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선 ‘솔섬’ 사진 작가 “실망스럽고 슬프다”

곽윤섭 2014. 01. 15
조회수 18915 추천수 1

 마이클 케나 법정증언 참관기

수천 명이 순례하듯 사진 찍었다는 얘기 듣고 행복했지만

 광고에 쓴 사진은 컬러-흑백만 빼고 내 사진과 유사하다

 

                                    관련기사/ 유명 사진과 유사하게 찍은 사진을 광고에 쓴다면 저작권은?http://photovil.hani.co.kr/special/332819

 

14일 오후 530분 서울중앙지법 464호실에서 마이클 케나의 솔섬 사진을 둘러싼 공근혜갤러리와 대한항공간의 공판이 열렸다. 방청석에서 과정을 지켜봤다. 그 전에 입구에서 마이클 케나를 만나 사진을 찍었다. 그는 너무 긴장된다. 다시는 이런 곳에서 증언하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거짓증언을 하면 처벌받는 것 알고 있느냐등의 의례적인 순서가 이어지고 재판이 시작되었다. 마이클 케나가 증인석에 앉고 외국인이니 통역이 옆에 앉았다. 통역에게도 거짓통역하면 처벌 받으니 정확하게 하겠다는 선서를 읽어 는 주문이 있었다.

 원고인 공근혜 갤러리의 변호사가 먼저 프로젝터로 스크린에 케나의 솔섬 사진을 띄우고 증인에게 질문했다. 이 사진의 표현요소에서 가장 핵심을 뭔지 물었다. 케나는 내가 사진가로서 찾아낸 장소, 피사체로서 나무들 그 자체, 수평선, 거울같은 반영, 물위에 떠있는 이미지등을 주 요소로 꼽았다. 둑에서 꽤 오랫동안 이리저리 걸어다녔다고 했다
 변호사가 한국 사진계에서 이 사진작품의 가치가 뭔지 알고 있는지 물었다.noname01.jpg » 1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으로 걸어들어오는 마이클 케나. 지난 인터뷰때 만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카메라를 보더니 웃었다.
 케나는 나에게 이 작품은 행운이었다. 다른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에 왔고 솔섬을 보자마자 작품성을 알아채고 1시간에서 1시간 30분 동안 최적의 포인트를 찾으려고 했다. 미국으로 돌아가자마자 필름을 현상했다. 기대한 아름다운 이미지가 나왔다. 그후 3년간 17개국에서 전시를 했다. 개발 계획 때문에 솔섬이 통째로 사라질 뻔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이 나무가 유명해졌고 환경단체도 이 이미지를 써서 보존운동에 들어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결국 솔섬을 보호하게 되었다는 이야길 들었다. ‘아름다운 이야기로 결말이 난 것이 기쁘다. 한국의 언론에서 마이클 케나가 섬 보호에 기여했다고 보도했다고 들었다. 수천 명이 내가 찍은 포인트를 찾아 마치 성지 순례하듯 사진을 찍었다는 것도 들었다.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변호사는 이어 김성필의 사진으로 만든 텔레비전 광고를 보여줬고 김성필이 찍은 솔섬 사진을 띄워놓고 물었다.
 -위 광고와 당신의 사진은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보느냐?
 =아름답고 잘 찍은 사진이다. 그러나 나의 사진과 유사하다. 찍은 장소가 동일하고 실루엣으로 표현된 나무의 크기가 동일하다. 또한 삼각대로 노출을 길게 주어 거의 거울처럼 묘사한 점도 같다. 딱 하나 다르다면 컬러와 흑백의 차이밖에 없다.
 -작가로서의 심경은?
 =이런 증언을 하게 되어 실망스럽고 슬프다.
 
 그 외 대한항공과의 관계, 공근혜 갤러리와의 저작권 양도 확인증에 사인을 한 사실이 있는지 등에 대해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다음으로 피고쪽인 대한항공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광장의 변호사가 질문했다.
 화면에는 포털에서 검색한 솔섬의 사진이미지가 15장 정도씩 썸네일로 2~3페이지에 걸쳐 나타났고 프린트한 사진이 따로 증인에게 전달되었다. 화면을 보자마자 마이클 케나는 “(많은 사람들이 솔섬을 찍은 사진을 보니)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피고쪽 변호사)이 사진 중에 당신의 솔섬1번과 유사한 것을 모두 골라보라.

