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애환, 사할린 사진의 귀환

사진마을 2016. 10. 28
조회수 11172 추천수 2

새고려신문 이예식 기자와 다큐작가 김지연

갤러리고도에서 공동 사진전 '귀환' 열어

눈빛 사진집 '귀환'과 '사할린의 한인' 출간

 

shl17.jpg » 1992년 작별, 영주귀국을 위해 고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려던 동포가 남은 가족들에게 손수건을 흔들고 있다. 이예식

 

이예식 김지연의 공동사진전 ‘귀환’이 갤러리고도에서 열리고 있다. 11월 1일까지.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이 급하다. 일요일에도 오후 5시까지는 문을 연다.

  갤러리고도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데 안국역에서 가깝다. 안국빌딩 대각선 방향으로 큰 길가에 있으니 찾기 어렵지 않다. 02-720-2223
 
  이번 전시는 사할린의 유지노사할린스크에 있는 새고려신문사 사진기자 이예식 선생의 사진과 한국의 다큐멘터리 사진가 김지연씨의 사진을 함께 전시한다. 전시 제목이 ‘귀환’이니 사할린동포가 한국으로 귀환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짧은 한 줄의 글로 이분들의 애환을 설명하는 것이 죄스럽다. 일제 강점기에 약 15만 명의(주 참조) 조선인이 사할린에 강제 동원되었다. 이들은 왜 사할린으로 끌려갔는지, 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지,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조차도 모르는 상태에서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할 권한도 없는 상태에서 방치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10만여 명의 조선인들은 다시 일본으로 끌려가서 강제노역을 당해야 했다. 현재 사할린에는 2만 5천여 명의 한인들이 살고 있고 그 중에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한국 정부에서는 1990년대 초에 이르러서야 사할린동포 영주귀국 작업을 시작해 4천여 명의 동포가 꿈에도 그리던 모국으로 돌아왔다. 일부는 다시 사할린으로 돌아가기도 했으며 현재 3천 여명이 수도권을 비롯하나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다.
 
  이예식 기자의 사진은 사할린 현지의 삶도 일부 소개하고 있으나 대부분 영주귀국 무렵의 애환을 담고 있다. 사할린에 정착했으나 “죽어서 몸이라도 고국 땅에 묻히고 싶은” 1세대 한인들은 자식들을 사할린에 남겨두고 고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1945년 8월 15일 이전 사할린 이주 또는 사할린 출생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생긴 비극이었다. 사진은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절절하다. 70여 년 전 이유없이 사할린으로 끌려와서 갖은 고초를 겪었던 1세대 한인들이 고향으로 가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순간을 이예식의 사진이 잘 보여준다.
 
  한편 김지연 작가는 2014년부터 사할린을 방문해 주로 1세대 한인들을 인터뷰하고 그들 가정과 인물 사진을 기록해왔다. 또한 영주귀국한 한인들이 주고 모여사는 천안 사랑의 집, 경북 고령 대창양로원, 인천 사할린 복지과, 안산 고향마을 등을 지속적으로 사진에 담고 있으니 이번 2인의 공동사진전에서 역할분담을 잘했다.

shl01.jpg » 코르사코프 항구, 일본이 항복했다는 소식이 돌자 한인들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항구에 모여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고 오늘이나 내일이나 갈 수 있을까하는 기대가 절망으로 바뀌어 미쳐 죽은 동포들이 많았다는 곳이다. 김지연

shl10.jpg » 위문공연차 사할린에 온 가수 주현미와 한인동포들의 기념사진. 이예식 shl11.jpg » 날 먹어봐! 야유회 여흥. 1993년 이예식 shl12.jpg » 장구 장단에 춤을 추는 한인들, 1993년 이예식 shl13.jpg » 헤어짐의 눈물, 1993년 이예식 shl14.jpg » 사할린에서 사망한 아버지의 유골을 고향으로 가져가는 아들, 1991년 이예식 shl15.jpg » '가지 마세요' 영주 귀국을 위해 나서는 아버지를 떠나 보내기 아쉬운 자녀들이 공항 환송장 철조망에 매달려 울고 있다. 1992년 이예식 shl16.jpg » 영주귀국자들을 쳐다보는 한인들, 1992년 이예식 shl18.jpg » 귀국을 위해 보따리를 들고 비행기로 향하다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는지 다시 돌아보는 한인. 이예식 shl19.jpg

