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는 풀어서 던져야

사진마을 2017. 12. 13
조회수 2097 추천수 0

사진집단 포토청 2017년 단체전 개막

25명이 <흰>을 주제로 파고 들었다

다양한 해석 좋으나 제 길 벗어나면 곤란



사진 집단 포토청의 단체전이 19일까지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 제2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흰>이라고 한다. 모두 25명이 참여했다. 지난해의 주제는 <커피>였다. 커피농장, 커피 자체, 커피를 마시는 사람, 커피를 마시는 공간, 커피의 색깔, 바리스타 등 다양한 접근이 신선했었다. 이번 주제 <흰>은 어떻게 해석해냈는지 궁금했고 25인의 대표사진 1장씩을 받아서 열어봤다. 지난해를 기억하기 때문에 올해는 다소 뜻밖이었다. <흰>이라는 주제를 해석하는 것이 쉽지 않았나 보다. 사실상 쉽고 어려움의 문제가 아니다. 생각이 복잡했다.

  눈에 보이는 주제가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주제가 있다. 커피는 실체가 있다. 이때 커피란 것은 머그잔이나 일회용잔에 담긴 액체 상태의 음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포토청의 사진가들이 지난해 주제를 해석한 사진들을 보면 커피가 아니라 커피문화라고 확장하고 있었다. 아예 제목을 커피라고 국한하지 말고 커피를 둘러싼 모든 것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싶다. 어찌되었든 커피라는 주제로 커피농장이나 카페라는 공간으로 확장할 수도 있고 이해할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반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주제도 있다. 쉬운 예를 들자면 행복, 사랑 같은 것이다. 우리는 어떤 장면을 목격하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으나 눈앞에 보이는 대상이나 물체가 바로 행복인 것은 아니다. 고양이와 개가 사이좋게 서로 등을 비비고 있는 장면을 보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으나 카메라 앞에 있는 실체는 행복이란 개체가 아니고 고양이와 개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주제를 사진으로 연결하려면 기호학이 따라야한다. 특히 은유(메타포)를 활용하는 것이 유용하다.
 
  올해의 주제 <흰>은 추상적인가 구상적인가? White의 뜻을 가진 ‘흰’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주제다. 흰 종이, 흰 눈, 흰 고양이, 흰 꽃은 각각 눈에 보인다. 그런데 커피와 다른 점이 있다. 커피는 액체 음료든 커피콩이든 커피가 떠오르지만 <흰>종이, 흰 눈, 흰 고양이, 흰 꽃을 보면서 우리는 <흰>보다 종이나 눈이나 고양이나 꽃이 떠오르기가 더 쉽다. 다시 말하자면 <흰>은 눈에 보이는 것이긴 하지만 어떤 객체 그 자체라기보다는 어떤 객체가 가지는 여러 성질 중의 한 성질이다. 동그랗게 생긴 흰 공은 동그랗다는 형태적 성질이 있고 희다는 색깔의 성질이 있다.
 
 <흰>이란 주제를 사진으로 옮길 때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흰소리라고 할 때의 흰이 아니라면 분명히 희다(White)는 뜻으로 읽는 것이 맞다. 그렇게 읽어주길 기대하고 흰이란 주제를 정했을 것이다. 언어는 코드다. 틀에 박힌 해석에서 탈피하여 창조적인 해석을 하고 싶다고 하여 ‘흰’을 ‘희지 않은’이나 ‘덜 흰’으로 읽을 수는 없다. 수세에 몰린 군대가 적군이 보낸 “흰 깃발을 들고 투항하면 공격하지 않겠다”는 전문을 받았다고 하자. ‘흰’이란 낱말의 해석을 다르게 해서 ‘빨간’ 깃발을 들고나갈 수가 있겠는가?
 
