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지 작가의 사진전 ’바다’가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인덱스에서 열린다. 13일까지. 오프닝은 7일 5시. 5장의 사진을 받았다. 굳이 작가가 위안, 힐링이란 단어를 쓰지 않았다 하더라도, 누가 보든지 단박에 힐링이 될 것 같은 사진들이다. 가슴이 저려오는 사진이다. 이 광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하여 바닷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듯 삼각대를 놓고 있었을 작가를 생각하면 구도자의 모습이 연상된다. 스티브 매커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 테마별로 사진을 모아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그 중에 ‘그레이스(Grace)’란 폴더를 열어봤다. 우리말로 하면 우아함, 품위 정도가 될 것이다. 어떤 사진들이 들어있을까? 요가 하는 사람, 등산, 독서, 창밖을 응시하는 사람, 친구, 서커스, 축구…. 도무지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삶의 순간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우아함이란 단어는 어떤 외형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경지에서 온다고 봤음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사람들은 우아함을 유지하면서 살고 싶어한다. 이것은 명품을 걸치거나 신거나 타고 다녀서 생기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빈부격차가 있다. 하루 한 끼밖에 못 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삶의 품격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호화로운 집에 살면서도 우아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도 있다.
바닷가에서 삼각대를 놓고 장노출을 주면서 시간을 끌어안고 작업을 한 김언지 작가의 사진에서 우아함이 떠오르는 것은 그가 이 사진을 왜 찍었는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어떻게 찍었는지가 아니라 왜 찍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가노트를 덧붙인다.
바 다/김언지
지치고 힘들 때 찾아가는 바다는 늘 위안이었다.
태풍의 거센 바람과 무서운 파도를 견뎌내는 피사체를 볼 때마다 우리네의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고통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다시 평온을 찾듯
바다도 그 모습을 닮아 있었다.
내 작업 속에는 오랜 시간 바다에서 견뎌내고,
또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는 주인공들이 있다.
그 소재들을 찾으러 한국의 작은 섬들을 다녔고,
견뎌낸 긴 인고의 시간을 표현하려 장노출로 담았다.
내가 느끼는 힐링의 바다,
사색의 바다를 단순히 풍경이 아닌
인고의 시간을 지나온 평온의 바다로 느꼈으면 한다.
사진이란 잊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성찰 같다.
소중함을 잘 깨닫진 못하지만 세상을 위해 묵묵히 견뎌내는 대상들로 영역을 확장하여 소소한 울림을 주고 싶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