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한 ‘잉여’ 사회, 그래도 청춘은 난다

hanispecial 2011. 10. 20
조회수 8313 추천수 0

류정호 한겨레등용작가 지상전시 ‘88만원 세대 어떤 젊은이의 일상

 낮에는 음식점 밤에는 방송국 알바로에서 투잡

 등록금 문턱에 대학 포기하고 미디어아트 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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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균씨가 미디어아트 전시를 위한 자신의 작품 컨셉을 설명하고 있다.


 정창균 씨는 28살의 청년이다. 1980년대에 태어나 10대인 90년대에 IMF를 겪었다. 어렵던 시절이라 풍족한 10대를 보내지 못했고 생활이 어려워진 부모를 바라보며 앞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느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면 그 불안감은 사라질 거라는 역시 막연한 기대감도 가졌다.
 하지만 대학 입학의 문턱을 넘자 등록금이라는 문턱이 또 막아서 대학생이 아닌 아르바이트생으로 20대를 시작했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나 고민을 하다가 자원입대를 했다. 어찌어찌 졸업하고 운이 좋아 취직을 해도 ‘88만 원 비정규직 세대’로 살아야 한다. 설령 회사에서 자리를 잡아도 40살을 넘어서면 권고퇴직에 뒷덜미를 잡히느니 자신에 맞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 옳다는 판단에 제대 뒤 스스로 대학을 포기했다.
 저녁에는 경제TV 방송국에서 자막 입력 일을, 낮에는 음식점에서 서빙 일을 본다. 부모님은 평범한 회사원으로 생활하지 않는 아들이 못마땅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두 가지 일을 하는 것이 비정규직보다 수입이 낫고 지금 공부하는 미디어아트를 배울 수 있는 시간도 있어 좋다고 한다. 유학도 떠날 계획이지만 부모님께는 아직 말씀을 못 드렸다. 부모님 세대의 가치관으로는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는 경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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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끓는 청춘인지라 ‘여자사람’에게 시선이 고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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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에서 작곡과 베이스 파트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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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방송국 낮에는 식당에서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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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새벽 자신의 작품작업에 몰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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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지 않던 술이 요즘 부쩍 늘었다며 걱정한다.

  부모님세대는 IMF를 겪으며 한순간 무너지는 것을 경험했기에 안정적인 삶을 추구한다. 기성세대의 사회 구조에서 이미 포화 상태인 기회를 기존의 방식으로 찾아야 하는 어려움을 잘 모르신다. 기존의 직업이 아닌 미디어아트라는 조금 다른 길을 결정하니 마음도 편하고 의욕도 생긴다. 학창시절 자신을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는 교육체제를 진작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 후회된다.
 “요즘 20대는 참여의식도 없으면서 세상에 불만만 많고 노력 없이 산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앞날에 대한 대비와 계획, 저도 물론 하고 싶죠. 하지만 결혼을 하려면 집이 있어야 하고 그 집을 사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 연애를 하려면 괜찮은 직장과 자동차가 있어야 만나주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여자를 ‘여자사람’이라 부르고 자신을 ‘독거노인’이라 불러요. 물론 과장된 유행어지만 부모님의 뒷받침이 없는 저희가 당장 내 몸 하나 건사하기 바쁜 건 사실입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희화하며 자신 한 몸 추스르기에 바쁜 우울하고 칙칙한 20대 청춘이다. 그런 현실이 답답할 때면 ‘기성세대(어른) 당신들은 기회가 있었고 누릴 만큼 누리지 않았느냐. 우리에게는 남은 기회조차 없고 독립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구조 속에서 당신들의 성공 기준에 따르지 못한다고 능력 없고 노력 않는 세대로 치부되는 것이 억울하다’고 속으로 외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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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남 중 장남이다. 예비군 훈련을 위해 부모님 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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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보낸 메시지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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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새벽에 일터로 나가시고 동생의 배웅을 받으며 예비군 소집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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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Rage Against The Machine의 노래 제목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잉여(잉여인간)라고 놀려요. 그 말에는 자조와 자부가 공존해요. 사회가 요구하는 행복과 성공의 기준에 충족되는 자원이 한쪽으로 몰려있는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자조와 기존의 틀이 아닌 미디어아트라는 다른 분야에서 기회를 만든다는 자부심이 있기에 스스로 낮추는 여유도 있습니다. 잉여 된 사회일 뿐 저는 잉여가 아닙니다.”
 창균 씨는 한때 노력은 성취가 아닌 부질없음이고 노력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 불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존의 질서가 아닌 자신만의 성공기준에서 미래를 바라보면 노력은 만족이고 ‘자신의 적은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가 인터뷰 마지막 날 예비군 훈련장에서 헤어지면서 웃으며 한마디 남긴다. “나라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다고!” 
글·사진 류정호/한겨레등용사진작가  00361380201_2011102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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