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훈, 강재훈과 초등학생들의 농촌사진전

곽윤섭 2011. 11. 16
조회수 13649 추천수 0

 

 농협 창립 50주년 기념 사진전

  두명의 작가와 28명의 초등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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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사진전 <신 농가월령>전이 11월 17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브이 갤러리에서 열린다. <신 농가월령>은 농자천하지대본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성남훈, 강재훈 두 작가의 시선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두 작가의 사진이야 필설로 설명할 것 없이 깊은 내공을 담고 있으니 우리 땅과 우리 땅에서 자란 농작물의 텁텁함과 부드러움을 유려하거나 꾸밈없이 잘 묘사하고 있다.

 이번 전시엔 특별히 태백 미동초등학교 학생들의 코너 <빛의 아이들>이 마련되었다. 미동초등학교는 이 학교 전 교장이었던 류제원 선생님이 전교생들에게 사진을 가르쳐 창의력을 키우는 공부를 시켰던 덕에 모든 아이들이 디지털카메라를 하나씩 들고 사진을 특기활동으로 하는 학교. 농협은 지난 7월 이번 전시작가 성남훈, 강재훈과 함께 미동초등학교에서 ‘재능나눔 사진캠프’를 열었으며 그 아이들의 작품 30여 점으로 특별전을 꾸몄다. 초등학생들의 사진은 자체가 특별하다. 통상 아이들은 순수하다고 하는데 과연 요즘 아이들이 그렇게 순수한지 조금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어떤 잣대로 놓고 보든지 어른들보다는 순수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갖가지 학원과 선행학습에 시달리게 된 것은 결국 어른들의 욕망 때문인 것을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을까.
 
 약 2년 전에 한겨레 지면을 통해 미국에 살고 있는 고양이 사진가 쿠퍼를 소개한 적이 있다.

http://photovil.hani.co.kr/137035

 요약하자면 길고양이 쿠퍼를 입양한 부부가 일주일에 한 번 고양이의 목에 초경량디지털카메라를 달아주고 2분에 한 컷씩 찍히게 설정해뒀다. 집으로 돌아온 쿠퍼의 목에서 카메라를 회수해 컴퓨터에 옮겼더니 근사하게 찍혔다는 것이다. 이 사진을 정리해 전시회도 열고 수익금은 동물보호기금에 투척했다는 이야기다. 그때 본 고양이가 찍은 사진들에서 받은 신선함이 이번 미동초등학교 학생들의 특별전 사진에서도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겠다. 고양이는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로 다니며 사람이 들여다보지 않는 특별히 낮은 앵글로 다닌다. 그 사이 사이에 셔터가 눌러졌으니 그야말로 신선한 사진이 찍힌 것이다. 미동초등학교 아이들의 사진이 순수하고 신선한 것은 아마도 전 교장 류제원선생님의 덕이 아닌가 싶다. “뭘 어떻게 찍어라”고 하지 않으면 각자 알아서 찍게 될 것이다. 보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찍고 어른들은 너무 시시하다고 생각하여 거들떠 보지 않는 것을 초등학교 학생들은 쳐다본다. 특히 강원도 태백의 작은 학교 아이들이니 얼마나 여건이 좋았을까? 설령  도시의 아이들이 시간을 내서 찾아보고 싶어도 주변에서 발견할 수 없는 것이 강원도엔 있다. 그 내용들이 특별전에 등장한다. 고추, 무, 호박, 송아지를 어디서 찍을 것인가. 어른들이 이것을 찍으려고 들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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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하-슛 골인-공차는 순간을 잘 포착하였으며 공을 차는 자세도 좋아요-1.jpg 

 

 

유현진 - 놀란 내친구 -거울에 나타난 깝.jpg

 

다음은 자신들의 사진에 대해 써둔 아이들의 글이다. 글을 읽으면 사진이 떠오를 것이니 그 사진을 한 번 찾아보도록 하자. 만약 해당 사진을 쉽게 찾지 못했다면 그것은 아이들의 사진이 좋지 않아서, 혹은 아이들의 글 실력이 정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어른들의 심안이 흐려진 탓이라고 보면 된다.
 
