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는 사람을 닮은 사진

사진마을 2018. 07. 31
조회수 2674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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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6 차례 다녀온 임종진

사진전 ‘사는 거이 다 똑같디요’
류가헌에서, 8월 26일까지


임종진의 사진전 ‘사는거이 다 똑같디요-북녘의 일상’이 7월 31일부터 서울 청운동 류가헌에서 시작됐다. 8월 26일까지. 전시되는 사진이 60여 점인데 그보다 훨씬 많은 150점의 사진이 담긴 사진집 ‘다 똑같디요’가 전시 개막에 맞춰 출간됐다. 개막행사는 8월 1일 오후 6시. 이번 사진전과 사진집은 임종진이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사진기자의 신분으로 여섯 번에 걸쳐 북녘 땅을 ljj002.jpg » 전시 시작과 더불어 발매된 사진집 '다 똑같디요'방문해 찍은 사진들에서 엄선된 것이다. 임종진의 북한 사진은 다른 사진가와 비교하면 어떠한가?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에게 가끔 “사진계에서 다룰만한 기삿거리로 적절한 것이 있으면 추천해달라”라고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건다. 이 대표는 그때마다 뭔가 실마리가 될만한 것을 건넨다. 최근에 이 대표가 제시한 토픽은 북한 사진이다. 해방 이후 그동안 북한을 찍은 사진가들은 어떤 사람들이 있으며 이들의 사진은 각각 어떤 특색이 있는지 살펴보라는 것이 핵심이다. 어딘가에 검색어를 넣지 않고 떠오르는 사진가들은 다음과 같다. 크리스 마커, 에드워드 김, 구보다 히로지, 구와바라 시세이... 그리고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기자시절 2번, 재미언론인 신분으로 4번 합해서 평양에 6번이나 다녀온 진천규씨가 있다. 물론 평양에 다녀온 사진가들은 이보다 훨씬 많다. 외국인들에겐 훨씬 많은 기회를 제공했고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절에는 남쪽의 기자와 사진가들도 대거 북한땅을 밟았다. 심지어 나도 2000년에 평양에 다녀온 적이 있을 정도다.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은 “찍는 사람에 따라 북한 사진의 내용이나 수준이 달라지는가?”에 들어있다. 그러나 어려운 접근일 수밖에 없으므로 다르게 생각해보기로 한다. “찍는 사람에 따라 서울이나 한국 사진의 내용이나 수준이 달라지는가?” 이번엔 바로 답이 나온다. “달라진다, 다르게 본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달라야한다, 다르게 보는 것이 사진이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북쪽을 찍은 다른 사진가들을 짧게 살펴보자.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방문하여 1950년대의 북한을 찍은 크리스 마커의 ‘북녘사람들’은 단연 압권이다. 있는 그대로의 표정들이 생생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한이나 북한이나 “이대로 분단이 고착화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러니 북쪽 사람들의 머리에 뿔이 달렸을 리가 없다. 눈빛출판사가 문을 열고 만든 첫 번째 책이 바로 ‘북녘 사람들’이다. 눈빛 이규상 대표는 이 책에 대해 각별한 애정이 있다. 그는 “프랑스 사진가 크리스 마커(1921-2012)는 6.25전쟁 이후인 1957년 초토화된 북한을 방문해 그곳 사람들이 어떻게 그 엄혹한 전쟁을 겪어내고 사회주의 국가 건설에 나섰는가를 사진에 담았다. 서방세계의 이념과 전형이라는 렌즈를 거치지 않은 그의 제3자적 시각은 북한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80년대 후반에 국내에 처음 소개된 그의 사진집은 한국의 젊은 사진가들이 다큐먼트의 중립성을 깨닫게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라고 자평했다. 다음으론 1973년에 에드워드 김(한국명 김희중)이 서방 기자 최초로 북한 취재길에 올라 사진을 찍었다. 매그넘 사진가 구보다 히로지는 1978년부터 북한을 수차례 방문해 사진을 찍었다. 매그넘에 걸맞는 대우를 받아, 산업시설부터 거리 풍경과 백두산까지 거의 모든 것을 찍을 수 있었다. 1990년대엔 구와바라 시세이가 평양, 원산, 남포 등을 찍었다. 농촌 풍경이 포함된 것이 특이한데 어쩌면 시각이 (다른 이들의 북한사진과) 그렇게 다를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로 인간적이었다. 2008년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렸던 <구와바라 시세이 사진전>에 걸린 십여 장의 북한 사진을 본 기억이 난다. 최근에 나온 진천규씨의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는 평양만 떼놓고 본다면 거의 모든 것을 망라하고 있다. 평양역, 대동강변, 택시, 휴대폰, 냉면집 주방, 피자, 백화점, 73층 아파트의 삶 등, 그동안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일상을 포함해 찍을 수 있는 것은 다 찍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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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오늘 소개하는 본론이다. 임종진은 처음 북한에 갔을 때부터 “나는, 우리가 서로 공감할 만한 무엇을 찍고 싶다.”고 밝혔다. 평양의 일상과 그 속에 담긴 ‘우리네, 우리 것’을 사진에 담으려는 그에게 유례없이 자유로운 촬영 허가가 떨어졌다. 평양 시내 곳곳을 별다른 제지 없이 다니며, 정치나 이념에 의해 삭제되거나 왜곡되지 않은 그들의 민낯을 만나고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래서 임종진의 사진이 다른 사진가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길게 설명하고 싶지 않다. 또한 크리스 마커나, 진천규나 구와바라 시세이의 북쪽 사진을 한 자리에 늘어놓고 비교하고 싶지도 않다. 오로지 임종진의 평양사진만을 한 장씩 들여다보는 것으로 충분히 전달된다. 임종진의 카메라를 의식한 사진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진이 있다. 카메라와 마주친 북쪽 사람들의 시선에선 임종진의 얼굴이 보인다. 임종진은 꼭 임종진과 닮은 사람들을 찍고 있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은채 찍힌 사진에선 임종진의 시각이 보인다. 임종진이 평양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보이는 것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작가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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