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보물창고 ‘열린사진’, 작가도 기부 동참

사진마을 2011. 12. 19
조회수 30774 추천수 0

문 연 지 한 달,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사진들 차곡차곡

대학 사진학과, 작가, 평론가 등도 유례없는 실험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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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미식 사진작가 <에티오피아 마스칼축제>

 

 

 11월 17일 한겨레 사진마을에 <열린사진(http://photovil.hani.co.kr/openphoto>이 처음으로 문을 연 이래로 한 달이 되었습니다. <열린사진>은 한겨레신문사가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사진공유의 온라인마당>입니다. 사진을 기부하는 사람들과 사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곳입니다. 누구든지 사진을 대가 없이 올리며 쌓인 사진들은 누구든 “공익적이고 비영리적 목적을 위해” 거저 내려쓸 수 있는 방식입니다. 

 

1백여 명 참여해 1만여 장 쌓이고 3백여 차례 사용돼

 

 그동안 모두 백여  명의 기부자들이 보내온 1만 장의 사진이 쌓였고 삼백 차례 사용되었습니다. 대학의 사진과, 작가, 평론가 등 사진계에서도 이 새로운 현상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월간사진> 12월호에선 두 쪽에 걸쳐 <열린사진>을 소개했습니다. 아직 틀을 잡지 못해 사진을 올리거나 내려받는 쪽에서 혼란을 느끼는 사례도 간혹 목격되고  있습니다만 점차 자리를잡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나 선한 마음으로 접근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한겨레는 사진을 기부하는 사람들이 더 신바람나게 사진을 쾌척하고 사진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더 편리하게 사진을 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1만 장을 넘어선 현재 <열린사진>의 <사진창고>에 어떤 사진들이 들어있는지는 한겨레로서도 정확히는 알지 못합니다. 검색어를 넣어봤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한번 찾아보십시오. 정말 좋은 사진들이 많이 있습니다. ‘바다’라고 치니 제주도, 울릉도, 강화도, 호주의 그레이트오션로드 등 다양한 바다풍경이 등장합니다. 이번엔 ‘거리’라고 입력했습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거리의 모습들이 고루 들어있습니다. 거리에서 파는 붕어빵, 청계천의 야경, 오스트리아, 독일, 헝가리 등 동유럽의 이국적인 거리 풍경 등이 포함됩니다. 사진을 기부한 모든 분들의 사진이 하나 남김없이 소중합니다. 아름다운 풍경도 인기가 있지만 다소 심심해 보이는 풍경을 원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목사님도 교수님도 전문가 뺨치는 명작들 내놔
 
 일일이 모든 분을 소개해드리고 싶지만 무작위로 몇 분의 <열린사진가>를 골랐습니다. 들꽃이라고 치면 수백 장의 들꽃 사진이 뜹니다. 김민수님이 특히 많은 들꽃 사진을 올렸는데 하나하나 꽃이름을 모두 밝혀두었습니다. 전문가 수준이라 아니라 전문가입니다. 김민수님은 제주 종달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 장로회 총회본부 문서선교부장을 역임했고 현재 총회교육원 출판부장으로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독학으로 사진을 배웠고 심장병 어린이를 돕기 위한 개인전을 두 차례 열었으며 여미지 식물원과 북제주군청의 초청으로 전시회를 하기도 했답니다. 최근에 김민수님이 쓴 책 <하나님, 거기 계셨군요!>를 보니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달팽이 목사’ 혹은 ‘들꽃목사’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이름 있는’ 들꽃과 풀꽃은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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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호 서남대 교수 <백령도 점박이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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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열린사진가 <꽃이 담긴 물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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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열 열린사진가 <우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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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현 열린사진가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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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식 사진작가 <에티오피아 마스칼축제>

 

 송석현님은 최근에 나비사진을 연이어 올리고 계십니다. 한겨레 스페셜콘텐츠의 인기사이트 ‘물바람숲’의 고정 필자인 김성호(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님은 이름하여 ‘대포’를 들고 다니는 새사진의 전문가입니다. 김성호님은 옹달샘을 찾은 산새들 사진을 올려주셨습니다. 사진을 가장 많이 기부하신 분은 박성렬님입니다. 다 세어 볼 수도 없었는데 약 3,000장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이런저런 자료사진으로 쓸 내용들을 구색에 맞게 챙겨주신 분입니다.

 사진을 기부하는데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몇 작가들에게 이런 뜻을 전달했는데 다들 흔쾌하게 참가의사를 밝혔습니다. 여행사진가로 유명한 신미식작가가 벌써 에티오피아 <마스칼축제>를 담은 사진 십 여장을 보내왔습니다. 검색어를 넣으면 바로 만나볼 수 있고 비영리, 공익 목적이라면 지금이라도 무료로 내려받기를 할 수 있습니다.

 여러 검색어를 넣어보다가 아직 한 장의 사진도 없는 단어를 찾았습니다. 이 기사를 읽으시는 분이 바로 지금 ‘그리움’이라는 태그에 해당하는 사진을 올리면 첫 ‘그리움’ 사진이 될 것입니다. 사진 한 장 올린다고 세상이 바뀌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올린 사진 한 장이 그 어딘가에 사용되어 어느 누구 한 명에게 기쁨이나 감동이나 위안을 준다면 그 가치는 그 사람에게는 세상만큼 클 것입니다.  

