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눈’ 브레송 한국에 오다

곽윤섭 2012. 05. 17
조회수 11809 추천수 1

   세계 순회전시 10년 만에…19일부터 9월2일까지
 기록에서 예술로 승화시킨 ‘사진 그 이상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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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당 최후의 날, 중국 1948> ⓒHenri Cartier-Bresson/Magnum Photos/유로크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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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나가르, 카슈미르 1948> ⓒHenri Cartier-Bresson/Magnum Photos/유로크레온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전 <결정적 순간>이 5월19일부터 9월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층에서 열린다. 2003년 프랑스 국립도서관(파리)을 시작으로 지난 10년 동안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영국, 네덜란드, 일본, 스위스, 호주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에서 순회 전시되었던 그 전시가 한국에 도착한 것이다.

 

브레송은 순회전이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되고 있던 2004년 8월 사망했다. 그러므로 이 전시는 브레송이 감수하고 승인했던 마지막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재단과 매그넘이 이 전시를 주최했다. 전시의 총큐레이터는 델 피르가 맡았으니 일단 안심하고 관람해도 좋을 것 같다. 그렇지만 전시가 시작되면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이 기사를 보완 혹은 수정할 것이다. 브레송같이 방대한 작업량을 가진 사진가의 전시품질은 사진 자체의 내용보다는 전시의 구성과 기획을 누가 어떻게 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브레송 재단과 브레송에 관한 상세한 기사는 이쪽으로. http://photovil.hani.co.kr/45196 
 
 사진계 바깥의 싸늘한 시선 넘어서
 
사진은 최소한 기록이며 잘 되면 예술이다. 브레송을 묘사하는 여러 수식어들이 있다. 그 중에서 하나만 고르라면 사진을 기록에서 예술로 승화시킨 사진가를 택하겠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사진은 기록이다. 발터 벤야민이나 롤랑 바르트나 수잔 손탁이나 보들레르 같은 사람들의 입을 빌어서 말할 필요도 없다. 그냥 사진을 한 번이라도 찍어본 사람이면 알 수 있는 상식적인 진리를 굳이 (사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유명인사들의 이름과 더불어 언급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만약 셔터를 눌러서 작업하지 않고 후보정을 통해 만들어낸다면 사진은 기록이란 최소한의 입지까지 포기하는 것이다. 브레송이 사진을 기록에서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것은 사진은 손가락으로 셔터를 누르는 것만으로 작업이 완료되는 예술이란 것에 대한 사진계 바깥의 싸늘한 시선을 브레송이 극복했다는 뜻이다.

 
이번 전시는 총 6개의 부분으로 구성했다고 한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듯한 찰나의 미학, 내면의 진실을 영원의 순간으로 기록한 내면적 공감, 그리고 휴머니즘 코너는 아마도 예술적인 면이 잘 드러나는 사진으로 구성되어있을 것이다. 보도자료만 봐서는 그렇게 추측되니 역시 전시가 시작되면 눈으로 확인해볼 것이다. 나머지 코너 중 거장의 얼굴은 브레송이 기록한 당대의 위인들(예술가, 정치인, 문인 등)의 인물사진이며 시대의 진실은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던 브레송의 사진들, 그러니까 역사적인 현장을 담은 사진들이 차지하고 있을 것이니 기록적인 측면이 더 강하겠다.
 
 사진은 손가락이 아닌 가슴 눈 영혼에서 우러나와야
 
이렇게 전시를 여러 부분으로 구성하는 것은 사진 265점과 영상물과 자료 125점이 소개되는 대형전시이므로 관람객들이 편하고 이해하기 쉽게 접근하게 만드는 배려에서 비롯된다.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그러니까 사진집 표지, 브레송의 가족사진, 기자증 같은 자료를 전시하는 그는 누구인가 코너를 제외한 나머지 다섯 코너는 편의상의 분류일 뿐이다. 거리에서 찍은 사진, 인물을 찍은 사진, 역사의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이 모두 찰나의 미학이며 내면적 공감을 불러오고 휴머니즘에 기반하고 있으며 그 시대의 진실을 반영한다.

 

브레송의 사진이 기록을 넘어서 예술로 승화될 수 있었던 바로 그 이유가 이것이다. 브레송은 그가 자기 눈의 확장이라고 불렀던 라이카의 파인더를 통해서 세상을 응시했다. 2008년 파리에 있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재단을 방문했을 때 재단의 관계자가 해준 이야기가 있다. 브레송처럼 잘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남긴 게 있을까?라고 물었다. 브레송이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당신은 사진을 가르치거나 배울 수가 없다.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는 가슴에서, 눈에서 그리고 영혼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것이다. 예술가의 이야기다.

 

이미지의 세기라 불리는 20세기에서 브레송은 시대의 눈으로 불렸다. 파리에 있는 브레송재단뿐만이 아니라 그가 남긴 사진이 걸려 있는 전 세계 곳곳에서, 시대의 눈은 꺼지지 않고 세상과 마주하고 있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kwakcli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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