 제목 : 귀염둥이 송아지
4학년 김현정
 
  우리 집에 들어가서 나는 아빠따라 소밥을 주러 갔다. 그때 송아지를 보면서 밥을 주었다. 너무 귀여워서 집으로 뛰쳐들어가 사진기를 사지고 송아지집으로 가서 바로 찍었다.
  나는 송아지에게 귀여운이름을 지어 주었다. 이름은 귀둥이다.
  너무 귀여워서 붙여준 이름이다.
 
 제목 : 맛있는 양배추
4학년 강은지
 
  학교급식에서 양배추가 나왔다. 그 중에서 유난히 양배추를 맛있게 먹던 예나가 “ 언니 양배추가 너무 맛있어”라고 말 하였다. 그래서 나는 예나에게 “ 나중에 언니가 양배추 줄게”라고 말하였다. 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학교 뒤뜰에 있는 양배추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 사진을 찍어 예나에게 보여 주었다. 예나는 다른 어떤 때 보다 방긋 웃었다. 나는 예나를 기쁘게 해주어서 너무 좋았다.
 
 제목 : 홍고추 가족

 3학년 김예진
 
  아빠홍고추가 가족들을 데리고 소풍을 나온 것 같다. 맨앞에 아빠고추 뒤에 엄마고추 그리고 그 뒤에는 아기고추들이 엄마와 아빠를 따라서 소풍을 나왔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여름내 기르신 고추들이 우리집 하우스 안에 가득했다.
  고추들아 멀리가지는 말고 꼭 하우스안에 있으렴...
 
 제목 : 안개탐험대
4학년 신성학
 
  우린 포기하지 않는 안개 탐험대다.
  산에 진한 안개가 뒤덥펴 안보이긴 해도 우리 안개탐험대는 계속 탐험을 하였다. 슬슬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우린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안개가 걷히며 시야가 확보된다. 이제 반만 가면 도착이다.
  안개가 마지막까지 우릴 괴롭힐려고 바둥바둥 거렸다. 도착지에 다오자 이제 안심이 되었다. 우리는 도착하자 기분이 좋았다.
  마치 우리가 안개 백성들을 다스리는 것처럼 보였다.
  우린 안개탐험을 마치고 집으로 갔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제목 : 가을 단풍잎
 4학년 양희성
 
  오전에 길을 가다가 우연히 아주아주 빨간 단풍잎을 보았다.
  그 중에서도 제일 큰 두 나뭇잎은 서로 한줄기의 양쪽으로 달려 있었다. 한 줄기의 가지를 의지하여 빨간 몸을 뽐내고 있는 단풍잎을 보니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나도록 멋있었다. 또 어떤 동물의 발바닥처럼 생긴 단풍임이 너무 신기하다.
  내 상상으로는 단풍잎 전체가 서로 자기가 잘났다고 싸워서 열이올라 빨개진 것 같다. 이렇게 작은 식물로도 상상도하고 계절도 알 수 있어 좋다.
 
 
 
 
 제목 : 가족
 4학년 유현진
 
  목장에 가서 소를 보았는데 가족이 있는 것 같았다.
  왼쪽끝에 엄마, 오른쪽 끝에는 아빠, 오른쪽 2번째에 있는 송아지는 언니, 그 옆에는 아기같다.
  목장의 소 가족을 보니 우리 가족과도 많이 닮았다.
  항상 우리 옆에 있어주시는 부모님 그리고 내 동생
  소 가족들도 항상 우리 가족처럼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지금도 소 가족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다시 한번 목장에 가보았으면 좋겠다.
 
 
 
 제목 : 동그라미안에 또 다른 세상
 4학년 이성빈
 
 
  학교를 가는 길에 경운기가 버스정류장에 서 있었다.
  경운기는 농촌에 꼭 필요하다. 경운기가 없으면 배추도 못 나르고 약도 못치고 밭도 갈지 못한다.
  경운기는 만능이다.
  경운기를 보다 보니 재미있고 신기한 동그라미가 있었다. 서울사람들은 이 동그라미가 무엇인지 모를 것이다.
  동그라미로 경운기를 보니 전혀 다른 모습이다.
  세상에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진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들었다. 이런 것을 알고 있다는 나는 어깨가 으쓱거렸다.

 
 
   

 *전시장에서 곽윤섭 기자의 이름을 대면 4인까지 무료입장 가능합니다. 많은 관람 바랍니다.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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