 =오른쪽에서 두 번째, 위에서 두 번째 사진이 가장 유사하다. 그리고 나머지 중에서도 유사한 것이 있으나 화질이 별로라서 뭐라 말할 수 없다.
 이어 변호사가 볼펜을 들고 증인에게 가서 프린트한 사진 중에서 유사한 사진, 비슷하지 않은 사진을 골라서 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케냐는 이건 예스 아니면 노 질문과 어울리지 않는 사안이다. 질문이 트리키(tricky)하다며 거절했다. 피고 쪽 변호사는 또다시 다른 화면을 띄워놓고 유사하다고 말해도 될 것 같은 사진을 적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케나는 가설에서 시작한 질문으로 이런 식으로 답할 순 없다고 거절했다.
 
 나머지 시간은 지루한 공방이 이어졌다. 공근혜갤러리와 마이클 케냐가 맺은 저작권양도계약서가 유효한지, 저작권을 진짜 넘겨준게 맞는지, 저작권을 넘겨줬는데 왜 돈을 안 받고 넘겼는지에 대해 따졌다. 케나는 신뢰관계에 있기 때문에 저작권을 넘겼다고 답했다.
 
 양쪽 변호사간의 주장이 반복될 조짐이 보이자 판사가 나섰다.
 -(판사) 공근혜 갤러리가 솔섬사진을 팔게 되면 마이클 케냐는 대가를 받느냐?
 -(케나)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50%~70%를 받는다.
 
 기자가 보기엔 저 질문으로 저작권양도계약서의 실효성에 대한 공방은 끝난 것 같다.
 
 다음 공판의 기일은 225일 오후 4시로 잡혔다. 주심판사는 다음 공판에서 결심판결을 내리겠다고 했다. 원고변호사는 김성필의 인터뷰 내용, 마이클 케나의 솔섬 촬영시 동행인의 진술서, ‘표본 집단을 선정해 텔레비전 광고와 마이클 케나의 사진을 비교 시청하게 한 다음 반응을 물은 설문결과등을 제출하기로 했다. 피고쪽 변호사는 사진전문가들의 의견과 김성필의 진술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판사는 다음 공판에서 양쪽에 두 사진의 유사성 혹은 차별성에 대한 각각의 주장을 설명하는 작품설명을 프리젠테이션으로 하라고 했다. 다음 재판도 볼 만하다.

 재판이 끝나고 회사로 돌아오면서 공근혜갤러리쪽에 전화를 걸었다. 증언을 마친 케나의 심경을 묻고 싶었다. 갤러리쪽에서는 저녁식사를 하자고 했더니 덕수궁의 야경을 찍으러 가야한다며 밥도 안먹고 가버렸다.”라고 전했다.

 
 
 
 사진의 창작성과 예술성에 대해 고민해보자, 그러나 다같이 바보는 되지 말자
 
 마이클 케나의 작품과 관련된 소송은 매우 특이한 사례임에 분명하다. 어떤 사람이 찍은 사진을 보고 같은 곳을 방문해 사진을 찍은 것이다. 먼저 사진을 찍은 장소에서 다른 사람이 찍으면 안 된다는 것이냐는 즉물적인 반응이 가장 많은 것을 이해한다. 사진을 배우는 입장에서, 또 가르치는 입장에서 대가(사실 대가가 아니어도 좋다)의 사진을 보고 흉내를 내는 것은 유용하다. 나는 지금 김성필(헤르메스)씨가 마이클 케나의 사진을 본 적이 있지만 흉내를 냈다고 단정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대상을 보고 찍었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순천만의 에스라인(S라인)을 찍으러 갔다와서 포털에 검색어를 넣어 이미지를 찾아보니 수십만장의 순천만 사진이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낭패감을 떠올린다. 대한민국에 이런 곳이 어디 한두 곳인가. 주산지, 우포 앞에서 백 여명이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셔터를 누르는 것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그 백 여명이 저마다 창작성을 주장하면 모두 인정해야하는가? 지금 우리는 핵심을 놓치고 있다.
 
 사진을 창조적으로 찍으려면 첫 번째 조건은 남과 달라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에 다른 사람이 발표한 사진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과 달라야 한다. 김성필씨를 포함한 수천 명이 아마도 솔섬을 찍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이 모두 마이클 케나와 저마다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조금씩은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조금의 차이로 창작성이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는가?
  