  여기서 잠깐 그리스신화를 예로 들어보자.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는 크레타로 떠나기 전 부왕인 아이게우스에게 살아서 돌아오는 경우에는 뱃머리에 흰 돛을 달고, 죽은 경우에는 검은 돛을 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크레타에서 미노타우로스를 해치우고 아리아드네의 도움을 받아 미로를 탈출하는 데 성공한 테세우스는 어쩐 일인지 약속을 잊고 검은 돛을 단 채 돌아온다.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게우스는 멀리서 검은 돛을 단 배가 보이자 아들이 죽었다고 판단하고 바다로 뛰어내려 자살한다. 그 바다를 아이게우스(Aegeus)의 이름을 따 에게해로 부른다는 것이다. 신화에는 테세우스가 왜 흰 돛으로 바꾸지 않았는지에 대해 명확히 기술되어 있지 않다. 아리아드네를 중간에 버리고 온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든 나머지 흰 돛으로 바꾸는 것을 잊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왕위를 빨리 물려받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올해 포토청의 단체전 <흰>사진을 열어보면서 지난해보다 수준이 떨어졌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사진전을 감상할 때 주제가 있으면 관객들은 어떻게든 사진 속에서 그 주제를 찾아내려고 한다. 그 결과 이번 전시되는 사진들에서 비, 물, 돌, 나무, 벽돌, 때, 면도 크림, 물, 밥, 석탑, 인체 골격모형, 조형물, 알 수 없음, 저고리, 꽃, 저고리, 아파트, 접시, 알 수 없음, 바닥, 나무, 백발 등에서 <흰>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아! 흰 색은 이렇듯 여러 곳에서 찾아낼 수 있구나. 그리고 그 흰색이 들어있는 장소와 대상에 따라 <흰>은 여러 성질을 띠고 있구나”라고 읽어줄 관객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게 읽었다 한들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나마 성의있는 관객의 입장에서 좋게 봐준 것이지 객관적으로 보자면 각 사진에서 <흰>을 찾아내기가 힘겹다. <흰>이란 색깔의 성질보다도 다른 성질이 먼저 보이는 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역순으로 가자면 초록색, 나뭇잎, 산책이 먼저 보이고 송진가루, 반핵 시위, 자작나무, 청소 등이 먼저 강력히 보였다.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은 대단히 훌륭한 시도이나 지나치게 해석하다가 원래 주제로 돌아오지 못하면 곤란한 일이다.
  짧은 작가노트들이 따라붙어 있어서 하나씩 읽어보았다. 이또한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읽으면 큰 의미가 있는데 사진과 연결이 되지 않는다. 글과 사진이 따로 논다. 작가노트나 작업노트는 사진을 보충하여 설명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으나 사진을 완성시키지는 않는다. 아예 협업을 한다면 작가노트가 아니라 이미지+텍스트의 협업결과물로 갈 순 있겠다. 어렵사리 작가노트의 도움을 받아 사진을 이해한다고 해도 그게 <흰>이라는 주제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사진도 많았다.
   보도자료에 이런 표현이 있었다. 포토청의 회원들도 어려웠던 모양이다. “‘흰’에 혼난 1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강재훈사진학교 사진집단 포토청의 2017년 단체사진전을 준비하며 주제를 ‘흰’이라고 정하고 난 뒤의 이야기입니다.”
  <흰>이란 주제로 사진작업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길 하는 것이 아니다. 뭐든지 사진의 주제가 될 수 있는데 더 좁혔으면 좋았겠다. <흰>이란 성질 하나를 주제로 하는 것은 마치 <서울>을 주제로 삼는 것과 다를 바 없이 광대하다. 단체전이라는 특성상 여러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주제를 해석해낼 수는 없다. 애초에 이런 단체전을 하는 것도 해석의 자유로움에서 나오는 다양성을 지향하는 것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좁혔어야 쉬웠다. 예를 들자면 “신비로운 흰색”, “흰색의 신비”라고 해서 여러 곳에서 신비로운 <흰>을 찾았다면 작업도 쉽고 결과물에 대한 이해도 쉽지 않았을까? 분명히 해두지만 예를 들었을 뿐이다.
  아마 2018년 연말에도 포토청은 단체전을 열 계획을 하고 있을 것이고 전체 주제를 벌써 정했거나 곧 정할 것이다. 관객 없는 전시 없다. 관객을 위해서 조금 더 친절한 주제가 정해지면 좋겠다.
 

가나다순으로 한 작품씩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한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photo01.jpg  
강재훈
제목 : 비로부터
처마 끝에 앉아 비를 바라본다.
바람 붓으로 그려지는 빗방울에 든
찰나의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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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길
수 십만 년 흐르며 생명의 빛을 머금고 흐른 내성천,
이곳에 세워진 영주댐이 담수를 시작하기 전
모래강 속에서 빛나던 윤슬을 담았다.
그것이 생명의 빛이라면
담수된 영주댐에도 생명의 이야기를 들려 속삭여
다시 모래강으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 내성천은 낙동강의 제1지류로 경북 봉화에서 발원하여
예천까지 110.29km를 흐르던 우리나라 강의 원형인 모래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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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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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백

