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기억 저편, 삶이 노래로 흘렀다

곽윤섭 2013. 12. 17
조회수 13091 추천수 1

 [최민식사진상 수상작 온라인 전시] <5> 특별상 장려상-손대광 ‘터미널 블루스’

 슬프거나 혹은 기쁘거나, 아무렴 그것도 인생

 만나거나 혹은 떠나거나, 그래서 그것도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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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무렵이었을 것이다. 할아버지와 자주 기차나 버스로 여행을 했다. 버스를 탈때면 으레 할아버지는 소주 한 병과 안줏거리를 사들었다.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건너가거나 경상도에서 강원도로 넘어가면서 중간정착지에 버스가 닿으면 승객이 내리고 타면서 버스 안과 밖의 풍경이 바뀌는 것을 봤다. 그때 터미널이란 공간에서 사람들이 모였다가 흩어져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재미있다고 느꼈고 그 장면들이 각인되었다. 어린 마음에도 언젠가 그 장면들을 사진으로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대학을 갈 마음이 없었다. 손대광의 ‘터미널 블루스’의 출발은 성장과정에 이미 몸의 기억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손대광(41 예술강사)은 몇 가지 일을 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만든 학교문화예술 프로그램에서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사진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카메라의 메커니즘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학생들의 상상력을 키우는 수업을 한다. 학생들의 피드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동료와 함께 송정에서 스튜디오 ‘여름’을 운영하고 있다. ‘웨딩사진’도 찍고 상업사진도 한다. 한 가지 더 있다. 그는 드럼레슨을 틈틈이 하면서 돈을 벌려고 한다. 당장은 먹고사는 게 힘들지만 언젠가 문화예술교육, 음악, 세미나, 전시를 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를 마련하고 싶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번 출품작의 제목이 ‘터미널 블루스’다. 음악과 관련이 있겠다.
 =음악을 좋아해서 대학도 제때에 안 갔다. 특히 드럼같은 타악기를 한다. 프로수준이었는데 생계유지가 힘들어서 지금은 ‘직장인밴드’ 활동 정도만 한다. 고등학교 때 영화도 좋아했고 사진도 좋아했다. 영상이미지와 음악이미지…….
 
 -최민식상에 응모하게 된 동기가 있을까
 =평소에 좋아하고 있었는데 자갈치가 가까운 충무동에서 몇 번 최선생님을 목격했다. 멋있었다. 저 나이때 저런 활동을 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나의 사진으로 세상과 이미지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년 초에 최선생이 돌아가신 날, 우암동에 있었다. 몹시 우울했고 최선생의 죽음이 큰 울림으로 남았다. 그리곤 터미널을 찍기 시작했다. 이번에 출품한 사진들은 모두 금년에 찍은 것이다. 그동안 사진작업은 ‘독립군’처럼 혼자 했기 때문에 단 한번도 공모전 같은 곳에 사진을 내본 적이 없다. 최민식사진상이란 소릴 듣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고 첫 출품에 상을 받게 되었는데 운이 좋아서인지…….
 
 -터미널은 어떤 곳인가
 =어릴 때 할아버지와의 여행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경상도에서 버스를 타고 가다 화개쯤 가면 승객들의 사투리가 바뀐다. 가끔 기차도 탔는데 그 큰 차창 너머로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풍경이 흘러갔다. 역시 사람들을 찍어야 했다.
 
 -터미널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고 승객도 있다. 어떻게 작업했는지.
 =버스기사, 매표소, 매점에서 일하는 분들도 찍고 싶었다. 매표소는 외부 사람들이 출입할 수 없는 곳이다. 게다가 늘 돈을 만지는 분들이라 신경이 곤두서있는 상태여서 처음엔 사진찍을 엄두도 못냈다. 예술강사로 출강하는 곳을 경남 진주였기 때문에 1주일에 2~3차례 버스를 타므로 자주 터미널을 이용하는 편이다. 넉살 좋게 말을 붙였고 맨 처음엔 1시간 30분이나 설득했고 터미널의 높으신 분들까지 승낙을 받았고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과 친해지기 위해 애썼다. 승객들의 경우 찍고 나서 보여드리기도 하고 허락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순간적인 장면의 경우엔 바로 버스를 타고 가버리기도 해서 100% 다 허락을 받을 순 없었다. 2번 사진 같은 경우엔 매표소 안에서 바깥을 찍는데 눈이 마주쳤다. 카메라를 들어서 보여주고 “찍었다.”라고 손짓했더니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보여준 경우다. 호의적인 분들이 더 많긴 한데 지우라면 지운다. 주로 들이미는 스타일이라서 부탁하고 또 부탁한다.
 
 -이번 작품들은 어느 터미널이 많은가
 =자주 갈 수 있는 곳이니 진주터미널이 가장 많다. 몇 장은 전남 고흥터미널도 있다. 진주터미널은 새로 짓기 때문에 곧 없어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라지기 전에 더 기록해두어야겠다는 생각도 있다.
 
 -사진에선 좌우로 기울어진 것이 꽤 보이는데?
 =일부러 비튼 것들이다. 15번은 노파인더로 찍었다. 눈높이에서 프레임을 보니 안되겠다 싶어서 팔을 높이 들었다. 왼쪽에 있는 승객이 인상적이었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소주와 맥주를 말아서 마시더니 다른 승객들에게 혼잣말처럼 욕도 좀 지껄이더니 저렇게 엎어지더라. “나도 저럴때가 있었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15번 사진처럼 저럴때가 있었다면 언제인가?
 =첫사랑하고 헤어졌을 때, 그리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도 무척 힘들었다.
 
