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권력의 헤게모니 투쟁 현장을 보다

사진마을 2016. 09. 28
조회수 6027 추천수 1

지난 23일에 열렸던 최민식 사진상 관련 토론회를 참관했던 김민수 작가가 글을 보내왔다. 전문을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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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권력의 헤게모니 투쟁 현장을 보다.
-최민식 사진상 토론회를 보고...
 
 9월 23일(금) 오후 4시, 온빛다큐멘터리 주최로 충무로 서울영상미디어센터에서 제2회 최민식상과 관련한 토론회가 열렸다. 세미나실은 입추의 여지 없이 가득 찼고, 이규상, 이광수(문제 제기), 이상일, 정주하(협성재단 측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 하다.)가 토론자로 나왔고, 사회자 석재현의 진행으로 토론회는 진행되었다. 4시에 시작된 토론회는 1시가 30분을 예정하였으나 2시간을 훌쩍 넘을 만큼 열기(?)가 넘쳤다.
 
 먼저 간단하게 개인소개를 하는 것이 예절이겠다.
 나는 어느 단체나 그룹에 속하지 않았으며, 개인적으로 사진작업을 하고 있다. 야생화와 관련하여 개인전과 몇 차례 초청전은 있었으나 그것을 경력이라고 하기에는 멋쩍다. 포토에세이 혹은 비주얼에세이라는 머리제목을 달아 몇 권의 책을 냈으니 작가라고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한겨레 포토워크숍과 관련하여 2011년에 ‘가상현실’이라는 주제로 최우수상을 받으며 ‘한겨레 등용작가’가 되었고, 한겨레 사진마을 ‘작가마당’에 연재를 하지만, 기라성 같은 한국 사진계에서 나는 감히 ‘사진가 혹은 사진작가’라는 명함을 내밀 형편은 되지 않는다. 단지, 다큐멘터리 사진을 추구하면서 수년째 재개발지구와 오일장을 담아왔지만, 여전히 어떤 사진을 담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전업사진가가 되고 싶긴 하지만, 실력의 한계와 어정쩡한 사진에 대한 열정 사이에서 다른 방편으로 밥벌이하면서, 짬을 내서 사진작업을 하는, 그러나 나름 진지하게 사색하면서 사진을 하고 싶은 사진 애호가 정도이겠다.
 
 최민식 상에 대한 논란을 처음 접한 것은 사진마을에 게재된 이광수 교수의 글을 통해서였다. 이광수 교수가 문제 제기한 내용과 협성재단의 입장 등을 세세하게 정독하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으로 어떤 문제인지는 가늠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정도의 문제라면 서로의 대화를 통해서 조율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최민식 상이 폐지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는,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최민식 상의 폐지는 사진계에 큰 손실이라고 생각했고, 사진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한국 사진계를 이끌어가는 분들이라면 이런 식의 결론을 도출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양쪽 이야기를 다 듣고 나름 객관적인 평가를 하고 싶었다. 그것이 토론회에 참석하게 된 계기다.
 
 토론장에 들어가자 한국 사진계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이 즐비했다. 이 토론회의 비중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2시간여의 토론, 그러나 나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고, 결론적으로 슬펐다. 세세한 내용은 적지 않겠다. 아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이 더 잘 알고 있을 터이니 말이다. 나는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제3의 입장에서 그 사태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위치이므로 어느 편도 아니라는 점을 먼저 밝힌다.
 
 1. 운영상의 미비함에 대해서 해명하고 사과하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이광수 교수의 문제 제기는 제1회 최민식 상의 모집요강과 2회의 모집요강이 달랐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사진마을에 있는 이광수 교수의 글을 통해서 볼 수 있다.). 토론회에서 이상일(운영위원장), 정주하 교수(심사위원장)는 이에 대해 해명했다. 그리고 어떤 취지에서 최민식 상을 활성화 시키려고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조금 부족한 부분은 있었지만, 그것 역시도 일리 있는 해명이었다. 그러나 처음 이광수 교수가 공론의 장에서 문제 제기했을 때, 협성재단 운영진에서는 공모요강이 바뀐 부분에 대해 왜 솔직하게 운영상의 미숙함이 있었다고 사과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이상일 운영위원장이 이번 토론회에서 밝힌 대로 최민식 상의 10년을 바라보면서 공모요강을 이전과 다르게 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해명하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음에도 해명하지 않았다. 그 부분에 대해서 해명하고, 사과했어야 했지만, 토론회에서조차도 이 부분에 대한 사과는 전혀 없었다. 이 지점이 결국은 서로 화합할 수 없는 지점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문제를 제기한 측도, 협성재단 측(이상일, 정주하 등 심사위원들을 포함하여)도 화해나 사과할 의향이 전혀 없었다. 토론은 겉돌 수밖에 없었고, 서로의 감정의 골을 확인하는 것 외에는 별반 진전이 없었다. 단지, 토론회를 통해서 알 수 있었던 것은, 문제 제기와 경찰 조사가 시작된 후, 협성재단 측에서 사진계를 위해 출연한 것을 후회했고, 그 여파로 협성재단 측에선 최민식 상을 폐지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2.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 해명했을 때, 잘못된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또 그렇게 힘든가?
 
