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사진

사진마을 2017.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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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숙 '어게인스트 디 아이즈' 개인전

인천 배다리에서... 신작 절반 이상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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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숙의 사진전 ‘어게인스트 디 아이즈’가 15일부터 27일까지 인천시 중구 차이나타운로에 있는 사진공간 배다리 2관(차이나타운 전시관)에서 열린다. 목요일은 휴관. (070-4142-0897)

같은 제목의 사진전이 4년 전에 서울에서 열렸으나 이번에 걸리는 30여 점 중에 그동안 새로 찍은 사진이 절반가량 추가되었으니 새로운 전시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모두다 아는 사실이겠지만 하나의 전시라는 것은 그 안에 걸리는 각각의 사진이 따로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총합에서 해석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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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선보이는 사진을 중심으로 이 전시를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손이숙 작가의 지상목표는 관객 현혹이다. 현실을 사진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합성이나 변형을 하지 않았으니 관객들은 모두 있는 그대로라고 믿는다. 실제로도 셔터를 누르는 것 말고는 다른 후보정은 없었다. 그렇지만 사진들을 하나씩 보고 있으면 뭔가 시각적 혼란이 다가온다. 이것이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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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동물원에서 찍었다는 <새>를 보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작가를 붙잡고 이것은 무엇이며 이것은 또 무엇인지 물어봐야 소용이 없을 것이다. 어떤 장면은 작가도 의도하지 못한 채 따라왔을 것이니 그렇다. 사진가의 실력은 셔터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여기서 성립한다. 그럼에도 셔터를 누른 손은 작가의 것이며 누른 타이밍도 작가가 정했다. 말을 비비 꼬자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펼쳐진 모든 공간을 작가가 모두 통제하지 못한 채 순간이 결정되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연의 산물일 수 있으나 또 필연적인 결과물일 수밖에 없다. 전시되는 사진 중 여럿에서 시선을 방해하는 필터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하여야 한다. 그건 작가가 집어든 비닐일 수도 있고 필름 슬리브가 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엔 종이가 그 역할을 했다. 그냥 자연 중에 존재하는 안개와 공사장 가림막과 물의 반사 등도 열심히 관객의 시선을 가로막고 나선다. 관객을 호도하고 현혹하고 빙빙 돌게 하는 것이 이 전시의 핵심 포인트다. 사진에 들어있으나 쉬 드러나지 않는 것을 찍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을 것 같은데 손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건 내가 작정하고 찾아다닌다고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력한다고 성과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언제 어느 순간에 나타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그냥 보일 때마다 찍는 수밖에 없다. 그게 노력이라면 노력이긴 하다. ‘어게인스트 디 아이즈’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세월이 많이 걸리겠지만 차근차근 모아서 언젠가는 책으로 엮어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손이숙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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