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300명과 밥 먹기 도전

사진마을 2018. 0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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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복집연구회] 인터뷰


유명 정치맛집 찾아서 수다 떨기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글, 영상

그들만의 정치 아닌, 일상 속 정치



 지난해 10월 1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초원복집연구회를 시작하며’라는 글이 올라왔다. “‘우리가 남이가.’ 한국정치를 이보다 잘 표현하는 말이 있을까? 1992년 12월 11일, 제14대 대통령선거를 일주일 앞둔 날이었다. 당시 대선은....” 그날 이후로 ‘초원복집 연구회’ 페이지에는 ‘김영삼 서거 2주기-칼국수 대통령의 칼국수’, ‘단합의 러브샷과 청년 곱창타운’, ‘그날, 사회주의자들은 처음으로 자본주의를 맛보았네: 데탕트와 맥도날드 그리고 웃음’ 등의 글이 주기적으로 올라왔다. 올해 4월에는 ‘이명박의 대선광고 국밥집’, 5월에는 ‘남북정상회담과 평양냉면’, 6월에는 투표 독려 영상 ‘지방선거를 앞둔 그대에게’ 등의 영상이 올라왔다. 찾아보니 이 글과 영상은 대학생들이 직접 쓰고 만든 것이었다. 지난달 27일에 고려대학교 중앙광장 지하에 있는 창업, 창의 공간 ‘씨씨엘’에서 초원복집연구회 제작팀을 만나 단체인터뷰를 했다. 영상팀 이승렬(26)·홍준혁(25)·장윤서(23)씨와 출연진 서동권(28)씨, 집필과 출연진을 겸하고 있는 이승주(25)씨가 그들이다.
   
 1992년 초원복국집사건은 26년 전의 일이므로 이 대학생들이 태어나기 전이거나 가장 나이가 많은 팀원이 두 살 때였다. 어떻게 알고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을까?
 처음 이 연구회를 떠올린 것은 이승주(25·경제학과 재학)씨였다. 이씨는 “고등학교 때 한겨레신문을 읽다가 초원복국집사건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역사, 정치사 등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에 들어와서 2016년 태블릿과 촛불 등을 보면서 현실정치와 사회분위기의 관계에 대해 생각이 깊어졌다. 정치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 사회분위기에 맞춰 사람들이 정치에 좀 더 재미있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다 정치인들이 여러 이유와 목적으로 방문한 식당들을 정리해보자는 생각에 지난해 5월부터 꾸준히 식당 목록을 정리했고 어느 정도 자료가 쌓인 후에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해 10월에 공식적인 시작을 알리는 글을 올리게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회에서 영상을 맡고 있는 이승렬(26·미디어학부 재학)씨는 “주변의 선배나 친구들은 ‘친구들끼리 정치이야기 하지 마라’라고 자주 조언을 한다. 친구끼리 정치 이야기하다 보면 싸우게 되기 쉬우니 아예 꺼내지도 마라는 거다. 밥이나 술자리에서 정치이야기를 안 하다 보니 결국 각자 인터넷으로 파고들게 되고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싫은 것은 외면하게 된다. 자기주장과 의견만 굳어지고 남의 이야기는 듣지 않게 된다. 이런 것이 우리 사회의 단절과 수많은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서 출발한 것이다. 정치이야기를 금기시할 것이 아니라 대놓고 하자. 밥 먹으며 술 먹으며 하자. 그래서 맛집을 끌고 왔다”라고 말했다.



