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있어도 혼자인 욕망의 벌집, 속내를 엿보다

곽윤섭 2013. 12. 27
조회수 13797 추천수 1
   [최민식사진상 수상작 온라인 전시] <6> 특별상 장려상-최진백 ‘도시인’

 모방의 구성 머리에 넣고 거리 나가 실제를 창조

 “카메라 들게 한 것은 딸이고 단련시킨 것은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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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아이가 태어났을 무렵 딸을 찍으려고 사진을 시작했다. 그전까진 사진을 어떻게 찍는지도 몰랐다. 딸이 잘 안나와서 어떻게 찍어야하는지 인터넷을 검색해 사진을 잘 찍는 방법을 그때그때 찾아보면서 사진을 공부하게 된 셈이다. 그 딸이 이제 7살이 되었다. 최진백(40·회사원)의 사진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사람 중 한 명이 딸이다. 딸 덕분에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나머지 한 명은 부인이다. 아이를 가진 직장인이 누구나 그렇듯 최씨는 바쁘다. 그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은 퇴근할 때 잠시밖에 없다. 가끔 주말에도 부인의 양해를 구하고 나가긴 하지만 여의치 않다. 그래서 아주 빨리 찍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몇 년 찍다 보니 스스로 보더라도 집중하여 구성해내는 능력이 탁월하게 되었다. “아내 덕분입니다, 이렇게 순식간에 집중하여 찍을 수 있게 된 것은.” 

 
 사진 공부는 탄력이 붙었다. 사진사이트에서 팁을 찾아보고 영감을 주는 사진을 발견하면 어떻게 찍었는지 연구도 했다. 지금 사진의 틀이 잡힌 것은 3년 정도 되었다고 생각한다.
 
 -딸을 찍는 사진도 실력이 늘었으니 더 좋아졌을까?
 =딸바보인 아빠들이 찍는 딸사진은 실력과 아무 상관이 없다. 바라보는 눈빛을 쳐다보다 보면 구도같은 것이 의미가 없다. 그저 사랑하는 시선으로 찍을 뿐이다. 그래서 작업으로 하는 사진과 아이들의 사진은 다르다. 아들은 5살이다. 그러다보니 아들의 경우 태아 시절의 사진도 있고 전반적으로 분량이 더 많다. 물론 언젠가는 ‘윤미네집’ 같은 사진집을 만들고 싶다.
 
 -이번 출품작의 주제는 ‘도시인’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이 도시인이다. 도시인들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천착했다. 구체적이지 않은, 드러내고 싶지 않은 감정을 찾아다녔다. (나를 포함한) 도시인들은 시간의 노예가 되는 것 같다. 직장 다니다 보니 시간에 쫓긴다. 15번 사진을 보시라. 사진에 두 사람이 등장한다. 오른쪽의 사람은 큰 네모격자에 갇혀있는데 이제 왼쪽으로 슬슬 이동하고 있다. 왼쪽은 더 작은 네모격자의 공간이다. 오른쪽 사람이 나라고 생각하고 찍었다. 직급이 올라가면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진다. 그러나 점점 작은 방으로 가고 있는 기분이 든다.
 
 -포트폴리오 구성은?
 =이야기를 들려 주고 싶었다. 크게 몇 부분으로 나눴다. 1번부터 6번까지는 제 삶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6번의 사진에서 갈림길에 선 남자는 (길은 있지만) 갈 곳이 없는 것 같다. 숨기고 싶은 감정 같은 것이 있다. 7번의 경우 어디론가 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담았다. 10번의 경우 분수대의 꼬마는 분수물줄기에 갇혀 바깥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그 다음의 넉장은 아이와 엄마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고 보면 사진 전부에 본인이 투사되어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보면 된다.
 -3번과 12번은 찍은 사진을 뒤집어놓았는데?
 =나는 반영을 보면 실제가 아닌 허상을 본다. 거울을 보면서 자신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일부러 뒤집었다.
 
