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송 베어내고 대왕송 찍은 작가, 전시 시도

사진마을 2016. 03. 31
조회수 28259 추천수 0

  예술의전당 쪽 뒤늦게 알고 취소하자 가처분신청

 전시기획서 작품목록에 문제가 됐던 사진도 포함


                                                                      2014년 기사 <금강송 벌목 기사>바로가기

 

 

kks01.jpg » 가운데 그루터기만 남은 것이 신하송이고 뒤가 대왕송. 한겨레독자 제보 사진 kks02.jpg » 신하송 그루터기 부분. 한겨레 독자 제보사진

 

  2014년 사진을 찍기 위해 금강송을 불법으로 벌목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장국현씨가 최근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미술관에서 소나무 사진전 <천하걸작 한국영송>을 열려고 하고 있다.

  장씨는 2011년 7월과 2012년 봄, 2013년 봄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금강송 군락지인 울진군 서면 소광리 산림보호구역에서 수령이 220년 된 금강송을 포함해 금강송 11그루, 활엽수 14그루를 무단으로 베어냈다. 장씨는 대왕송을 찍기 위해 주변의 신하송 등을 베어낼 뿐만 아니라 막상 찍고자 했던 대왕송의 가지도 잘라냈다.
kks0001.jpg » 미술과 비평 홈페이지 갈무리  31일 예술의 전당 미술부 조성문 부장에 따르면 2014년 7월 3일에 2015년 전시 일정을 심의하면서 대관자인 ‘미술과 비평’ 쪽의 장국현씨 전시를 승인했는데, 이때는 법원의 판결이 나기 전이었기 때문에 장씨와 관련된 사실을 알 수 없었다. 2015년에는 미술관의 조명시설 문제로 전시가 진행되지 못했고 2016년 4월 12일로 연기가 된 상태였다. 예술의 전당쪽은 올해 1월 대구지역지인 매일신문이 장씨의 전시일정을 소개하는 기사를 보고 전모를 알게 되었다. 몇 장의 작품만이 아니라 포괄적으로  볼 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작가의 전시를 예술의 전당에서 여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3월 17일 전시 대관자인 ‘미술과 비평’쪽에 취소공문을 보냈다.  ‘미술과 비평’쪽은 취소공문에 대해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한 상태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관계자는 “장씨 쪽에서 제출한 전시기획서의 전시작품 목록는 문제가 됐던 금강송 사진들도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매일신문 기사에 나온 장씨의 주장에 대해 “매일신문 기사를 보고 황당해서 ‘미술과 비평’쪽에 항의했다. 매일신문 기사가 나오기 전까지는 장씨와 만난 적이 없다. 대관자쪽에 전시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하고 나서 장씨가 서울로 왔고 처음 만났다. 이 자리에서 장씨는 ‘전시를 반드시 해야 하는데 왜 취소하냐’고 항의했다. ‘공직 생활에도 누가 된다고 말렸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다”고 말했다. 


 매일신문은 1월 30일 기사에서 이렇게 전하고 있다.

  “무작정 강원도로 들어갔습니다” (...) “죽을 고비도 몇 번 넘겼죠.” (...) 강원도에서 소나무 사진 작업 앨범이 1권, 2권 쌓여jkh001.jpg » 장국현씨갈 무렵 그는 잡지사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강원도 소나무 작업’을 높이 평가한 ‘미술과 비평’에서 전시회를 제안한 것이다. (...) “물론 일언지하에 거절했죠. 내가 법원 판결을 받은 지 1년도 안 됐는데, 사회 여론이 너무 안 좋고 무엇보다 흠결 많은 나의 작품을 걸면 당신들 공직 생활에도 누가 된다고 말렸어요. 한편으로 사회의 불편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제 작품을 평가해주는 것이 고맙기도 했습니다.” (...) 그래도 그는 예술의전당이라는 데 흔들렸다고 말했다. (...) “전시회 장소가 세계적인 화가들 작품만 전시한다는 ‘예술의전당’이었고 순번도 반 고흐, 세잔, 모네전에 이은 전시여서 솔직히 욕심도 났습니다. 그러나 아직 사회의 불편한 시선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계속 결정을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대구의 한 인사로부터 대구 범어대성당에 파이프오르간이 없어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퍼뜩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예술의전당 전시회를 파이프오르간 성금 마련전으로 삼았으면 좋지 않을까’ 였습니다.” (...) 때문에 그는 작품을 더이상 팔지 않겠다는 약속도 잠시 접었다.(...) “사실 전 그 ‘사건’ 이후 한 점의 작품도 팔지 않겠다고 선언을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단 한 번 원칙을 굽히기로 했습니다.”

 

  31일 천주교 대구교구 관계자는 “장씨가 교구에 직접 찾아와 사진작업을 하는 사람인데 속죄의 기회를 갖기 위해 전시를 하고 수익이 나면 성당에 기부하겠다”고 제의한 것이 사실이다. 파이프오르간 이야기는 장씨의 생각인 모양이다. 장씨가 가톨릭 신도는 아니지만 속죄하겠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어떤 사진이 전시되는지 그 사진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모른다. 예술의 전당쪽에서 전시 취소공문을 보냈다면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도 장씨의 기부를 수용할지 다시 논의할 수 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사진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눈빛출판사 이규상대표는 “찍는 과정에서 잘못이 발생한 사진이 포함된 전시를 한다고 속죄가 될 것같지 않다. 하지 않는 것이 속죄하는 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표문화공간인 예술의 전당쪽이 이번에는 옳게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2년전인 2014년에 <한겨레>에 장씨의 금강송 불법 벌목 사실을 제보했던 익명의 독자는 매일신문 기사를 통해 전시 소식을 알고 있었다며 “충격적이다. 사람들의 뇌리에 아직 그 사건이 남아있는데 전시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를 용납할 수 없다. 기사를 보면 온갖 체면은 다 차리면서 장소가 예술의 전당이라 전시를 하겠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마치 사진 욕심이 나서 금강송을 자르고 사진을 찍었다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예술의 전당이 취소공문을 보낸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장씨의 예술의 전당 사진전 <천하걸작 한국영송>개최 여부는 이제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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