운 활동을 꿈꾸며 매그넘을 떠났고 별다른 취재 의뢰 없이 자유의지로 사진작업을 했다.

마크 리부의 사진은 “우아한 일상”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전형적인 거리사진가의 한 사람이지만 사진 속에 여유와 낭만과 위트가 들어있으며 쓸쓸한 느낌보다는 대중들의 삶에 숨겨져 있는 순간을 발견해내는데 천재적인 자질을 보였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자신을 세부묘사의 순간을 수집하는 사람이라 불렀다. 그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다.
“나는 내 삶에서 미리 계획을 짜본 일이 거의 없다. 나는 나의 본능을 따르고 뜻밖의 일, 깜짝 놀랄 순간(surprise)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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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생각하라고 있는 게 아니라 보라고 있는 것”
 
사진집 ‘마크 리부-Photographs at Home and Abroad)에서 그는 이렇게 적고 있다.
“사진이 세상을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다만 사진은 세상을 보여줄 수는 있다. 마침 변하고 있는 순간의 세상을. 뷰파인더를 통해 각운과 리듬을 발견해내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나는 마치 음악을 듣거나 시를 읽는 것처럼 거리의 정경이나 아련한 풍경을 찍는다. 내 사진 중에서 최고의 걸작이 뭐냐고 물어오면 ‘바로 내일 찍을 예정이다”라고 답한다. 사진은 지적인 과정이 아니다. 사진은 시각적인 산물이다. 눈은 보라고 있는 것이지 생각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찾아다니는 것은 사람들의 삶, 실제 현실에 들어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1/125초의 순간에 인생을 음미하는 것이다.

마크 리부의 홈페이지에서 그의 사진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홈페이지의 서문엔 다음의 글이 있다.
“나에게 사진이란 직업이 아닌 열정이었다. 그 열정은 거의 집착에 가까운 것이었다.” 
http://www.marcriboud.com/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한겨레신문사는 12월 17일부터 2011년 2월 27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델피르와 친구들’ 사진전을 개최합니다.

델피르는 사진계의 거목으로 출판인, 전시기획자, 예술감독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60여 년 활동해왔습니다. 이번 전시는 델피르와 인연을 맺은 사진가들이 델피르에게 헌정하는 전시입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요세프 쿠우델카, 세바스치앙 살가두, 헬무트 뉴턴, 로버트 프랭크, 로베르 두아노 등 세계 최고의 거장들이 참여합니다. 

곽윤섭기자 


[사진전 델피르와 친구들]
 <3> 마크 리부
 <2> 요세프 코우델카
 <1> 로베르 두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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