제목 : 돌아가다
나무는 하얗게 태어나서 봄을 먹고 여름을 입고 가을을 느끼고 겨울을 웅크리며 색을 갖춘다. 나무는 죽어서 쓸모로 바뀌고 서서히 색을 잃는다. 사람은 죽은 나무를 살아있는 듯이 보이고 싶어 갈고 닦고 바르고 다듬지만, 색을 입혀주는 생명은 돌아오지 않고 나무는 조금씩 조금씩 하얗게 되돌아간다.
 



photo05.jpg

문상기
제목: 백의 공간 白義空間
“고려 충렬왕 원년에 태사국(천문·기상·풍수지리를 담당하는 관청)에서 아뢰기를 ‘동방은 오행(五行) 가운데 목(木)의 위치여서 푸른 색깔을 숭상하여야 하며, 흰 것은 오행 중에 금(金)의 색깔인데 지금 나라 사람들이 흰 모시 옷으로 웃옷을 많이 입으니 이것은 목이 금에 눌리는 형상입니다. 흰색의 옷을 입는 걸 금할 것을 주청합니다’ 하니 왕은 그 말을 좇았다”고 하는 기록이 있는걸 보면 오래전부터 흰옷은 민중의 상징이었던 것 같다.
음양오행 중 흰색은 쇠(金)를 의미하며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 중에서는 의(義)에 해당한다.
1907년(융희원년)에 지어진 융희 감옥은 경성감옥에서 서대문 감옥, 서울 형무소, 서울 구치소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1987년 경기도 의왕으로 이전되기까지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을 고문하고 가두고 죽이는 공간으로 사용되었다.



photo06.jpg  
 박상찬 Park Sang Chan
제목 : 먼지가 되어
‘흰’
제사상의 한가득 밥도, 그것을 그릇에 담아내는 엄마의 행주치마와 두건도 그랬다.
제사상 앞에서 한 손으로 두루마기 잡은 아빠의 또 다른 한 손에 잡힌 불붙은 지방도 그랬다.
장모님이 혹은 사촌 남동생이 한쪽 벽에 사진으로 그리고 조그만 항아리 속의 가루로 남아있게 되었을 때도 여전했다…….
 
그 기억들이 조각나 먼지와 같은 알갱이로 유리창에 붙어있고….
나는 그 유리창을 통해 그것을 다시 본다.
현재는
나에게 그렇게 남아 있다.
‘흰’


 
photo07.jpg  
 박창민 (Park, Changmin)
제목: 크림
흰 크림 위로 면도날이 지나간다
수염이 잘려나간다
그 전날 쌓인 고민과 쓸쓸함과 미련이
잘려나간 수염만큼 사라졌으면…



photo08.jpg

박태성
제목: 물에서
물은 참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액체로, 기체로 또 고체로….
그래도 물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물은 참 다양한 색깔을 보여준다. 하얀색, 푸른색,….
그래도 물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자연이 만든 물보라든지 인간이 만든 물보라든지
하얀 물보라는 가장 생명력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한다.
물의 본질은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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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홍기
제목: 밥
흙과 빛, 바람과 비로 뭉친 단단한 기억이 물과 불로 부드럽고 따스한 공기가 되어 꾸역꾸역 내 기억으로 치환된다.
삶으로
기쁨으로
노여움으로
추억으로
이별로……
 

photo10.jpg  
안선영
제목: 바르게 살자
바르게 살자.
싫은데?
 
환하게 빛나는 세상 좋잖아.
빛은 눈을 멀게도 해.
 
순백의 세상이 어때서?
색이 사라지면 감각도 사라지지.
 
때 묻지 않은 삶이 좋아.
살아있으니까 섞이고 오염되는 거야.
 
질서 있는 세상이 아름다워.
모든 독재자들이 꿈꾸던 그것?
 
불안한 건 드러나지 않는 게 나아.
그런 식으로 날 추방하고 싶은 거지?
아니, 널 우리 곁에 두고 싶어서야.
누가 너에게 그런 권한을 준거야?
 
그래도 난 바르게 살겠어.
그러시던가.
 


photo11.jpg

오인숙
제목: 2017 가산 디지털 단지
웃지 말아요.
그래도 여기에 있었기에
힘들었지만 사랑스런 아이들을 낳아 키웠고
가끔 내 헛되고 못난 꿈도 추억할 수 있었어요.
소설보다 더한 게 현실이라
이곳에서 떨려나는 것은 차마 상상할 수가 없어요.
아, 제발 그만 보아요.
바라보는 당신을 마주하기가 더 견디기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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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신                  
제목 : 괜찮아 !
보고픈 친구들아
친구별들과 함께
하얀 손을 흔들게!!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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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훈
제목 : 잊힐 것들의 저장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썰물에 실려 나가듯 사라진다. 쓸려가지 않을 것만 같은 것도 언젠가는 깨끗하게 끌려나간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의 어떤 것들도 매일 쓸려나간다. 오늘은 그것들이 잊히기 전에 끄집어내어 사진에 담아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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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령
제목:배냇저고리
알콩시아
 
2017년 8월 17일
알콩시아가 태어나다.
 