 글을 쓰거나 영상을 만들고 직접 영상에 출연하는 사람들이 모두 대학생이니 글의 내용이나 방식, 영상의 접근방식 등에서 짐짓 무거운 척하는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이 발랄하다. 20대들에게 정치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게 하자는 것이다. 정치란 것이 우리 일상과 크게 떨어진 것이 아니란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이명박의 대선광고 국밥집’ 영상을 보면,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있는 실제 대선광고를 찍었던 집을 찾아간 세 명의 출연진이 국밥과 머릿고기를 먹으면서 각본 없이 수다를 떤다. “야 이거 진짜 가성비 좋다. 대박. 그런데 MB는 모닝빵과 두유를 먹는다잖아. 지금 이 국밥이 얼마나 먹고 싶을까? 난 그때 중학교 1학년이고 막 중2병이 시작될 무렵이었지. 난 그때 이명박을 지지했거든.(웃음) 부모님이 투표를 안 한다잖아. 그런데 다스는 뭐지?” 초원복집연구회가 올리고 있는 글과 영상을 보면 어떤 결론을 내리거나 진영논리에 붙들리는 법이 없다. 다양한 시각에서 더 많은 대화를 하자는 것이 목적이란 뜻이다.
 앞으로 어떤 정치 맛집이 등장할지 물었다. 이들은 “현재 250군데 정도 목록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자면 김기춘이 자주 갔던 삼계탕집, 이재명이 많이 가는 국숫집, 장시효가 특검 조사받을 때 먹었던 아이스크림, 최순실이 태블릿 셀카를 찍었을 때 배경으로 찍힌 중국집 등등이 준비되어 있다. 당장 이번 주말쯤에는 훠궈집에서 찍은 영상 ‘그들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초원복집연구회] #3 제주난민편’이 올라갈 것이다”라고 했다.


 초원복집연구회의 중장기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는 국회의원 300명과 한 번씩 밥을 같이 먹어보는 것이다. “300명 중에 언론에 주로 등장하는 의원은 채 30명 정도밖에 안된다. 나머지 270명도 의정활동을 각자 열심히 한다는데 그들의 활동을 알리는데 아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더라. 그동안 한국사회의 정치는 진영논리에 소비되어 왔기 때문에 소수의 정치인만 유명하고 일반 국민들과 괴리가 온 것이다. 지난번 지방선거 때 공보물을 유심히만 봤더라면 자기 지역구, 자기 고향에 어떤 현안이 있고 그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어느 후보가 어떻게 주장하는지 알게 되었을 것이다. 정치는 우리 곁에 있는 것이다. 일상 속에 정치가 있고, 정치 속에 일상이 있다. 정치와 일상의 괴리를 좁혀보자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초원복집연구회 회원들이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 초원복집연구회에 올라온 글은 이승주씨가 주도적으로 집필해왔다. 최근에 두 명이 합류했다고 한다.
-다들 대학생이면 언젠가는 졸업할 것 아닌가? 그 다음엔 어떻게 하는가?
 “우리가 영원히 학생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반드시 현재의 우리만이 이걸 이어나갈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면, 다시 말해 우리 연구회의 틀과 지향하는 가치관이 분명하게 자라잡게 되면 우리 개개인은 대체될 수 있다.”
 

01.jpg 02.jpg » 고려대학교 중앙광장 지하 CCL에서 모임중인 초원복집연구회 제작팀. 서동권씨, 이승주씨, 홍준혁씨, 이승렬씨, 장윤서씨 (왼쪽부터)
-궤도라고 한다면?
 “우리의 발전방향에 3단계의 목표가 있다. 1단계는 지금 하는 것처럼 정치인들이 방문했던 식당을 찾아가서 글이나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2단계는 정치맛집을 방문할 때 우리끼리 가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과 함께 가서 밥을 먹는 것이다. 2단계로 나가는 상징적인 포인트로 잡고 있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초창기에 광화문 대통령으로 불렸다. 그래서 청와대에서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광화문의 삼겹살집에서 권력자와 대학생의 영역이 아니라 하나의 직업인으로서 정치인 문재인 대통령과 시민의 영역에서 대등하게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것이다. 3단계는 우리가 나중에 직접 정치의 주체가 되고 우리가 방문한 식당이 새로운 정치 맛집이 되는 것이다. 쉽게 풀면 우리의 목표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정치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글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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