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사진가 쿠퍼의 특별한 시선

곽윤섭 2011. 11. 16
조회수 11268 추천수 0

이글은 2010년 2월에 써서 지면에 소개되었던 기사입니다. 사진마을에도 올렸던 것 같은데 오늘 찾아보니 없어져서 다시 올렸습니다. 

 홈페이지에 가보니 쿠퍼는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중입니다. 표정에서 중견 작가의 포스^^가 보이기도 합니다.

 


 

 

 

낯설지만 신선한…고양이가 찍은 세상

미국인 부부, 고양이 목에 디카 달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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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의 사진가 고양이 쿠퍼. 사진/앤디 로저스

 

 

그의 홈페이지에서 심하게 흔들리는 화면을 보고 나서 영화 <클로버필드>에서 사용되었던 ‘익스트림 핸드헬드’ 기법이 떠올랐다. 이 동영상을 찍은 이는 아주 빠르고 도약을 잘한다. 그러다 잠시 멈춰 무엇인가에 주목한다. 다시 카메라를 들고 날아가듯 몸을 던진다. 그렇지만 대체로 시각이 산만하고 가끔은 뭘 찍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장면도 있다.

그는 약 1년 전에 동영상보다 사진을 먼저 시작했다. 즐겨 찍는 대상은 그가 사는 마을의 집, 거리 등 풍경이지만 인물도 찍고 거리의 고양이를 찍기도 한다. 사진에서도 휙 지나가는 동안 셔터를 누른 것 같은 장면이 간혹 있다. 그렇지만 동영상보다는 안정적인 샷이 많다. 그는 아침식사가 들어 있는 서랍을 찍기도 하고 거미, 새집, 사람의 다리를 찍기도 한다. 초점이 놀랍도록 선명한 튤립 사진을 보면 사진가의 심미안을 짐작할 수 있고 바로 코앞에서 찍은 듯한 고양이 사진에선 파격적인 앵글과 구도를 느낄 수 있다.

 

앵글이 무척 낮고 거칠지만 신선하다. 사람들은 그의 사진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시카고 페기 노트배트 자연박물관에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그의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작품 판매도 이루어지고 있다. 수익의 일부는 시카고에 있는 동물보호센터(PAWS)에 기부할 예정. 그의 사진과 활동에 열광하는 사람들 수백명이 페이스북에서 그를 `팔로’한다. 그는 일주일에 단 하루만 사진을 찍는다. 촬영 동안 늘 목에 카메라를 걸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을 염려하는 이유도 있지만 나머지 6일은 편안하고 나른한 일상을 즐기는 것을 더 원하기 때문이라고 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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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고양이와 조우’ 쿠퍼가 최초로 찍어온 다른 동물은 고양이였다. 사진/쿠퍼 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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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의 전시장에서 크로스부부와 함께한 쿠퍼. 사진/케빈 로

 

 

그의 이름은 쿠퍼, 이제 4살 먹은 수컷 고양이로 미국 시애틀에서 살고 있다. 막 태어난 직후에 거리를 떠돌던 그를 크로스 부부가 입양해서 한 식구가 됐다. 크로스 부부는 각각 독립영화 감독일을 하고 있다.

 

쿠퍼가 목에 달고 다니는 카메라는 비스타퀘스트 제품. 2분마다 한번씩 자동으로 셔터가 눌러지게 개조된 것으로 무게는 약 35g이며 두께는 2㎝, 긴 쪽의 길이가 6㎝짜리 미니어처 카메라다. 고양이의 활동을 고려해 충격, 긁힘, 물에 강한 케이스를 씌웠다. 에스디(SD) 카드를 넣을 수 있는 130만 화소의 디지털카메라. 쿠퍼가 한번 카메라를 매고 집 밖을 나가면 150~500컷 정도를 찍는다. 자동으로 눌러지지만 쿠퍼는 자신이 사진을 찍은 장소를 인식하고 있고 그가 찍은 사진 중에서 가장 애착을 보이는 작품은 ‘이웃 조망’으로 쿠퍼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첫날 작품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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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하늘, 나무 등과 함께 꽃은 쿠퍼가 좋아하는 사진 소재 중의 하나. 사진/쿠퍼 캣

 

쿠퍼를 입양한 마이클 크로스는 전자우편 인터뷰를 통해 “쿠퍼는 자신이 원하면 언제 어디서든 낮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때문에 이 사진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전해왔다. 쿠퍼가 쓰는 것과 같은 제품을 전세계에서 최소한 50마리 정도의 고양이가 목에 걸고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개와 소의 목에 카메라를 걸어뒀다.

 

과연 고양이 쿠퍼가 사진과 사진찍기에 대해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 크로스는 “일주일에 하루만 목에 걸고 카메라가 가볍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 것 같다. 나머지 6일 동안엔 쿠퍼는 그냥 다른 고양이처럼 시간을 보낸다. 쿠퍼는 카메라를 목에 거는 날을 좋아하는 것 같다. 물론 그날 특식을 주기 때문일 수도 있다.(웃음) 우리가 컴퓨터에 쿠퍼가 찍은 사진을 올려놓고 보고 있으면 쿠퍼도 곧잘 옆에 와서 같이 본다. 그는 그가 찍은 사진을 분명히 알아보는 것 같다”고 답했다. 

 

쿠퍼의 반려인이자 아버지 노릇을 자처하고 있는 크로스는 “만약 당신의 고양이에게도 카메라를 걸어주고 싶다면 반드시 고양이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쿠퍼와 달리 카메라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 고양이들의 경우엔 강요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www.PhotographerCat.com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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