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대밭 표정

사진마을 2018.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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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춘호 작가의 사진전 죽림설화(竹林雪花)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10길 22에 있는 갤러리 그림손에서 열리고 있다. 11월 5일까지. 02-733-1045 

꽤 많은 사진을 보내왔다. 그 덕분에 전시의 개괄을 볼 수 있었다. 대나무를 이처럼 아름답고,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풍경 사진을 넘어서 대나무의 초상이라 부를만하다. 바람에 추위에 견디는 대나무의 표정을 읽을 수 있다. 사진 크기에 대한 정보가 있다. 긴 쪽이 1미터가 넘는 것이 많다. 전시장에서 보면 시원시원할 것이다. 바람에 “쏴” 하고 소리치는 대나문 소리가 시원시원할 것이다. 원춘호 작가가 보내온 작업노트를 소개한다.
  
 

 마디라도 있어 이만큼 견딜 수 있음을…./원춘호
 
 올곧은 대나무 위로 소복소복 눈이 내린다. 오랜 땅 속 성장을 준비하는 휴면기를 거쳐 지난 늦봄 땅을 뚫고 우후죽순 하늘을 향해 숨가쁘게 올라온 댓잎 위로 내리는 서설이다. 세상을 향해 한껏 싹을 틔운 어린 대나무는 처음 보는 눈이 신기하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댓잎과 가지 위로 켜켜이 눈이 쌓인다. 대나무는 “휘어질지언정 부러지지는 않는다”는 우리의 상식처럼 꼿꼿함으로 버티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낭만적인 겨울이 대나무에겐 생사를 넘나드는 인고의 시간이다. 대나무는 밤새 내린 흰 눈의 무게를 견디다 못해 부러진다. 고요와 적막이 감돌던 대숲 사이를 관통하며 십리 밖까지 굉음이 진동한다. 가벼운 눈이 견고하던 대나무를 무너트리는 순간이다.
 
 바람이 분다. 삶은 흔들림의 연속이다. 자의든 타의든 흔들고 흔들린다. 혼자 서있기 힘들어 외로운 영혼들끼리 몸 부비고 의지하며 사는 것이 인생이다. 굳건하게 땅에 뿌리를 묻고 바람을 여유롭게 즐길 날이 언제 올지.. 
 
 대숲에 이는 바람이 훑고 지나간 후 눈꽃이 지상을 향해 화려한 추락을 한다. 바람이 대나무에게 전해주는 선물이다. 대나무의 후련함은 아침 햇살 속에서 찬란하고 영롱하게 빛난다.
 
 살랑거리는 봄 바람이 정겹다. 바람을 맞이하는 대나무는 땅속으로 연방 굳건한 뿌리를 내리며 흔들림을 즐긴다. 행복이란 기쁨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삶의 기억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고통을 딛고 흔들리며 극복하는 묵묵함 속에서 참된 행복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바람이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빛은 누구의 품으로 스며드는지 알 순 없다. 그러나 바람은 알 것만 같다.
 
 
 
 원춘호  Won Chun-Ho
 
 개인전
 2006  「킥오프,축구견문록」, 갤러리랜드(서울)
 2009  초대전 「차간전설」, 길림성(중국)
 2010  초대전 「지구를 날다」, 연변대학교 미술관(중국)
 2014  「Bamboo」, Infiniti Art Gallery(서울)
 2015  「Whitetree_Bamboo」, Gallery O2(태백)
 2015  「굴레방 戀歌」, 서학아트스페이스(전주)
 2016  「차간전설」, 갤러리 나우(서울)
 2017  초대전 「차간전설」, 갤러리 A-ONE(안양)
 2018  「사람, 한대수」, 토포하우스(서울)
 2018  「竹林雪花」, 그림손갤러리(서울)
 
 주요 그룹전  
 1993  산영사진연구회 회원전, 예총회관
 2009  한·중 작가 9인, 리얼다큐프로젝트전 「백색호수의 차가운 향연」, 토포하우스
 2012  Korea Sports Art 2012 in London, Mokspace Gallery(영국 런던)
 2013  Humam Movement 초대전, Galerie 89(프랑스 파리)
 2016  「Pouvoir de la Photographie」, Galerie 89(프랑스 파리)
 2016  Photography Spectrum, 한벽원미술관
 2017  다채귀주 제10차 중국원생태국제촬영대전, 중국
 2018  Shenzhen international photography exhibition, 중국
 2018  신통방통사진전, 갤러리 와(양평)
 2018   「Korea Fantasy」, 나이로비국립박물관, 케냐
 
 출판 : 축구견문록(2006), 차간전설(2016), 사람 한대수(2017)
 작품 소장 : 평택상공회의소, 케냐 나이로비국립박물관 등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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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는 대밭 표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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