알콩은 태명
시아(侍娥)는 이름
 
그날 이후
별명이 하나 더 생기다.
애고 이뻐라.
 
꿈을 꾸어본다.
알콩시아가 살아갈 세상
흰 이면 좋겠다.
 
혼자서도 빛나고
함께 있어도
더불어 같이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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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숙
제목: 눈물이 묻어 있는 흰 꽃, 밥꽃- 조팝, 이팝
 
처음엔 보일 듯 말 듯 듬성듬성 피다
종내엔 함박눈인 듯 소복하게 나무를 뒤덮는 소박한 꽃.
 
서양에서는 결혼하는 신부의 화환으로 장식한다는
그 꽃을 밥을 닮았다 여기고
윤기 자르르한 흰쌀밥을 사기그릇에 수북히 담아놓은 것 같다 여긴
조밥나무, 이밥(쌀밥)나무
 
밥 한번 제대로 배불리 먹고 싶어했던 보릿고개마다
시린 가슴을 범람하며 유장히 흐르고 있는
옛사람들의 절박함과 강물 같은 눈물이 묻은, 흰 밥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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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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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옥 
제목: 안개아파트
남양주, 외곽인 우리 동네에는 많은 아파트를 짓고 있다.
정말 저 많은 집이 다 채워질까 싶다가도, 어느새 완공되어 가득히 불빛 새어 나오는 창들을 보면 놀랍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집 마련의 꿈을 가진 이들이 더 많다.
 안정된 삶의 터전을 갖고 싶은 희망, 잡고 싶지만 쉽게 잡히지 않는 하얀 꿈.
어느 날 안개에 둘러싸인 아파트 모습에서 나와 같은 서민들의 하얀 꿈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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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진
제목 묘지에서...
죽음과 관련되어 보게 된 흰색들, 고인의 죽음 후에 이르는 사후세계를 순수, 청결하게 입장하라는 의미와 애도를 상징하지만, 이 깊고 어두운 밤에 보이는 흰 묘지 비석들은 죽은 자의 영혼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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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희
제목: 유한한 대지 안에서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되는 과정.
긴 세월 안에 모진 자연환경의 혹독함에 서서히 본연의 색을 잃어가며 탈색되어지고 소멸되는 과정에서 “흰”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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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경

 

photo21.jpg

차수미
제목 : 저 스스로 흰,이 되지 않는다
이른 아침
당신이 바삐 지나갔고
당신의 노동이 남아 흰,이 되었다.
 


photo22.jpg

최경숙
제목 : 자작나무
가냘프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강인하고 도도함까지 주는 멋진 나무라고
생각하면서 곧게 쭉쭉 뻗은 나무처럼 우리들의 마음과
시간적 순간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영원한 순간이란
과거도 미래도
이전도 이후도
탄생도 죽음도
알지 못하는 무시간적 순간이다.
합일의식 안에서 산다는 것은
곧 무시간적 순간 속에서
무시간적 순간으로서
산다는 것과 같다. 
‘무경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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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아
제목:사진으로 하는 탈핵 1, 2017년                                                            
원전 原電        백지화 白紙化
원자력 발전소    1. 아무 것도 없었던 상태나 원래의 상태로 되돌림
                   2. 어떠한 대상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가 됨



photo24.jpg  
현 소 영
제목: 야구 - 그깟 공놀이 
처음 사진학교를 갔을 때, 어떤 사진을 찍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았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사진이요..” …..
“나중에 형용사를 가지고 사진을 찍어보세요”..
사진학교 과정이 끝나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깟 공놀이는 
시간제한이 없어 지루하단다
운동선수 같지 않다 놀린다
규칙이 너무 복잡하단다
지루해서, 달라서, 복잡해서
사진은 늘 새롭고 어렵고 미안했다
 
그리하여 형용사를 어떻게 찍을 수 있는지는 여전히 모른다.



 

photo25.jpg

홍영진
제목 : 아버님의 흰 머리
사진은 올해 1월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94세 된 아버님이 건강할 때 사진을 많이 남겨보고 싶은 생각에서다.
머리는 이미 희어 버렸지만 아직 건강하신 아버님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싶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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