 

  쓰시는 분들은 구체적인 신분과 정확한 사용처 꼭!
 
 사람마다 감흥이 다르니 멋진 사진의 기준도 다릅니다. <열린사진>을 시작하기 전에 아는 스님 한 분과 점심공양을 함께하며 이야길 나눴습니다. 미국에서 포교활동을 하시는 연암 선각 스님입니다. 스님께서는 대뜸 “못 찍은 사진이 많으면 좋겠다. 초점이나 노출이 잘못된, 그런 사진이 오래 봐도 지겹지 않아 더 좋더라”고 하시는 게 아닙니까. 그러니 아무 사진이나 편하게 올리십시오.
 
 이 자리를 빌려 사진을 올려주신 분들과 내려받을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며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올려주시는 분들은 본인들의 사진이 좋은 곳에 투명하게 쓰이길 원하고 있습니다. 내려받을 분들은 가능한 편하고 사용하고 싶어합니다. 양쪽의 입장이 모두 소중합니다. <열린사진>의 가장 큰 취지는 “사진을 좋은 곳에 널리 쓰이게 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열린사진>은 별다른 구체적이고 세세한 저작권 규정이나 제한을 두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진을 기부하시는 분은 한겨레를 믿고 사진을 올려주십시오. 사진을 쓰시는 분들은  기부하시는 분들의 착한 뜻을 헤아려 본인의 신분과 정확한 사용처를 꼭 밝혀주시고 사용후기를 올리는 ‘이렇게 썼어요’ 코너에 쓴 흔적인 인증샷을 남겨 주시면 세상이 더 훈훈하지 않을까요?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계 원로 김승곤 순천대 석좌교수가 본열린사진’

볼펜보다 카메라가 더 자주 쓰이는 시대

돈없어 못 쓰는 ‘공익’ 위한 사회적 봉사

 

한 장의 사진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법이나 현실을 바꾸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많이 보았다. 카메라가 볼펜보다도 더 자주 쓰이는 시대다. 사진을 사용하지 않은 거리의 광고판이나 인쇄물, 인터넷이란 상상할 수 없다. 사진 한 장에 수억 원씩 한다는 말을 들어도 요즘엔 놀라는 사람이 없다. 불황 속에서도 사진 값이 해마다 오르더니 급기야 지난해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에서는 길버트와 조지의 작품 하나가 무려 40억 원 가까운 값에 팔렸다. 사진의 경제적인 가치나 효용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사진도 다른 저작물과 마찬가지로 권리가 붙는다. 창조하는 행위 자체로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힘들여 만든 작품을 누군가 제 것처럼 멋대로 이용한다면 창작에 몰두할 예술가가 줄어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문화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저작권이다. 저작자의 경제적 사회적인 가치와 권리를 존중해서 문화를 발전시키자는 취지다.
 
 이처럼 사진이 일상화되고 쓰임새도 넓어졌지만, 사용료를 낼 형편이 못돼 정작 써야 할 곳에 사진을 쓰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그런 사용자를 사진가와 이어주는 중계자 역할을 하자는 것이 한겨레신문에서 시작한 ‘열린 사진’이다. 공익을 위해 재능을 기부한다고 하는 사회적 봉사활동이다. 다소 생소하게 들리지만, 쉽게 말해서 사진가의 전문지식과 경험의 소산물인 사진을 웹에서 내려받아 공공의 비영리 목적으로 돈을 내지 않고 그냥 쓰이게 하자는 것이다. 좋은 취지는 살리되 사용자에게는 저작권에서 정해진 의무를 지우니까 사진가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찬동하는 사람들이 올린 사진 1만여 점으로 우선 가게를 열었고 호응도 좋다.
 
 전 세계의 개인이 찍은 사진을 한곳에 모아서 여러 사람들이 공유하게 하는 나눔(쉐어링) 방식은 꽤 오래 전서부터 있었는데, 인터넷시대가 열리면서 확산의 규모와 속도가 놀라울 만큼 커졌다. 40억, 50억 개의 이미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곳만도김승곤 수십 군데에 이른다. 사용할 때 돈을 받는 곳과 무료인 곳으로 크게 나뉜다. 우리나라에선 2005년부터 작가들로부터 미술품을 사들여 공공기관에 빌려주는 미술은행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하지만 ‘열린 사진’은 국민의 혈세를 쓰지도 않고, 사진문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층이나 폭이 훨씬 넓다는 것이 다르다.
 
 저작물일지라도 멀리 내다보면 인류의 문화유산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저작권을 뜻하는 ‘카피라이트’에 빗대어 ‘카피레프트’라는 용어가 생긴 것도 그런 이유다. 이런 방식의 나눔이 혹시라도 사진가의 경제적 이익을 훼손하거나 창작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은 아닌가라는 걱정은 있을 수 있겠다. 좋은 취지를 살리면서 동시에 사진의 사회적인 공헌과 사진가의 권익, 문화발전이라고 하는 가치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고 활성화시켜 나갈 것인가, 그것이 관건이다.


 김승곤/사진평론가, 순천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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