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수필 #18
이 사진은 내가 찍었다. 배경으로 보이는 검고 둥근 것은 돌로 된 노래비의 뒷모습이다. 어떤 조각가가 이 비를 만들었다. 앞에 있는 것은 나뭇가지다. 바람에 꺾어지고 부러졌는데 아직 땅에 떨어지진 않았다. 주도적인 역할은 거미가 만든 거미줄이다. 거미의 의도와는 달리 허망하게 나뭇잎이 매달렸다. 바람도 한 몫을 하고 있다. 10여 분 정도 렌즈를 통해 지켜보고 있었는데 시시각각 모양이 바뀌었다. 이곳은 담양 관방제림의 조각공원이다. 한 달 전이니 지금 가면 아마도 떨어져 버렸거나 새로운 작품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볼 때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게 보니 이게 바로 작품이다. “피카소 저리 가라”라고 흐뭇하게 생각했다. 포털의 이미지 검색에 넣어보니 난데없이 타이어가 나왔다.
이 사진은 분명 내가 찍었으나 자연에 양보하여야 한다. 작품 명 <얼굴> by ‘나뭇잎과 거미’ (feat by ‘바람’)
*이 글은 언론중재위원회의 대외홍보지인 <언론과 사람> 12월호에 실렸습니다.
글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