 -구성 이야길 좀 하자.
 =모방을 한 것도 있지만 따라하기는 아니다. 말을 뒤집는 것은 아니다. 사진집이나 인터넷에서 사진을 보고 나면 잔상이 남는다. 그 잔상을 기억해 스케치를 한다. 구성을 구상한다. 그리고 그 스케치 혹은 머릿속에 든 구성을 들고 거리로 나간다. 그러나 실제가 똑같을 순 없다. 그러니 모방을 한 것이지만 그대로 따라하기는 아니다.
 
 -구상했던 것과 가장 비슷한 컷이 있는가?
 =11번이 거의 완전히 비슷하다. 문래동 북카페가 있는 곳이다. 화장실인데 메탄가스를 배출하려고 뚫은 구멍이다. 그림과 유사한 곳을 찾아낸 것이다. 그래서 찍었다. 아는 사람이다.
 
 -시계 사진(4번)도 특이하다.
 =이건 청량리의 한 여인숙이다. 만원 짜리 숙박업소인데 싸다보니 여러 가지 시설을 공동으로 쓰고 있다. 화장실도. 시계도 방마다 없으니 나와서 보고 들어가야 한다. 그곳이다.
 
 -도시 공간인데 빌딩은 안보인다.
 =맞다 빌딩에 초점을 두지 않았다. 여기가 어딘지 중요하지 않다. 도시 어디서나 발견될 것 같고, 도시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공간에서 구성한 사진이다.
 
 -언제 찍은 사진인가
 =빛과 그림자라는 큰 줄기의 테마를 이어가고 있다. 2013년은 도시인이 소테마인 셈이다. 올해 5월부터 10월 사이에 찍은 것이 대부분인데 그 이유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퇴근하고 나서 찍으려면 날이 짧아지게 되는 계절이 오면 찍을 수가 없었다.
 
 -테마 작업은 언제부터?
 =네이버에서 곽윤섭기자가 테마를 연재할 때 열심히 참여해서 배웠다. 한겨레 사진마을의 테마에도 계속 참가하고 있다. 네이버에선 ‘호기심’, ‘만남’등의 테마가 기억난다. 공모전 같은 곳엔 초기에 잠깐 내보다가 이젠 하지 않는다. 장비 때문에 SLR클럽을 찾는데 거기서도 자체 이벤트를 테마를 걸고 하므로 참여해본 적이 있다. 사협 같은 곳은 안갔다.
 
 이쯤에서 밝히질 않을 수 없다. 최진백은 사진마을에서 darbychoi로 열심히 활동하는 회원이다. 사진마을의 회원 중 한 명이 최민식사진상에서 상을 받게 되어 사진마을을 운영하는 촌장으로서 너무 기쁘다. 그동안 darbychoi의 사진에 주목해왔었다. 사진에 대한 나의 이야기는 글의 끝에 다시 정리하겠다.
 
 -취미활동으로 끝인가? 사진을 더 집중해서 할 생각은? 카메라는?
 =현재는 취미다. 작가로 가기는 여러 의미에서 아직 멀었다. 사진이 더 많아지고 관리,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들때면 사진집을 하나 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디지털만 쓰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를 시도한다. 그래서 흑백, 컬러, 필름 다 좋아한다.
 
 -찍는 스타일은?
 =어떤 사람들은 여러장 찍어놓고 갖고 있다가 고르지만 나는 내가 보는 것을 찍고 그게 나왔으면 바로 만족한다. 그러다 보니 한 장씩 찍어 한 컷씩 완성하는 스타일이다.
 
 -감명을 받았거나 영향을 받은 사진가가 있다면?
 =유진 리처드가 훌륭하다. 그의 파격적인 구성이 좋다. 또한 조디 캅의 인물 사진을 좋아한다. 홈페이지에서 그녀의 사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인물들을 보면 얼굴이 아닌 내면, 소녀적인 감정을 읽을 수 있다.
 
 -본인 사진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아주 많다. 예전에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초점을 잡으려고 했으나 별로 중요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깨우치고 있는 중이다. 아직 나의 사진은 정착이 되질 않았고 나의 색깔 같은 것도 없다. 시간을 더 투자해야한다.
 