 1년 반 전에 사진마을에서 소개한 사례를 참고해보자. 전문은 따로 링크를 건다. http://photovil.hani.co.kr/224839
 요약하면 이렇다.
 
 1번 사례 제프 쿤스와 아트 로저스

 

2.jpg » 아트 로저스의 사진원작3.jpg » 제프 쿤스가 원작 사진을 보고 조각작품으로 의뢰해서 만든 모방작

  
 제프 쿤스는 사진가 아트 로저스의 흑백 사진 작품을 발견하고 저작권 마크를 지운 채 조각으로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푸른 색으로 채색하고 강아지의 코가 과장되었으며 남녀가 머리에 꽃을 꽂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제프 쿤스는 조각을 팔았으며 로저스는 소송을 제기했다. 제프 쿤스는 패러디 작품이며 공정이용의 사례라고 주장했으나 법정은 두 작품 사이의 유사성이 강하다고 판단했고 복제품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 건에선 쿤스는 패소했고 거액을 배상했다.
 쟁점: 사진가의 흑백사진을 보고 컬러로 조각을 만들었다. , 머리의 꽃 등에 변화가 있었다. 두 작품은 같은가, 모방작인가, 아닌가? 미국의 사례이긴 하지만 판결이 나왔다. 복제품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2번 사례 화가 세오와 사진가 마크 리부

 

4.jpg » 마크 리부의 원작

5.jpg » 화가가 마크 리부의 원작을 보고 그린 그림  

 
 화가 세오는 2005년에 300호짜리 대작 순간을 그렸다. 그런데 이 그림은 누가 봐도 마크 리부가 1967년 미국에서 찍은 꽃을 든 여인을 참고로 한 것 같다. 두 가지 의문점이 게시판에 올라왔다.
 1. “세오의 12000만원짜리 순간이라는 작품 이미지 보냅니다. 작가로서의 양심이 의심됩니다. 마크 리부 작가에게 허락을 받았다면 괜찮겠지만 이미지가 너무 흡사해서 알아보세요. 이러한 모사작이 12000만원?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됨
 2. 세오의 작품 순간은 마크 리부의 작품을 차용한 것이 아니라 도용으로 보입니다. 그러므로 범죄에 해당하지요. 심지어 작가론까지도 도용한 흔적이. 세오는 순간이라는 작품을 광주의 5.18을 생각하며 제작했다고 했지만 결국 마크 리부의 꽃을 든 소녀는 베트남 전쟁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 장면으로 순수한 내용까지도 침해했다고 보여짐.
 
 이 사건은 소송으로 가지 않았다. 마크 리부전시 주최쪽에서는 화가와 광주 시립미술관, 그리고 <갤러리 마이클 슐츠 한국>과 접촉했는데 화가와 갤러리 쪽에선 위 두 개의 질문이 화가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한편 마크 리부 작가 본인은 바빠서 그런 거 신경 쓸 틈이 없다고 했다.
 쟁점: 역시 원작은 흑백이고 보고 그린 그림은 컬러다. 총을 든 손의 구성이 다르고 사진에선 배경의 초점을 날렸는데 그림은 심도를 다 살리는 등 많은 차이가 있어 보인다. 두 작품 역시 별개의 창작물인가, 모방작인가, 아닌가?
 
 위 두 사례에서 당시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발끈하고 분개했다. 사진을 보고 베꼈다고 인정했다. 물론 다르게 생각하는 소수는 늘 있었다.
  사진과 자연물의 차이가 있으니 위 두 사례와 마이클 케나의 사례가 다르다고 할 것인가? 사진은 자연물의 모방이다. 자연물을 보고 참고한 것이 아니고 자연물을 모방한 마이클 케나의 사진을 보고 참고한 사진이다. 그런데 마이클 케나의 사진은 어떤 방식이든 작품으로 먼저 인정을 받았다. 그렇다면 두 번째, 세 번째..., 백만 번째 사진은 첫 사진과 많은 차이를 내줘야한다.
 
 이번 사례에선 사진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발끈하고 분개했다. 사진을 보고 베낀 것이 아니라 자연물을 보고 새롭게 찍었다고 주장한다. 역시 소수의 의견도 있다. 사진의 예술성과 창작성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니 고민해보자. 그러나 다 같이 바보는 되지 말자.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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