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세상 다리가 되는 뒷골목 삶의 항구

곽윤섭 2014. 01. 23
조회수 13464 추천수 1

김기래 사진전 ‘금곡동여인숙’

호텔도 모텔도 여관도 아닌, 몸 하나 누일 곳

날마다 떠나고 날마다 돌아오는 혼자만의 섬


kimkre-008.JPG » 15호실 낮

 

 

 사진공간 배다리가 인천시립미술관과 함께하는 네 번째 사진전은 김기래의 ‘금곡동여인숙’으로 1월 28일까지 열린다. 금곡동은 배다리에 있고 배다리는 행정구역상의 지명은 아니며 인천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동네이름이다.

 사진공간배다리의 뒷골목은 여인숙골목이다. 과거 배다리 일대는 커다란 상권이 형성되어있었고 숙박시설도 번창했다. 이제 상권이 쇠락해가면서 배다리 뒷골목엔 5개의 여인숙만이 남아 과거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진전 ‘금곡동여인숙’에서 김기래는 ‘진도여인숙’을 집중적으로 담아서 보여주고 있다.
 
 전시가 며칠 남지 않았지만 주말을 끼고 있으니 아직 볼 기회가 남아있다. 삶의 공간은 주로 먹는 것과 자는 것을 해결하는 곳이다. 아파트나 단독주택에 사는 이들도 있고 호텔이나 레지던스 같은 곳에서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김기래의 사진 ‘금곡동여인숙’은 월 15만으로 거주비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사는 공간이다. 거리에서 폐지를 줍거나 공공근로를 하는 이들이 가장 저렴하게 마련한 터전이다. 낯선 사람을 찍는 것은 어렵다. 그들이 거리에서 일을 하는 것을 찍는 것도 어렵다. 어쨌든 길을 나서면 거리에서 그 사람들을 볼 수 있긴 하다. 그런데 그들이 밤이면 어디로 가서 잠을 청하는지는 잘 볼 수도 없고 사진으로 담아내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다. 김기래(56)의 작업은 그래서 의미가 깊다. 23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여인숙 사진은 드물다. 다른 이들의 작업을 본 적이 있나?
 =없다. 나로서도 처음이지만 다른 사진은 본 적이 없다.
 
 -여인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같은 것이 있을까?
 =그전부터 찍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천시립박물관에서 현재 다섯명의 작가가 다섯 개의 테마로 전시를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 그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양키시장, 초등학교, 여인숙들의 테마가 나왔는데 내가 여인숙을 맡겠다고 자청했다. 사실 3년 전 광명시에서 ‘어느 이민자’라는 사진작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학교 교사를 하다가 한국에 돈을 벌기 위해 온 여인숙 장기투숙자를 3개월 동안 찍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여행가방(캐리어)과 옷가지 등이 짐을 전부다. 공장이나 식당에서 일을 했었다. 지금은 청주로 내려가 공장에서 일을 하는데 기숙사생활을 한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그냥 여인숙을 찍게 된 것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단한 포트폴리오라고 할 순 없다. 이민자를 포함해 숙박자 작업을 한 것이 몇 사람 더 있다. 앞으로도 여인숙 작업을 몇 년 더 계속할 것이다. 배다리엔 다섯 곳이 있는데 다 둘러볼 생각이다. 지금까지 해두었거나 하고 있는 것은 여인숙, 이민자, 어르신, 어르신들 영정사진 등이 있는 정도다. 물론 그들 중엔 돌아가신 분도 있는데 지금도 가끔 찾아 뵙고 있다.
 
 -여인숙…. 참 찍기 힘들었겠다.
 =거리에서 사람들 뒷모습을 찍는 것도 힘든데…. 여러 번 거절당했다. 그래서 카메라 치우고 먹을 거 싸들고 가서 얘기를 붙였다. 한참을 그리하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자연스런 일상 그대로가 나온다. 물론 어렵다. 끝내 거절한 사람도 당연히 있다. 예를 들어 장기투숙자 중에서 젊은 사람들은 “서로(내가 생각하거나 그들이 생각하더라도)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을 찍지 않고 신발 등 소품을 찍고 말았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역시 좀전에 말한 몽골 이민자였다. 여자분이기도 하고…. 무려 10번이나 찾아가서 설득했다. 금곡동 작업에선 대여섯번 정도 밖에 안걸렸다. 
 
