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강의실] (3) 사진에 풍성한 이야기를 불어넣는 비결

곽윤섭 2009. 07. 02
조회수 7734 추천수 0
사진 속에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주인공을 중심에 넣느냐
주인공 주변의 선이나
면의 형태와 크기, 색깔, 갯수에 따라
사진 분위기는 천변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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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두 차례에 걸쳐 선과 면을 찾는 훈련을 했습니다. 사진에 선이나 면이 들어있다는 것, 다시 말해 사진을 찍을 때 선이나 면을 포함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봤습니다. 이번엔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가 보겠습니다.
 
기하학적 구성도 좋다! 하지만 한 발 더…
 
여러분의 프레임에 선과 면만 잘 배치해도 그 자체로 하나의 멋진 사진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주변엔 그런 사진들이 많습니다. 기하학적인 공간 구성을 잘하는 사진가, 예를 들어 스위스 출신의 매그넘 사진가 르네 뷔리의 경우를 볼까요? 그는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란 인물을 사진으로 기록하면서 건축가와 건축물에 관심을 갖게 됐죠. 덕분에 그후부터 시각적 구성, 아름다움, 기하학적인 배치 등을 잘 고려한 사진을 찍었습니다. 르네 뷔리는 2007년 매그넘코리아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에 와서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그 때 그는 특히 기와집, 초가집의 지붕에 주목했고 그런 건축물에서 발견한 선을 강조하는 프레임을 만들었습니다. 경주에선 오래된 왕릉의 부드러운 곡선을 포착한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Untitled-2 copy.jpg

1강과 2강 때 보기로 제시한 사진에서 이미 어느 정도 암시가 되어있습니다만 이 시간엔 선과 면에 그치지 않고, 선과 면에 사람을 넣는 것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굳이 르네 뷔리의 예를 들지 않아도 사진에 사람이 등장하면 메시지가 크게 달라집니다. 뚜렷한 직선과 곡선 이외에 사람을 하나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자리 잡게 찍어서 사진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훈련을 해봅시다.
 
삼분할구도는 잊자, 자유롭게 분위기 연출
 
프레임에 사람을 넣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직접 배치입니다. 주인공인 사람을 중심으로 삼고 선이나 면을 조연으로 등장시키는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 조연처럼 포함하기 어려울 땐 배경이나 전경으로 배치합니다. 주인공이 있고 선과 면을 조연으로 넣는다고 하면 적절한 자리매김을 위해서 구도라는 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강의에선 구도라는 개념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길 권합니다. 대신 구도가 아닌 구성이란 개념으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삼분할구도 같은 것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이 두고 싶은 곳에 주요소(주인공)와 보조 요소(조연)를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멋진 사진을 만들 수(찍을 수) 있습니다.
 
주인공의 곁에 놓인 선이나 면의 종류와 형태에 따라 사진의 분위기는 달라집니다. 선이나 면은 주인공의 기분, 심리, 환경 등을 묘사하는 부차적인 요소로 등장합니다. 날카로운 수직선 옆의 사람을 찍은 사진과 완만한 곡선을 가진 구조물 곁에 사람이 서 있는 사진은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차이를 생각해봅시다.
 
Untitled-4 copy.jpg

두번째는 간접 배치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 선이나 면을 사진의 주요소로 삼아 사진의 메시지를 결정하는 방법입니다. 이때 프레임 속 어딘가에 등장하는 사람은 사진을 읽는 큰 틀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사람은 존재감 정도의 역할만 합니다. 미세한 역할을 한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는 사진의 내용, 이야기, 메시지 형성에 큰 차이를 낼 것입니다.  이는 사람이 있는 풍경사진과 사람이 없는 풍경사진의 차이와 비슷하다고 할 것입니다.
 
선·면의 크기·숫자 따라 느낌도 천차만별
 
위에서 제시한 두 가지 방법을 적용할 때 몇 가지 더 고려할 사항이 있습니다. 우선 생각해 볼 것은 선과 면의 크기입니다. 큰 사각형(사각형 모양의 구조물, 공간) 앞에 선 사람과 작은 사각형 앞의 사람은 다르게 읽힐 것입니다. 두 번째 고려할 것은 선과 면의 숫자입니다. 같은 모양이라고 하더라도 한두 개가 있을 때와 여러 개가 반복적으로 등장할 때의 차이를 말하는 것입니다. 한 두 개를 포함한 사진이라면 선이나 면의 모양 자체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며 여러 개가 들어있는 사진이라면 개체 자체를 넘어선 의미가 나타날 것입니다. 무수히 많은 사각형의 패턴으로 이루어진 건물의 바닥에 선 사람과 몇 개의 큰 사각형으로 이루어진 건물의 바닥에 선 사람을 찍은 사진은 각각 다른 느낌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Untitled-3 copy.jpg


◈ 금주의 미션 ㅣ 사람을 담아라
점찍어둔 선과 면에 사람 세워놓고 찰칵찰칵
 
선과 면에 사람을 넣은 사진을 찍어봅시다. 도시의 인공적인 구조물에서 여러 가지 선과 면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가로등, 가로수는 직선이며 건물의 창문은 대부분 네모입니다. 공원이나 놀이터에 가면 손쉽게 선과 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을 모델 삼아 찍기가 어렵다면 주변 인물, 즉 가족 친구 동료들을 미리 점찍어둔 공간에 세워놓고 찍어봅시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크게, 작게, 간접적으로, 직접적으로 인물을 배치해봅시다. 어느 하나의 정답이 있어서 그것을 찾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발견하자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인물이 위주가 되는 인물사진이나 풍경이 위주가 되는 풍경사진이나 모두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어떤 선을 넣을지에 따라 사진의 내용, 메시지, 느낌이 달라질 수 있음을 체험하자는 취지입니다.
 
◎ 참고사항 ㅣ  우리 주변에서 선과 면을 찾을 때 아주 단순한 형태의 것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선과 면엔 색깔도 들어있고 다른 상징적인 코드와 결합된 형태로 존재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런 사진을 읽을 땐 색과 상징적 코드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강의는 개념을 한 단계씩 이해하기 위한 것이니 다른 요소의 영향에 대해선 일단 배제하고 선과 면을 위주로 삼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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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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