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동안 캔 삶의 광, 아버지가 있었다

곽윤섭 2014. 01. 14
조회수 12412 추천수 1

 [최민식사진상 수상작 온라인 전시] <7> 특별상 대상-박병문 ‘광부의 삶’

가까이 더 가까이 한 발 한 발 마음 굴 굴착

슬픔은 슬픔대로 기쁨은 기쁨대로 반짝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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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문(55·태백관광개발공사 오투리조트 근무)은 사진을 시작한지 25년쯤 되었다고 했다. 젊은 시절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며 업무와 관련된 건축물 사진을 찍은게 계기가 되었다. 현재도 오투리조트 경영기획부문에서 사진을 찍는 일을 하고 있다. 앞서 소개했던 최민식사진상 특별상의 다른 수상자들과 다른 장점이다. 13일 오후에 전화로 인터뷰했다.
 
 -수상 축하한다.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너무 좋다. 주변에서도 좋아들 하더라.
 
 -사진인생의 이력을 들려달라.
 =고향이 태백이고 은행근무를 했는데 첫 발령지가 태백이었다. 탄광을 기록한지는 15년쯤 되었고 낙동강 사진을 찍다가 이석필 선생을 만나게 되었고 지금까지 배우고 있다. 예전에는 사진공모전에서 대상, 금상 등을 꽤 받았다. 돈 때문은 아니었고 남들에게 내 작품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탄광작업만 놓고 본다면 광부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현재 하는 일이 사진과 관련되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을 하는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한다. 사진 찍는 일은 늘 고단한데 조금 수월한 편이다.
 
 -탄광 외에 다른 작업은?
 =위안부할머니에 대한 다큐멘터리작업을 하고 있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나눔의 집을 지난 7월부터 찾아가고 있다. 얘기도 하고 동영상도 직접 찍는다. 할머니들과 친해지는게 가장 급선무였다.
 
 -위안부할머니 작업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나눔의 집 카페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처음 위안부할머니 이야길 들었다. 한참 이슈가 될 때였고 매스컴에서 거론될 무렵이었다. 그때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셨다고 하기에 현장을 찾아갔더니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 다르더라. 장례식장에 모인 사람들의 70%는 기자들인 것 같고 나머지는 유가족들, 정치권쪽 인사들이더라. 마을사람이나 시 관계자들은 안 보였다. 한마디로 말하면 정치성을 많이 띤 것 같아서 싫었다. 5년 지나고 나면 몇 분이나 살아계실까 싶기도 하고 해서 순수하게 개인적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삶의 현장을 휴먼다큐로 담아두고 싶다.
 
 -그럼 이번 수상작인 ‘광부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탄광 사진을 찍게 된 배경이 있을까?
 =아버지가 광부였다. 어릴 때 기억으로는 아버지는 늘 대단해보였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표출하고 싶은 이미지였다. 아버지는 광부들이 캐낸 탄을 실어나르는 작업을 하고 그러셨는데 사고 난 이야기도 듣고 그랬다. 지금의 젊은 층들은 탄광을 아예 모른다. 그래서 알리고 싶었다. 아까 말한 것처럼 15년 정도 전부터 찍기 시작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석탄공사 관계자 및 광부들의 협조문제였다. 여러번 설득해서 윗분들의 허락을 받았지만 막상 탄광에 들어가선 현지에서 일하는 분들과 친해지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래 회식할땐 같이 추렴도 하고 해서 어울렸다. 8번 사진의 경우 리얼리즘적으로 찍었다. 당사자가 “내 모습이 나가는 것은 상관없는데 자식들이 보면 싫어할 지도 모르겠다.”라고 하여 대화를 많이 나눠서 풀었다.
 
 -아버님이 좋아하셨을 것 같다.
 =그럼. 광부들의 현장사진으로 상을 받았다고 하니 대견해하셨다. 상패를 보여드렸더니 흐뭇해하시면서 동네에 자랑도 하고 그랬다.
 
 -본인은 작가인가? 그렇다면 다큐멘터리작가라고 스스로 부를 수 있는가?
 =사진작가협회 공인된 등록 작가다. 다큐멘터리도 하지만 생태사진도 한다. 산림청 지원을 받아 함백산에서 들꽃을 찍어 ‘금대봉의 야생화’라는 책을 만들기도 했다.
 