 -본인이 잘하는 점이 있다면
 =내가 잘한다는 그런 개념은 아니다. 다만 구상하고 그 내용을 실제로 스케치하거나 머릿속에 그려놓고 일상에서 그 스케치들을 빨리 발견하는 능력 정도는 있는 것 같다.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특별상 장려상 작품들 중에서 마음에 든 것은?
 =특히 터미널블루스가 음악과 같이 보여서 좋았다. 
 
 -본인의 사진은 다큐멘터리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갈수록 점점 다큐멘터리쪽으로 가고는 있다. 아직 배우는 입장이다. 내 사진엔 사람의 크기가 작은 편이다. 이것은 가까이 가질 못해서인데 인물을 찍을 때 곁으로 가는 것이 어렵다. 뻔뻔하지 못해서 그렇고 숫기가 없어서 그렇다. 아. 물론 어떨 땐 (숫기가) 있기도 하다. 좌중에 압도되면 조용한 편이지만 마음가짐이 달라지면 나의 의지로 생각하여 외향적으로 만들어본다.
 
 -사진외에 다른 취미가 있나?
 =예전엔 많았는데 이젠 사진밖에 없다. 보드도 좋아했고 게임은 중독수준이었다. 그런데 사진을 하다보니 시간이 없어서 이제 다른 취미는 접었다. 그러고 보면 사진도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게임이란게 자신이 자신을 위한 아이템을 획득하는 것이라고 보면 사진도 자신의 작품을 획득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게임보다도 더 중독성이 강하다.
 
 -전공은? 전공과 사진의 관계는?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디스플레이 재료를 연구하는 일을 한다. 액정이란 것은 전기신호가 흘러야, 통해야 하는데 도체들은 불투명한게 많다. 그러므로 투명한 것을 연구하는 것이 일이다.
 -사진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대꾸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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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노트


 평일에는 회사를 다니고 아이와 아내를 사랑하는 평범한 중년 남자입니다. 40대, 그 나이가 되면 차츰 관심 없던 정치에 눈길이 가고 사람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도시 속에 사는 중년 남자들에게는 어쩌면 도시의 의미는 삶의 터전이지만 어느 한 곳에 기대지 못하게 하는 곳인 가 봅니다. 그런지 몰라도 가끔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자 많이 걷습니다. 이게 제가 사진을 시작한 동기가 되었네요. 내 고민을 말하고 싶어 누군가를 그리워했던 마음이 차츰 프레임으로 옮기게 되고  사진을 통해 말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이번 사진들은 거리 위에서 담았던 것으로 대부분 간단하게 35mm 필름을 이용하거나  DSLR을 이용해 담아보았습니다. 시선에 끄는 곳에서 무작정 원하는 컷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아니면 그 구성을 기억하고 있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될 때까지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아빠면서 직장인이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사진을 담지 못합니다. 대부분 퇴근할 때 담거나 가끔 주말에 와이프에게 양해를 구하고 밖을 나가곤 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더 기억났던 구성을 포기 못하고 계속 생각하면서 담았나봅니다.
 
 주제는 도시인입니다. 어느 순간 담은 사진들을 추려다보면 많은 사진들이 공통점을 발견하는데 올해는 유난히 도시 속에 사는 사람들의 감정을 보고 싶었습니다. 표현하고 싶었던 감정들은 솔직히 안에 품고 사는 것들입니다. 도시생활, 더 가지고 싶은 욕망이기도 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삶이기도 합니다. 마치, 벌집에 사는 벌처럼 사람들도 하나의 틀 속에 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도시의 삶은 그리 녹녹치 않는 가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가 되어 외롭습니다.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많은 사람들 속에 외로움이 익숙해진 사람들, 지금이 싫어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 시간에 노예가 되어 쫓기는 사람들 등등 숨기고 싶은 감정들이 도시 속에 곳곳 존재 합니다. 저는 그런 도시인을 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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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백의 사진에 대한 나의 평이다.
 지금껏 소개했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면 최진백의 사진은 다른 점이 크게 두 가지는 있다. 하나는 도회적이란 특성이 강하게 묻어난다는 점이다. 이번의 테마가 ‘도시인’이니 도회적 느낌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지만 그동안 사진마을에 올려온 다른 사진들을 봐도 그런 공통점이 보이는 것을 보면 비단 ‘도시인’이란 테마 때문인 것은 아니다. 