 몇몇 의문제기에 대해서는 분명한 해명이 있었다. 한 예로, 몇몇 작가가 웹하드에 등록한 시간이 접수마감 시간을 넘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 심사위원이나 운영위원들에게 자료를 넘기기 전에 웹하드 담당자가 밤샘 정리하면서 기록된 시간이라는 점과 심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은 이런 사안에 대해서 알지 못했으며, 심사를 위한 자료를 건네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할 터인데 그런 것은 없었다. 이미 화해를 전제로 한 토론이 아니라는 점을 전제한 듯이 양쪽은 평행선을 달렸다. 미안한 말이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는 감정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사진계가 아니라 그 어떤 단체나 조직에서도 이런 문제가 생기면 감정이 상하지 않을 수 없을 터이다. 그러나 감정은 감정이고, 대의를 위해서 자신들의 감정을 접을 수도 있어야 하는 것이 성숙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물론, 너무 큰 요구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본인들 자신도 그렇게 자부하겠지만, 한국 사진계의 권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분들의 감정 충돌로 한국 사진계가 받는 상처는 참으로 크다는 점에서 안타까울 뿐이다. 서로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서 인정하고 사과할 줄 모르는 모습을 보면서 참담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떤 대안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문제를 제기한 측에서 최민식 상을 최민식 선생의 유족들과 논의하여 다시 만들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할 때 서로 너무 먼 지점에 서 있음을 알게 되었다.
 
 3. 토론회가 끝나고 돌아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한국 사진계의 양분을 보았다.
 
 토론회가 끝난 시간은 저녁 6시 10분경, 애프터를 하기에 딱 좋은 시간이었다. 당연히 토론회가 끝나고 애프터가 이어졌지만, 나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기에(딱히 나를 잘 아는 분도 없어서-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유명하신 분들이라 나는 알아도 안면 정도가 있다고 해서 함께 애프터를 할 분위기도 아니었다.) 각각 양 진영이 애프터 장소로 이동하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돌아왔다.
 그 잠시의 시간, 문제 제기를 한 측과 협성재단 측(물론 사과도 없는 토론회를 마치고 함께 애프터 하기도 껄끄러웠겠지만)의 동선은 분명하게 갈렸다. 토론회를 나름 평가하면서 나누는 사적인 이야기들은 상대방의 토론 태도에 대해서 힐난하는 소리(양쪽 모두), 토론회를 녹취했지만 이전과 다른 상대방의 잘못을 건지는 별반 성과(?)가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양측이 화해하는 것은 기적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인 듯했다.
 
 지금 한국의 사진계가 몇 등분되어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토론회는 한국 사진계의 또 하나 분열의 현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는 것이다. 사진 권력에서 먼 내가 보기에는 ‘사진 권력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양측 모두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한 쪽의 주장도 완벽한 쪽은 없었으며, 양쪽 모두 어느 정도의 문제들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양쪽 다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입 닫고, 당위성만 이야기하니 당연히 분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4. 최선을 다했다? 다할 것이다?
 
 우화 하나를 소개하면서 이 이야기를 마칠까 한다.
 
 사자와 소가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다. 사자는 정성과 사랑을 담아 육고기를 잡아 소에게 대접했고, 소는 소대로 가장 좋은 풀을 선별하여 사자에게 대접했다. 그러나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은 이혼하게 되었다. 그때, 둘은 서로 제 갈 길을 가면서 “나는 최선을 다했단 말이야!”라고 말했다.
 
 나는 문제제기를 한 측과 최민식 사진상의 심사를 맡았던 이상일, 정주하 교수 측의 입장 모두 ‘최선을 다했다!’는 측면에서 높이 산다. 양측 모두 참으로 어려운 일들을 했다. 모두가 한국의 사진계를 위한 일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이 일이 어떻게 귀결될지 모르겠으나, 나타난 현상은 한국 사진계의 큰 손실로 나타났다.
 
 안타까웠다. 토론자들의 말을 통해 이미 누구누구 ‘라인’이라는 말은 공공연하게 회자하는 현실임을 알았다. 어느 쪽을 편드는가에 따라 다른 쪽에는 척을 져야 하는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싸움으로 변질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 사진계의 민낯을 본 날이었다.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참담한 날이었다.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성숙하면 그 일도 잘한다. 양측 모두 온 힘을 다했다. 그러나 결과가 이렇다면, 이제는 양측 모두 한국 사진계에 사과해야 할 것이다. 본인들도 힘든 과정이었겠지만, 그로 인해 상처를 받은 이들은 ‘사진’을 매개로 작업하는 모든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 사과는 입 발린 소리가 아니라 힘든 일이겠지만, 양측이 통 크게 화해하는 것이리라. 그 오랜 세월 쌓아왔던 우정조차도 포기할 정도의 절실함인데, 그런 문제들과 난제들을 터놓고 얘기하지 못할 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감정을 내려놓고 한국 사진계를 생각하는 냉정함을 보고 싶다.                                                   한겨레 등용사진가 김민수

 

 

 김민수작가는
 
서울생으로 현재 한남교회 담임목사, 문화법인 ‘들풀’ 대표.
 
2003년 ‘Black&White展’, 2004년 ‘End&Start展’

2004, 2005년 ‘여미지식물원 초정 ’제주의 야생화 전시회’fkim11.jpg

2005년 북제주군청 초청 ‘순회전시회’


2011년 한겨레포토워크숍 '가상현실‘로 연말결선 최우수상, 한겨레등용작가
2013년 지역주민을 위한 ‘들풀사진강좌’ 개설
 
저서로 <내게로 다가온 꽃들 1, 2>,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하나님, 거기 계셨군요?>,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 생겼다?>, <달팽이 걸음으로 제주를 걷다>,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 등이 있다.
각종 매체에 ‘포토에세이’를 연재했으며, 사진과 관련된 글쓰기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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