 -할아버지에게 본인이 찍은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었는지.
 =그게 너무 아쉽다. 생각만 하면 마음이 짠하다. 그땐 아직 사진을 하기 전이었다. 1994년 4월이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음악에 빠져있다가 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 아르바이트로 취직했었다. 점심먹고 회사 옥상에 올라가 회사에서 키우던 개와 놀고 있다가 할아버지의 부음을 들었다. 멍했고 힘들었다.
 
 -다른 사진작업을 소개한다면?
 =‘천지간’이란 작업이 있는데 불교 냄새가 많이 나는 작업이다. 무덤 사진들…. ‘열대야’ 작업도 있다. 더운 밤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가서 찍었다. 해운대…. 2014년에는 일본에서 작업하고 싶다. 우에노옆에 오카노마치란 곳이 있다. 마을 전체가 귀금속세공 공장이라고 봐도 좋을 만한 곳인데 거기서 고용되어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한국인이다. 그 안엔 불법체류자도 있고 여러 가지 슬픈 사연들도 많이 있다.
 
 -가장 애정이 가는 사진은?
 =당연히 모두 다 애정이 가는데(웃지도 않고) 그래도 하나 고르라면 1번사진이다. 일부러 맨 앞으로 끌어냈는데 이 한 장이 모든 것을 다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사물이 모두 사람들이 선택해주길 기다리면서 뽐내는 것 같다. 상상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한가운데 인물이 있다.
 
 -순서는 의도적인가?
 =당연히 정교하게 배치했다. 18번에서 노래가 끝난다. 리듬이 있다.
 
 -전시한다면 이 사진들과 함께 틀어줄 곡은?
 =오스카 피터슨(1925~2007 흑인 재즈피아니스트)의 곡. 그가 1960년대 말에 만델라를 위해 바친 곡 “Hymm to Freedom“이 가장 어울릴 것 같다. 이번 만델라의 장례식에도 연주되었다. 그리고 사진작업을 하면서 들었던 곡은 박인수의 ‘나그네의 옛이야기’, 정태춘 박은옥의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였다.
 
 전화 인터뷰를 마치며 존경하는 사진가가 있는지를 물었더니 여러 사람의 이름을 줄줄 불렀다. 들어보니 모두 다른 유형의 사진을 하는 사람들이라서 별 재미가 없었다. 손대광은 “그분들의 영향을 받았다는 뜻이다. 그 사진들을 융합하면 더 좋은게 나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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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를 소개한다.
 
 터미널 블루스
 
 올해 초부터 터미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어릴적 처음 가본 터미널은 내 눈에 또 다른 세상으로 비추어졌다.
 버스가 내는 엔진음과 뿜어져 나온 매연, 조그마한 귀퉁이 매점에서 흘러나오던 특유의 냄새 그리고 그것들 속에 감싸여 어딘가로 떠나던 사람들….
 눈앞에 펼쳐진 나를 둘러싼 광경에 서서 그때 난생처음 듣는 기묘한 소리를 들었다.
 느릿느릿한 비트에 조금은 애절한 멜로디, 그러나 계속 듣고 싶은 그 멜로디는 내 머릿속에서 잊혀 지지 않고 지금도 가끔 나를 위로 해준다. 
 그때 그 터미널이 나에게 들려주었던 멜로디를 이제 다시 눈으로 듣고 싶었다. 
 터미널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서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과 저마다 사연을 가슴에 품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으며, 인간의 희로애락과 가장 닮아있는 ”블루스“ 라는 음악 장르를 사진 이미지로 연주해 보았다.
 
 블루스를 연주해 주신 여러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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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대광의 사진에 대한 나의 평이다.

 분명히 말하건대 작가노트를 읽기 전에 나는 손대광의 사진을 순서대로 따라가다가 리듬을 느꼈다. 그리고 작가노트를 읽고 전화인터뷰를 했더니 과연 그랬다. 흠 이정도면 나도 사진을 좀 볼 줄 아는 사람인 모양이다. 

 그동안 소개했던 다른 이들의 사진도 훌륭했지만 특히 이 사진들은 순서를 참 잘 엮었다. 한 장, 한 장이 리듬을 타고 있으며 엔딩으로 가는 방식도 참 좋았다. 터미널에서 일하는 사람, 버스를 기다리거나 탄 사람, 그리고 보내거나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몇 십 년씩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터미널은 인생의 단면도다. 슬프거나 노하거나 기쁘거나 그런게 다 인생이 그래서 그런 것이다. 

 나로서는 13번이 좀 느닷없이 등장했다는 기분이 든다. 당연히 깊은 사연이 들어있긴 한데 순서상 튄다는 뜻일 뿐이다. 모든 사진에 주인공이 들어있다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 사진도 있지만 한 장의 사진 안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인공이 반드시 있다. 어떤 사진에선 얼굴이 없는 것도 있지만 손만 보여도 손이 이야길 한다. 

 손대광이 이 사진들을 찍고 난 뒤에 주인공들과 인터뷰를 했다면 어땠을까? 그 또한 재미있는 작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렇게 되면 이야기가 다 드러나버릴 것이어서 사진을 방해하거나 사진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단점은 있다. 손대광이 추천한 ‘Hymm to Freedom‘을 들으면서 사진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같이 읽어보시라. 음악과 사진의 결합이 절묘하다. 마지막 사진이 왜 약국 앞인지 생각해봤다. 재치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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