 -포기했을만도 한데 특별한 노하우라도 있는지.
 =그런 게 있을리 없다. 밥도 먹고 술도 한잔 하고 얘기, 얘기를 많이 한다. 여인숙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하룻밤엔 1만원인데 과일을 사갔더니 숙박비는 안 받더라.(웃음) 전시장에 걸린 사진 중 9번방 어르신은 장기투숙중인 분으로 역시 여러번 찾아갔다. 커피도 마시고 얘기도 붙여봤지만 통 말씀이 없으셨다. 간혹 웃기만 할 뿐. 날이 따뜻한 10개월 동안 공공근로를 하시는 모양이다. 여인숙에서 숙박을 다 해결한다고 했다.
 
 -사진은 언제 어떻게 시작했나?
 =한 7~8년 됐나 싶다. 지난해 단체전을 한번 했고 개인전은 이게 처음이다. 사진을 시작한 것은 인물사진을 찍고 싶어서였다. 신문에 나오는 사진관련 글은 다 찾아읽고 스크랩해둔다. 어렸을 때부터 사진을 하고 싶었으나 공장을 돌리느라 짬을 내기 어려웠다. 사진공부는 대부분 책과 신문으로 했다. 기계 만지는 거야 매뉴얼 여러번 읽고 익혔다. 사진전공학생들의 교과서를 거의 다 읽었다. 집사람이 뭔 사진 배운다고 교과서까지 읽느냐고 핀잔을 주더라. (웃음) 학원이나 교육원 같은 곳은 가본 적이 없다.  이젠 인문학공부도 하고 그런다.
 
 -인문학이라면 어떤 것을 말하는가? 사진 찍기에 도움이 되는가?
 =사진공간 배다리에서 벤야민, 손탁, 바르트의 밝은방 같은 강의를 들었다. 어려워서 원…. 현대사진의 방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사진을 보는 것에 도움이 되겠지. 찍는 거엔 별로… 손탁이 쓴 ‘타인의 고통’이 가장 와닿았다. 그런데 서양사람의 인문학도 있지만 그저께 들었던 주역강의가 사진과 관련한 최근 이야기론 가장 와닿았다. “주역이란 것이 넘치는 것을 덜어내는 학문…….”이라고 하는데 삶에서 물질적인 것을 덜어낸다는 뜻도 되겠지만 나는 그게 사진에 관한 이야기로 들리더라. 사진도 사진 속에 많이 넣기보다는 빼는 것이라고 들렸다.
 
 -공부를 많이 하는 편인 모양이다.
 =내가 고향은 제천인데 30년 정도 전쯤에 인천으로 왔다. 그때부터 배다리를 알게 되었는데 헌책방 골목에 자주 와서 그런 모양이다. 그때 신포동은 번화하고 그랬다. 물론 책만 샀던 것은 아니고 당시 유명했던 상표인 ‘쌍마’ 청바지를 사러 오기도 했다. 책을 한 달에 2~3권은 본다. 요즘 사람들은 책을 잘 안보는 모양이다. ‘체 게바라 통전’ 같은 것은 여러번 보고 그랬다. 최근엔?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최근 책은 아닌데 집에 애들 보라고 사준 책인데 안보더라. 결국 내가 보게 되었다.

 

* 인천시립박물관에선 <안녕하세요, 배다리>라는 제목으로 ‘연속과 단절로 보는 배다리의 역사와 사람들’ 기획특별전이 2월 2일까지 열리고 있다.
 
kimkre-0001.JPG » 사람

kimkre-003.JPG » 주인-침구

kimkre-004.JPG » 8 9호실의 위안

 kimkre-007.JPG » 12호실 외출중

kimkre-009.JPG » 구두-C

kimkre-002.JPG » 어느 이민자의 장기숙박(광명)

kimkre-00001.jpg » 진도여인숙 주인-회상

kimkre-006.JPG » 귀가-자화상         

kimkre-000001.JPG » 세 여인숙의 아침  

 

보도자료에 첨부된 작가노트가 훌륭하기 때문에 왜 여인숙을 찍는지는 굳이 물어보질 않았다. 아래 전문을 소개한다. 

 

 

 
 작가노트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아득히 먼 곳으로 물러나 있는 고독한 섬(島).
배다리 ‘진도 여인숙’의 외로운 기록.
인천 근대사의 중심지였던 배다리에는 좁은 골목에 처마를 맞대고 몇 개의 여인숙이 남아있습니다.
미래를 향해 한 때 성시(成市)를 이루었을 공간은 그 미래이후에, 쇠락하고 남루한 모습으로 이 시대의 뒤안길에서 표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거기엔 척박한 삶을 온몸으로 살아내고 있는 몇몇 나그네가 눈비를 긋고 피곤한 육신을 눕히고 있습니다.
무릇 그 섬(島)은 더 넓은 바다로 나가기 위한 또 다른 항구(港)이길…
 
  진도여인숙 창호문 앞에서  김기래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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