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연작)
[생활사진가 열전] ‘엘 토포’ 유창완씨
유창완(37ㆍ경기도 안양시)씨의 닉네임은 엘 토포(El Topo)다. 그의 닉네임만 듣고도 그의 사진세계가 어떠할지 짐작할 수 있다면 컬트영화 마니아라고 할 수 있다. 그와 인터뷰를 하고 나서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만 가지고 닉네임을 검색해보니 멕시코의 예술영화 <엘 토포>의 예고편을 볼 수 있었다. 볼 만했다.
그가 사진을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편이다. 2004년부터 이것저것 찍기 시작했으나 제대로 해볼 생각이 든 것은 2005년 여름 남이섬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작가의 전시를 본 다음이었다. 카메라를 사려고 맘먹었으나 그 전에 먼저 할 일이 있었다. 사진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도서관에서 사진책을 빌려서 독학했다. 처음엔 분명히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차츰 정형화된 사진으로 끌려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고 한다.
“완벽한 구도, 예쁜 소재로 찍는, 마치 공모전에 입상하는 사진의 전형을 좇아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삼분할 구도, 주제와 부제 등 틀에 박힌 이야기가 반복되었습니다.”
반발심이 들어 변화를 찾아 나섰고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고 한다. 당시 활동하던 동호회 회원의 전시를 구경 갔었는데 대부분 풍경 위주의 사진들이 나열되는 와중에 한 명이 자유로운 표현을 선보이고 있어서 큰 도움을 받았다. 표현의 한계를 없애기 위해 별짓을 다했는데 그중엔 지하철에서 삼각대를 놓고 자화상을 찍은 경험도 있다.
“사람들이 많은 지하철 안에서 자화상을 찍는 것은 하기 전에만 어려워 보입니다. 한두 번 그런 퍼포먼스를 즐기면서 짜릿함을 맛봤는데 자기 탈출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2007년 유씨는 마침내 그만의 주제를 정했고 2년간 과천 서울대공원과 광진구에 있는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을 찾으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즐거운 마음을 가지려 노력했지만 이상하게 그게 안되었습니다. 마침 다녔던 두 동물원이 모두 오래되어 시설이 낡았고 원숭이 우리에 가면 창가에 기댄 녀석들이 자주 보였습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우울하게 찍혔습니다. 당시 저의 마음이 갇힌 동물들을 통해 대입되어 나타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결국, 동물들이 우울한 것도 있지만 셔터를 누르는 제가 우울했다는 이야깁니다” 유씨의 동물원연작을 보면 일관성 있는 사진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 수 있다. 역시 테마가 있어야 사진의 가치가 더 빛나는 것이다.
지금은 꽃, 식물, 도시 등 다중노출 연작 진행중
요즘 찍고 있는 테마는 도시라고 한다. 동물원을 찍다가 우울증이 걸릴 것 같아서 기분전환을 하고 싶었다. 2008년 봄, 봄의 기분을 사진으로 표현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았다. 그것은 사물을 이루는 선이 모호하게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뚜렷하게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경계가 모호한 선, 보이지 않는 힘, 에너지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꽃, 식물, 도시 등을 다중노출로 찍기 시작했습니다.”
유씨의 다중노출 시리즈 ‘도시’는 현재진행중이다.
홍대앞 놀이터에서 유씨를 만났다.
- 좋아하는 작가가 있습니까
= 김영갑씨의 에세이를 읽었습니다. 풍경 너머를 본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아타작가의 사진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제가 하는 작업과 비슷한 작업을 하고 있었더군요. 베르나르 포콩의 작업들에서도 영감을 얻었습니다.
- 사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 표현의 도구 중 하나로 사진이란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작가 중에 이런 말을 한 사람이 있어요. “자신의 경계(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작가” 공감합니다. 사진은 분명히 예술의 한 장르입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같은 느낌이 나는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유창완씨의 작품세계를 테마별로 묶어서 소개한다. 길지 않은 사진 이력에도 불구하고 작가정신이 보이는 것 같다.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도시 연작








동물원 연작










초기작을 포함한 그외 사진들. 유창완씨는 공모전에서 여러차례 수상한 적이 있다. 수상여부와 상관없이 그는 실력있는 사진가다. 좋은 사진을 형성하기 위한 조건이 뭔지를 잘 알고 있다.









유창완씨의 블로그를 방문하면 그의 최신작업을 포함해 더 많은 사진을 볼 수 있다.
http://blog.naver.com/odes