 -사진작가협회(이하 사협)에 대해 이야길 해보자. 신문 사회면에 여러차례 좋지 않은 사례가 실리기도 했는데…….
 =그런 걸 들은 적이 있다. 그런 비리는 합당치 않다. 그래서 요즘은 사협 공모전에는 아예 출품도 하지 않는다. 자정의 목소리가 있으면 좋겠는데 변화가 없더라. 안타까운 심정이다. 얼마전 사협 게시판에 글을 하나 올렸는데 사협에서 싫어하더라…. 올해 이사장을 새로 뽑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다른 곳 쳐다보지 않고) 내 작업만 열심히 할 것이다.
 
 -사진들 중에 애착이 더욱 많이 가는 컷이 있다면?
 =여럿 있다. 15번의 경우는 몇 년 전부터 다니던 곳이었는데 어느날 밤 지나가는데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낮에 갱에 갔다가 밤에 들어와 자는 소리였을 것이다. 정겨운 가로등이 보였고 그 아래 신발 한 켤레, 그리고 코고는 소리가 지금도 들려오는 것 같다. 물론 8번도 볼 때마다 가슴 뭉클한 사진이다. 전시회를 할 것인데 메인으로 걸려고 한다. 7번, 14번도 마음이 찡해지는 사진이다. 저 아래 지하세계는…….
 
 -11번 같은 경우는 셔터 정보를 보니 6분의 1초다. 그럼에도 플래시를 안 썼는데….
 =일부러 안썼다. 초점 맞은 것을 그래서 몇 장 건졌다. 플래시의 빛은 현장의 빛과 다르기 때문에 현장감을 떨어지게 한다. 그래서 필름보다 훨씬 감도가 좋은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한 것이다. 
 
 -전시회나 사진집 계획이 있는가?
 =이번에 수상한 사진을 중심으로 7월에 서울 인사동에서 사진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심사에는 15장이었지만 전시장엔  30장쯤 걸려고 한다. 전시 개막에 맞춰 사진집도 준비하고 있다. 거기엔 60장에서 70장 정도 포함된다. 내가 직접 쓴 글과 함께 책이 나올 것이다. 이석필 스승님이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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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노트 대신에 박병문의 수상소감을 옮긴다.

 

 우선, 최민식 사진상이 있음으로써, 일상에 점철된 제 삶을 다시금 돌이켜 보는 시간이 되었고 평범하다고 느꼈던 제 삶이 사진들을 통해 전해지는 나와는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 저 나름대로는 저를 위로하는 귀중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진을 찍고, 그 사진 속에 담겨 있는 삶의 이미지들을 살펴보면서 나와는 다른 삶의 기록들을 보았고 또 그 사진들은 각기 다른 인생을 말하고 있었으므로 제가 세상을 들여다보는 시각의 변화와 더불어 나와는 다른 삶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시간들이 이렇게 큰 수상의 영광을 누린 것에 대해 먼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이번 최민식 사진상 출품 작가가 많았는데, 그 많은 작가들 작품 가운데 제 작품을 특별상부분에서 대상으로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최민식 사진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주신 협성 문화재단 관계자 및 국제신문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이번에 고 최민식 선생님이 펴낸 수많은 ‘휴먼’이라는 제목이 붙은 사진 책들이, 그가 촬영 주 무대로 삼았던 부산 자갈치시장과 그곳에서 함께 우리가 볼 수 있었던 삶의 저편, 그리고 낙후되어 있는 거리의 이면들, 보편적인 삶에서 벗어나 있던 거지 및 부랑자와 같이 소외되거나 고통받는 이들의 군상 또는 인간의 희로애락과 생로병사에 초점을 맞춰 구성하였던 작품들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작품이라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휴먼’이라는 장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고 제 나름대로 제가 거주하는 지역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금은 많은 변화가 있지만, 그래도 태백이라고 말하면 떠오르는 이곳 나름대로 삶이 있었지요. 그래서 제가 몸담고 있는 이곳의 애환, 탄광촌 광부들의 삶을 꾸밈없이 담아보려 카메라를 메고 길을 나섰습니다. 비록 헛걸음이 되던 시간들이 있었지만, 잠시의 서운함에 머물렀지요. 지하, 그곳을 다녀오고 나서는 그 어떤 어리광도 부릴 수 없었음을 기억합니다.
 