  그럼 도회적이란 어떤 사진을 말하는가. 세련, 질서, 조화, 화려함이란 다소 긍정적인 단어들도 도회스러움을 말하고 있다. 반면에 차가움, 비정함, 고독, 소외, 개인주의 같은 단어들도 도회적이란 표현에 속할 수 있다. 이것은 작가의 강력한 의도다. 두 번째 포인트 역시 첫 포인트와 완전 분리될 것은 아닌데 나는 최진백의 사진이 정교하다고 느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최민식상  수상작이 아닌, 그동안 사진마을에 올라온 Darbychoi의 사진을 무작위로 정리한 아래 사진들 중에서 특히 4, 11, 13번 같은 것은 독특했다. 지난번 한겨레 <사진마을> 송년모임에서 만난 최진백에게 먼저 물어본 적이 있다. “미리 구상하고 그 내용을 거리에서 찾아낸 사진들이 있더라”라고 했더니 “정확하게 맞다”라고 답했다. 그랬구나 싶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최진백은 그런 이야길 자주 했다. (부인 덕분에) 신속히 찍어야하다보니 미리 스케치를 해두고 그 이미지를 바깥에서 신속히 찾아내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대단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전화인터뷰를 하면서 미리 양해를 구했으니 편하게 사진을 이야기할 수 있다. 

  본인도 지적했듯 부족한 점도 있다. 가장 큰 것은 15장의 사진 중에 전체와 어울리지 않게 따로 노는 사진들이 많다. 2, 4, 5, 6, 9, 15는 같은 외형상 같은 부류의 사진이다. 8, 10, 11은 셋이서 서로 어울리지만 앞의 팀과는 다른 팀이다. 뒤집어놓은 3, 12는 그의 합리적인 의도에도 불구하고 나로선 어색하다. 특히 3의 경우엔 메시지의 측면에선 4와 이어진다고 하겠지만 카메라와 교감한다는 면에서 싫다. 13은 숨고 싶음, 혹은 소외를 보여준다는 내용의 측면에서 전체와 어울리지만 너무 강하다. 마스크의 눈동자 속을 보라는 뜻이지만 마스크가 강하다. 이러다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계단, 교차로, 인도, 포장마차, 교각 아래, 철구조물 등 이번 테마인 ‘도시인’과 적절히 어울리는 익명의 공간과 달리 저 마스크는 튄다. 눈에 들어오지 않는 공간이란게 ‘도시인’의 자랑이었는데 그렇지 못하다. 14번은 작위적이다. 저 벽을 보고 벽의 균열을 보고 액자 속에 누군가 들어오길 기다렸다는 게 뻔하다. 

  다른 사진들은 그럼 괜찮은가 물어본다면 다른 사진은 괜찮다. 예를 들어 15번은 미리 구상하고 현장에서 찾아냈다 하더라도 정교한 맛이 그대로 살아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진백의 재능은 그 누구보다도 더 뛰어나고 발전 가능성도 크다. 지금 변하고 있는 과정의 어느 한 상태에 있음을 본인도 알고 있고 사진에서도 보인다. 많이 섞여 있는 것이 그것을 보여준다. 사진진입기의 단계와 숙련기의 단계와 그 중간 단계가 다 섞여 있다. <사진마을>에 올라온 사진들을 모은 부류 중에서 동물에 대한 고찰이 참 좋았다. 이는 또 다른 최진백을 보여준다. 참으로 사진 찍는 재주가 다양한쪽으로 발전한 작가다. 그의 말대로 사진을 더 모을 수 있으면 사진집 하나 낼 수 있을 것이다.

 

 

사진마을에 올라왔던 Darbychoi 사진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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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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