shl02.jpg » 강기순씨(1931년, 전남 구례 출생), 보스톡, 2015. 1. 김지연

shl03.jpg » 유즈노사할린스크 제 1묘지에 있는 한인 묘, 2014. 10 김지연

shl04.jpg » 유즈노사할린스크, 2014. 10 이갑순씨가 생전 집 앞에서 배웅하던 모습. 김지연

shl05.jpg » 코르사코프, 2016, 1. 박애영 할머니(왼쪽 첫 번째, 1934년 사할린 출생)의 남편은 경남 하동에서 결혼한지 6개월 만에 강제동원에 끌려왔다. 남편은 해방 후 쪽배라도 타고 고향으로 가자던 친척과 코르사코프 항구까지 갔으나 세찬 물살에 포기하고 말았다. 그렇게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사할린에 남게 된 남편과 결혼한 박애영 할머니는 2002년 모국방문 때 한국에 있는 부인을 찾아보았다. 그 부인은 6개월만 살다 사할린으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며 그때까지 혼자 살고 있었다.

shl06.jpg » 안산 고향마을, 2014년 6월. 안산 고향마을은 2000년부터 816명(489세대)이 영주귀국을 시작하여 현재는 700여명의 사할린 동포들이 살고 있다. 영주귀국자들은 국내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특례수급자로 지정되어 특별생계비, 의료급여 등을 지급받고 있다. 김지연

shl07.jpg » 인천국제공항 2014년 8월. 사할린에서 강제동원 대상묘로 파악된 3천 7기 중 2015년까지 32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김지연
 
  27일 갤러리고도에 들렀다가 이예식 기자를 만나 이야길 나누었다. 이예식 기자는 1949년에 사할린에서 태어난 한인 2세다. 그의 부친은 1943년에 사할린에 징용왔다. 사할린에서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마친 이예식 기자는 1973년에 프리랜서로 사진을 시작했고 1989년부터 새고려신문사 사진기자로 일하고 있다. 2002년에 서울과 일본 삿포로에서 사진전을 열었으며 사할린에서는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이번에 전시와 더불어 이예식 사진집 ‘귀환’(눈빛출판사)이 나왔다. 이예식 기자는 “10여년 전부터 사진집을 낼 생각을 해왔는데 이번에 전시와 더불어 첫 사진집을 갖게 되어 너무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김지연 작가의 사진집 ‘사할린의 한인들’(눈빛출판사)도 같이 출판되었다. 

  전시장에서 이예식 기자의 사진들을 보고 또 사진집 ‘귀환’을 넘기면서 ‘사진기자의 사진’이란 것이 강력하shl0001.jpg » 전시장에서 만난 이예식 기자게 전해졌다. 무릇 기자는 현장에서 현장을 전달하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py1.jpg » 사진집 표지그게 간단치 않다. 가까이 가야만 찍을 수 있는 현장인데 가깝다보면 카메라와 피사체가 서로 반응을 보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에 있으면서 현장에 없는 듯 찍어내는 것이야말로 사진기자의 미덕이며 기술이다. 사할린에서 태어났고 프리랜서 시절부터 따진다면 40년 넘게 사할린의 현장을 찍고 있는 이예식은 그 누구보다도 사할린과 사할린의 한인들을 잘 알고 있을 터이다. 한국의 몇 사진가들이 사할린을 방문해 사진을 찍은 적이 있지만 그와 비할 바가 아니다.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아직도 사할린엔 6백 여명의 1세대 한인이 남아있고 버려진 탄광촌에선 1세대의 미망인들이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또한 이제 70줄에 이르렀지만 1945년 8월 1일 이후 출생이라 고국으로 귀국할 수 없었던 한인 2세들도 적지 않다. 1세대 미망인들을 위해 사할린 현지에 요양시설을 만들고 1945년을 기준으로 귀국할 수 없게 되어 또 한 번의 이산가족이 된 2세들을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할 일이다. 

 

주 -강제 징용된 한인의 숫자에 대해서 여러가지 주장이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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