 제가 담은 이 사진들을 통해 탄광촌 광부들의 고된 삶이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 잊고 있던 시대의 잔잔한 인간애와 가족애가 점점 사라져 가는 작금의 시대에 작은 불꽃처럼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는 작은 불씨 같은 마음으로 사진전에 응모했습니다. 지금은 잊혀가는 탄광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한줄기 세상에서 한줄기 빛이 되는 우리 고유의 정서로 거듭나기를 바라봅니다. 금도 현재, 폐광한 한보에너지 광업소를 사진으로 계속해서 담고 있습니다. 어떠한 삶이든 가볍게 끝나는 삶은 없습니다. 나름의 치열한 삶을 겪어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것이 나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코 의미 없는 삶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의미의 삶이든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소중한 삶을 저는 계속 담아낼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이번 최민식 사진 공모전 특별상의 영예를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저를 위해 응원해 주었던 지인들과 탄광촌, 그 삶의 한 중심에 계셨던 모든 광부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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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문의 사진에 대한 나의 평이다.
 

 사진 선택을 할 때 ‘구색 맞추기’에 공을 많이 들인 것 같다. 인터뷰 도중에 박병문도 “15장만 내라고 해서 압축하느라 애를 먹었다.”라고 했다. 한 명의 광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탄광, 탄광의 주변부까지 일부 포함한, ‘탄광이야기’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보여주고 싶은 사진이 대단히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15장으로 줄이다 보면 필요없는 것을 빼는 방식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것만 포함하게 된다. 이것은 장거리출장을 갈 때 들고 갈 수 있는 짐은 제한되어있는데 가져가야할 것이 많을 때의 대처법과 비슷하다. 처음엔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했다가 나중엔 꼭 필요한 것 위주로만 가방에 집어넣게 되어있다. 그렇게 되면 구색 맞추기로 흐른다. 전체를 보여주는 1, 7, 8, 14, 15번이 먼저 간택되었을 것이다. 다음엔 뭐가 필요할까? 목욕장면 13번, 밥 먹는 장면 11번이 들어간다. 아직은 8장의 여유가 남았다. 동네의 모습 3번, 캐낸 광석을 선별하는 주변부 작업인 9번도 구색을 위해 들어갔다. 절반을 넘어가면 그때부턴 마음이 바빠진다. 일하는 장면이 빠졌다! 이동하고 작업을 준비하고 대기하는 장면을 찾아서 넣고 마무리한다. 요약하자면 15장(이게 몇장이든)으로 줄인다는 부담 탓에 맥락을 놓친게 보인다는 뜻이다. 현장에서 위험하다고 접근을 안시켰는지 어떤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실제로 일하는 장면은 한 장도 없다. 그리고 3번은 뜬금 없다. 5, 6번은 시간대가 다르지만 비슷한 장면이고 10, 12번도 비슷한 느낌이 난다.
 두 번째 관점은 거리인데 이는 사진가의 의도처럼 보인다. 8번 딱 한 장만 빼고나면 감정을 드러내는 사진이 배제되었다. 거리를 두겠다는 것을 철저하게 지키고 싶었던 모양이다. 5번 정도가 말을 하고 있는 사진이며 나머지는 별로 떠들지 않는다. 말을 많이 하는 사진에선 읽을 게 없다는 것을 지키고 싶었던 모양이다. 존중한다. 하지만, 그만큼 잃는 것도 있으니 외형적 재미가 부족할 수 있다. 물론 균형을 맞추는 것은 늘 어렵다.
 그나저나 15번은 대단한 사진이다. 하루의 고단한 일정을 마치고 보금자리에 돌아온 여행자의 종착지 같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본다.
 
 박병문은 인터뷰에서 7월의 전시와 사진집으로 훨씬 많이 보여줄 것이니 기대하시라고 했다. 그래서 전시장과 사진집이 소중하다. 당연히 기대하고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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