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더불어 노니는 ‘움직이는 섬’ 고래

곽윤섭 2012. 08. 07
조회수 19979 추천수 1

  장남원수중사진가 ‘혹등고래’ 작품전
  산소통 없이 10~20m까지 잠수 촬영

 

 

Whale4, 2011~2012 ⓒ Chang Nam Won.JPG

                                                                                                     

 Whale, 2011~2012 ⓒ 장남원

 
 7일은 입추이자 말복이었다. 주말쯤이면 더위가 한풀 꺾어질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주말이 되어봐야 아는 일. 아직 덥다. 정말 시원한 사진전시를 소개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롯데갤러리 본점(02-726-4456)에서 8월 8일부터 8월 26일까지 한국 최고의 수중사진가 중 한 명인 장남원의 ‘고래, 움직이는 섬’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혹등고래에 대한 기록이다. 장남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뉴질랜드에서 북동쪽으로 1,900km 떨어진 통가의 비바우섬 해역에서 약 5년에 걸쳐 혹등고래를 찍었다고 한다. 장남원은 사진기자 출신으로 1970년대에 수중사진을 시작했다. 본인 덩치도 약간 과장하면 고래만 하다.
 
 혹등고래는 긴수염고래의 한 종류이며 다 자라면 길이 12~16미터, 몸무게 36톤에 이른다. 수컷은 10분~20분짜리 노래를 부르는데 한번 시작하면 수 시간 동안 반복한다고 한다. 정확한 목적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짝짓기를 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해 동안 대략 2만 5천 킬로미터 정도 이동한다. 주로 크릴이나 작은 물고기를 먹는다. 다른 대형 고래들과 마찬가지로 혹등고래는 포경산업의 목표가 되어왔다. 남획으로 말미암아 1966년 고래잡이 일시중지가 내려질 무렵엔 그전 개체수의 10%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부분적으로 숫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고기잡이 어망에 걸리거나 선박과의 충돌, 혹은 바닷속 소음 공해 등은 여전히 혹등고래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 걸쳐 8만여 마리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위키피디아 영문판 요약)
 
 혹등고래를 찍는 사진가들은 소리에 예민한 고래를 배려하기 위해 공기통 없이 10~20미터까지 잠수해서 찍는다고 한다. 이번 장남원의 사진도 기록 차원의 다큐멘터리를 넘어서 고래의 육중함과 신비로움을 돋보이게 할 뿐 아니라 고래와 인간이 나누는 휴머니즘까지 느껴지게 한다. 아래 작가의 말을 읽으면 고래에 대한 애정이 물씬 느껴진다.

 

 

 
 나는 고래의 꿈을 간직하고 산다.
 나는 오늘도 생명의 본향, 평화의 바다로부터 너무 멀리 떠나 집채만 한 파도 속을 누빈다.
 검은 고래는 언뜻언뜻 황홀한 자태를 비추며 나에게 손짓한다.
 내가 다가가면 기다렸다는 듯이 애교를 부리며 악수를 하자고 손을 내민다.
 우아한 몸매를 좀 봐달라고 돌아서 보기도 한다. 그러다 수줍어서 이내 깊은 곳으로 몸을 숨기곤 한다.
 놈을 따라가면 위험하다며 가슴지느러미를 길게 뻗어주며 잡고 올라오라고도 한다. 눈물겹다.
 그를 따라 다시 올라오면 놈은 하늘로 솟구친다. 지느러미로 수면을 거세게 내려치며 박수를 보낸다.
 어떤 친구는 자기 자식을 데리고 나와 등에 업고 다니며 예쁘다고 자랑도 한다.
 또 어떤 친구는 ‘나는 가수다’며 노래를 불러댄다. 놈의 18번은 꼭 귀신소리 같기만 하다.
 나는 인생 열락과 슬픔의 순간들을 바다에서 겪었다.
 고래들과 천연덕스럽게 놀다가 놈들과 헤어질 때면 가슴앓이를 한다.
 놈들의 눈을 보면 까닭 모를 깊은 슬픔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시원의 꿈을 간직한 고래와 한가로이 노니는 나의 소요유(逍遙遊)에도 별리(別離)의 아픔은 있다.
 그것이 모든 존재가 이면에 지닌 무거움이다.
 2만 5천 킬로미터나 되는 고래의 머나먼 여정에는 갖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엄마 등에 매달려 가는 아기고래는 잘 모르지만 엄마 고래는 안다.
 창해의 가장 큰 위험은 포경선을 타고 다가오는 인간들임을!
 
 “바다는 나에게 달성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목표만 준다.
 그 이상의 목표도 이하도 안 준다.
 나는 바다에 있으면 항상 바다의 하인처럼 행동했다.
 바다의 뜻을 거스르려고 하지 않았고 바다를 이기려 하지도 않았다.
 나는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언젠가 바다가 나보고 잘했다고 나의 이름을 불러줄 때
 나는 바다를 떠날 것이다.
 
 역시 고래는 대단하다. 그 커다란 놈이 눈을 끔뻑거리며 나를 보고 있는데 순진해 보이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통가(TONGA)에서 돌아오는 길은 무척 멀지만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마음속 가득히 행복하고 마치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분이다. 사진이 좋고, 나쁘고는 나중 문제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보고 싶었던 놈을 물속에서 만났다는 것이다. 혹등고래를 처음엔 무서워 도망도 갔었다. 나중엔 친해져서인지 그렇게 착할 수가 없다. 아마 그들의 모습은 영원히 내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장남원


 
 
 혹등고래와 함께 더위를 이기는 법
 
 우선 사진을 한 장 화면에 띄운다. 그리고 고래의 노래를 배경으로 듣는다. 마치 깊은 바다에서 고래를 만난 듯 소름이 오싹 돋으면서 더위가 싹 가신다. 한번 해보시라.                 고래의 노래 듣기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Whale3, 2011~2012 ⓒ Chang Nam Won.JPG

                                                                                                      Whale, 2011~2012 ⓒ 장남원

 

 

 

 

 

 

 

Whale6, 2011~2012 ⓒ Chang Nam Won.JPG

 

Whale, 2011~2012 ⓒ 장남원

 

 

 

 

 

 

 

Whale5, 2011~2012 ⓒ Chang Nam Won.JPG


Whale, 2011~2012 ⓒ 장남원

 

 

Whale, 2011~2012 ⓒ Chang Nam Won.JPG

 

Whale, 2011~2012 ⓒ 장남원

 

 

Whale2, 2011~2012 ⓒ Chang Nam Won.JPG

 

Whale, 2011~2012 ⓒ 장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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