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수필 5
전날 비가 내렸다. 회사 야외휴게실 나무테이블에 수막이 생겼다. 순간 눈 앞에서 마법이 펼쳐졌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깃털처럼 가볍게 왼쪽 오른쪽으로 흔들리며 자유낙하하더니 헬리콥터 날개처럼 회전하며 날개 달린 단풍나무 열매가 연착륙했다. 더 멀리 날아가서 어딘가에서 싹이 나고 자랐으면 좋겠지만 저리 내려앉은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자연의 신비다. 생명을 다한 나무는 테이블로 태어났고 단풍나무 열매가 뿌리를 내리지도 않았는데 나무테이블은 순식간에 숲으로 변하여 황홀경을 보여준다. 이제 곧 해가 나고 빗물이 마르면 없어질 광경이었지만 사진 속에서 영원히 살아남았다.
(이 글은 언론중재위원회의 대외홍보지인 <언론과 사람>1월호에 실렸습니다)
글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